권순직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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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명운을 걸다시피 한 부동산 정책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도 메가톤급 핵폭탄을 투하한 형국이다.
공공기관 종사자가 정책 기밀정보를 사전에 알고 사적(私的) 이익 도모에 활용한 중대범죄다.
이 사태는 LH 직원 몇 명의 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정부는 부랴부랴 합동조사단을 꾸려 실태 파악에 나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고구마 줄기처럼 도처에서 비리가 줄을 이어 드러날 공산이 높다.
공사(公社) 직원의 내부정보 활용 부동산 투기는 국민감정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셈이다. ‘부동산 투기 + 불공정’이라는 서민들에게 가장 예민한 이중의 불의(不義)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터지자 변창흠 국토부장관은 “LH 직원들이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산 것이 아니라, 갑자기 신도시 개발이 지정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LH 직원은 “우리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말했다.
영끌 2030의 분노
이 정부 들어 스무 번이 넘게 부동산 정책을 내놨어도 집값은 천정부지고, 전세난이 심해졌다.
그래서 불안해진 젊은이들은 늦을세라 빚내고 끌어낼 돈은 다 끌어내 집을 사야 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 산다는 이른바 ‘영끌투자’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정책 책임자인 국토부장관이 제식구 감싸기식 망언을 해대니 2030 세대의 감정이 폭발하지 않을 수 없다.
엉망인 주택정책으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은 지금 화를 다스리기가 힘들 정도다.
여파는 당장 코앞에 다가온 서울 부산시장 선거다. 부글부글 끓는 민심에 여당은 좌불안석. 대통령까지 나서 부랴부랴 대대적인 조사를 명했다.
하지만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와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남겼다. 특히 공공주도 주택공급을 중심으로 한 변창흠 정책을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LH 직원들이 투기를 한 시점이 변장관 LH 사장 재직 기간과도 겹친다니 참 민망스럽다.
그런데도 LH에 공공주도정책 책임을 맡긴다니 ‘고양이 앞에 생선 던지는 꼴’이다.
정권 차원의 조사단이 꾸려졌는데, 국민들은 이도 믿지 못하겠다고 야단이다.
실질적으로 국토부가 주체가 되는 조사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셀프조사’란 말이 나온다.
여기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의 신도시 계획 등과 관련해서도 조사한다 하니 금새 ‘물타기 조사냐’ ‘일만 터지면 과거 정부 탓이냐’는 비판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계속되어 온 24차례의 부동산 정책이 성공했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국토부장관은 이상한 통계를 들이대며 집값이 잡혀가고 있다느니, 전세난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느니 시장과 동떨어진 말만
이 정부의 치적이 뭘까 생각해봤다. 적폐청산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단축 소득주도성장 일자리정부 주택가격안정 검찰개혁 등이 그간 펴온 주요 정책이다.
성과를 거두고, 국민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한 것을 선뜻 꼽기 힘들다. 오히려 서민 삶을 힘들게 하고, 국민을 편가르는 역할을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야 할 일이다.
그런 가운데 이번 참여연대와 민변의 고발은 정의를 추구하는 세력이 존재함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한 가닥 희망을 읽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