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일 기자.
▲ 유한일 기자.
최근 세계 자동차 시장의 화두를 꼽으라면 단연 ‘전기차’다. 폴크스바겐·제너럴모터스(GM)·현대자동차그룹 등 내로라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을 정조준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당연시 되던 테슬라의 독주 체재에도 머지않아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업계에 전기차는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다. 세계 각국 정책의 초점이 친환경에 맞춰지며 화석연료 시대 종결을 앞당기고 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불과 4년 뒤인 2025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영국과 중국은 각각 2025년, 2030년으로 정했다. 세계 주요국의 이 같은 행보는 내연기관차들에겐 시한부 선고다.
 
한국도 동참한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르면 2035년, 늦어도 2040년까진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자고 정부에 권고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급변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한 편으론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 자체의 기술력은 발전했을지 모르겠으나, 제도와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반쪽짜리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부족한 충전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13만4962대다. 2013년 말(1464대) 이후 7년 만에 약 92배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6만4188기에 불과하다.
 
단순계산으로 봤을 때 전기차 2.1대당 충전기 1기를 나눠 쓰면 돼 크게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이 중 대부분이 특정 시설이나 아파트에 설치된 비공개 충전기다. 외부 차주들은 사용할 수 없다.

이른바 ‘집밥’과 ‘회삿밥’이 없는 전기차 차주들은 충전기를 찾아다니는데 적잖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기껏 찾아도 다른 차량이 주차돼 있거나, 완충된 전기차가 출차하지 않고 버티는 상황을 맞닥뜨리곤 한다. 이럴 땐 전기차 차주들의 마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서울시에 보고된 전기차 충전방해 관련 민원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월평균 228건으로 전년 대비 49% 급증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소비자들에게 이동의 편안함을 위해 구매하는 자동차가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서는 게 당연해 보인다. ‘전기차 구매는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의무설치 비율 상향 등을 통해 전기차 충전기를 2025년까지 보급대수의 50%인 50만기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초고속 충전기도 올해 123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접근성이나 일정 등 세부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설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줄줄이 전기차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 늘어날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정부는 2022년을 ‘미래차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고 2025년까지 전기차·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에 20조 원 이상을 투입한다. 이때까지 전기차를 113만대 보급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내놓았다.
 
전기치 시장 성장엔 이미 속도가 붙었다. 이를 따라갈 충전 인프라 구축은 필수적이다. 소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보다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그린 모빌리티 강국으로 가는 길에 소비자가 공감하지 못하는 성과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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