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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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 바꿀 의지나 추진력 모두 안 보여
서울과 부산 시장 선출에 눈길이 쏠렸던 이번 선거는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면서도 이른바 ‘내로남불’ 위선과 반칙을 자행한 정권과 핵심 인사들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이 바닥부터 작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공정 경쟁과 룰을 외면하는 반(反)시장 정책을 이제라도 서둘러 시정하고 인적 쇄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민주당은 선거 직후 다급하게 지도부 사퇴를 단행,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청와대, 정부 반응은 다소 차이가 났다. 민주당 분위기는 초반과 달리 다시 긴장이 풀려가는 과거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선거 직후 강민석 대변인이 전한 청와대 입장문은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서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했다. 정책 기조 변화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이호승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선거운동이 한창일 때 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부동산 정책 변화 요구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민주당 초선 의원 80여명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옹호하는 데 당이 앞장서 공정의 가치를 훼손하고 내로남불 딱지를 자초했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친문 강성 지지세력들이 나서 초선들의 움직임을 비난하고 ‘초선 5적’ 축출까지 거론하자 쇄신 주장은 주춤하는 모습이다. 재선 의원 모임에서는 의견이 분분했고 중진들은 쇄신론보다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구도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성 지지자들은 자성을 촉구한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날려 폐쇄적인 집단의 위력을 과시했다.
문재인 정권 내부의 기류나 역학관계와는 무관하게 국정운영의 대전환은 이미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면 전환을 위해 설익은 정책을 급조한다 해도 추진력을 확보하지 못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경제분야의 정책 기조 변화는 문 정권이 분배와 규제를 내세운 좌파 이념 성향에서 과감히 벗어나 공정한 경쟁과 룰을 중시하는 시장경제로 돌아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금까지 추진해온 소득주도 성장과 탈원전 정책, 행정과 금융 규제로 눌러온 부동산 정책 등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자인하고 정책운용의 틀을 다시 짜는 일대 전환을 요구한다. 경제분야 외의 검찰개혁과 인사 정책에서도 법치의 원칙을 확립하고 제한된 인재풀을 개방해야 가능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단죄한 적폐청산의 잣대를 문 정권에 스스로 적용해 매를 맞겠다는 겸허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권 핵심의 면면이나 지금까지 행태로 보아서는 이런 수준의 근본적인 쇄신은 기대하기 난망이다. 지금까지 울산시장 선거개입과 조국 일가 비리 등 청와대와 여당 관계자들을 향한 검찰수사는 윗선의 개입으로 무뎌지기 일쑤였고 납득하기 어려운 검찰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임기 말로 갈수록 몸사리기에 급급한 정권에게 쇄신을 위한 방어막 허물기를 기대하기는 애당초 난망이다. 경제 분야의 정책 기조 변화 역시 청와대 참모나 내각 개편을 통해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극히 제한된 풀에서 운용되는 진용 변화가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에 크게 미흡할뿐더러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기에는 정권의 이념 성향과 핵심 지지기반이 너무 경직돼 있다.
당정이 이번 선거로 나타난 민심의 엄한 질책을 마냥 외면하기 어려워 한때 공시가격 산정과 금융 대책,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정책에서 부분적인 개선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들렸다. 하지만 이 정도의 개선 대책도 내부 반발에 막혀 지지부진하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공시가 동결이나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중앙정부, 서울시 의회 반대로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래저래 정책 기조 변화에는 기대할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번 재보선이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라 했는데 분노한 민심의 불길이 본선에서 어디까지 어느 방향으로 치솟을지 아직 느낌이 오지 않는가 보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