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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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에이즈 감염자 보고는 1987년 2월이다. 최초 감염자인 A씨는 1985년 12월 해외에서 근무하던 중 수혈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HIV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를 기점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조항에 따라 신규 감염자 수 통계 자료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이 당시 에이즈에 대한 이미지는 ‘죽음’이었다.
하지만 지난 35년간 HIV/AIDS치료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995년 약제 3가지 이상을 혼합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내성을 방지하는 항바이러스 치료가 도입됐고 HIV가 T세포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에도 성공했다. 실제 HIV와 에이즈에 감염됐더라도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꾸준히 받을 경우 평균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수 있다.
현재 보건당국은 본인 일부부담금 산정특례에 관한 기준 제5조에 따라 HIV 감염을 중증난치질환으로서 요양급여비용총액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본인일부부담금을 지원하는 진료비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다. 또한 HIV 검사 접근성 제고를 위해 전국 보건소에서 HIV 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본인이 원할 경우 익명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성소수자, 외국인의 검사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에이즈 검진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HIV 감염이 확인된 경우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다.
문제는 예방이다. 의료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에이즈 감염인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콘돔의 사용만을 홍보한다. 보건복지부가 2005년부터 발표한 에이즈 예방 홍보포스터에는 ‘무료 익명검사'와 ‘콘돔’만을 강조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성소주자 등은 “정부가 에이즈 신규 감염이 증가하는 배경에 대해 사후약방문식 대처 대신 예산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프렙(노출 전 감염 위험 감소 요법(Pre-exposure prophylaxis, PrEP)' 등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HIV 음성인 사람이 매일 같은 시간에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제를 한 알씩 복용하는 프렙 요법은 용량과 용법을 준수할 경우 90% 이상의 감염 위험 감소 효과를 보인다. 2012년 FDA가 전세계 최초로 HIV 감염취약군에 대한 트루바다 예방법을 허가한 데 이어 2014년 5월 세계 최초로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으며 미국, 영국, 유럽, 호주, 대만 등 57개국에서 프렙을 HIV 감염취약군의 HIV 예방법으로 채택했다. 나아가 2016년 유럽의약품청(EMA)허가에 이어 2017년 6월 세계보건기구에서도 HIV 예방을 위한 필수의약품으로 등재했다.
국제적인 HIV/AIDS 정책은 누구나 HIV에 감염될 수 있음을 알리고 정기적인 검사로 자신의 상태를 알게 하여 확진 판정을 받으면 치료에 들어가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타인에 대한 전파력을 제로로 만들어 결과적으로는 HIV/AIDS를 종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국내 역시 에이즈 종식을 선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콘돔의 홍보보다는 프렙의 보편화에 힘써야 한다. 에이즈 환자에 대한 치료는 물론 그 예방에도 힘써야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