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건배달’ 살인 수수료에 점주들 ‘비명’
총 수수료 2.5% ‘배달특급’...점주들 “대세 되길”
1만1625원.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으로 같은 치킨을 팔고 남는 금액이다. 기존 배달앱에 비해 수수료를 대폭 낮추고 광고비도 없앴다. ‘사장님’들은 공공배달앱 활성화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한다.
수수료가 비싸거나, 광고비가 비싸거나
배달앱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가 양분하던 시장에 쿠팡이츠가 참전하면서부터다. ‘한집배달(단건배달)’을 무기로 들고 나온 쿠팡이츠가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2% 정도였던 점유율은 1년 만에 15.2%까지 늘어났다. 이에 배민도 오는 6월부터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배민원)’을 출시하기로 했다. 빠른 배달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수수료다. 쿠팡이츠와 배민원은 광고비 없이 주문당 수수료를 받는다. 쿠팡이츠는 중개 수수료 15%, 결제 수수료 3%, 배달비 6000원을 부과한다. 배민원은 조금 낫다. 중개 수수료 12%에 나머지 조건은 같다. 자영업자가 단가 2만원 짜리 음식을 팔면 쿠팡이츠는 9600원, 배민원은 9000원을 가져간다. 매출 절반을 배달앱 회사가 가져가는 셈이다. 객단가가 낮은 업종은 부담이 더 커진다. 고정 배달비 때문이다. 냉면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12000원짜리 주문에 배달팁 2000원을 붙이고도 정산된 금액은 7000원”이라며 “말 그대로 살인적인 수수료”라고 비판했다.
물론 수수료가 없는 서비스도 있다. 대신 광고비를 낸다. 배민의 기본 서비스인 ‘울트라콜’은 광고비와 결제수수료만 받고 별도의 중개수수료는 없다. 근데 이 광고비가 한 달에 적게는 8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도 들어간다.
배민 ‘울트라콜’은 ‘깃발꽂기’라는 시스템을 사용한다. ‘깃발’을 꽂으면 그 반경 안의 지역에 해당 점포를 노출해주는 식이다. 반경은 지역과 음식 종류별로 다르다. 수도권과 광역시의 경우 치킨 1.5km, 분식·한식·중식 2km, 그 외 3km이고 나머지 지역은 음식 종류와 상관없이 3km까지 노출된다.
‘깃발’의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8만8천원이다. 적게는 2~3개, 많게는 20개씩 꽂기도 한다. 심각한 배달 경쟁 탓에 점포당 평균 8~10개씩 꽂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70~90만원 정도다. 자영업자 월 평균 수익이 20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액수다.
배달앱의 과도한 수익구조가 문제로 떠오르자 정치권이 먼저 반응했다.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며 공공배달앱을 줄줄이 출시하기 시작한 것. 지난해 3월 출시된 전북 군산의 ‘배달의 명수’를 시작으로 10곳이 넘는 지자체에서 공공배달앱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공공배달앱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민간 배달앱보다 사용하기도 불편한데 큰 이익도 없어 소비자들이 굳이 쓸 필요를 찾지 못한 까닭이다.
한편 경기도 공공배달앱인 ‘배달특급’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점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경기도주식회사에 따르면 배달특급은 지난 8일 기준 하루 누적거래액 3억1000만원, 총 주문건수 1만1000건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배달특급이 ‘사장님들의 희망’이라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저렴한 수수료다. 중개수수료 1%, 결제대행수수료 1.5% 외 별도 광고비는 받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화폐로 결제 시 소비자에게 5% 할인쿠폰을 지급한다. 할인 금액은 경기도주식회사가 부담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배달특급엔 리뷰가 없다. 맛, 양, 배달에 대한 별점이 전부다. 욕설과 비방 등 일부 소비자들의 리뷰 테러가 문제로 떠오르면서 점주 보호 차원으로 내놓은 대책이다. 최근엔 리뷰 기능을 원하는 점주와 소비자의 목소리를 고려해 지정된 문구를 골라 리뷰를 남기는 ‘선택형 리뷰’ 기능을 개발 논의 중이다.
공공배달앱의 고질적 문제인 가맹점 수 확보도 확실하다. 당초 민간 배달앱 수준의 가맹점 수를 목표로 잡았지만 화성시, 파주시, 오산시, 양평군 등에서 모두 목표치를 뛰어넘었다. 가맹점 신청 건수는 지난 12일 기준 2만3500여 건에 달한다. 서비스 지역이 확대되면서 가맹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11개 시·군에서 서비스 중이며 내년 1분기를 기점으로 경기 전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최근엔 가맹점주가 직접 소비자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했다. 낮은 수수료로 실익이 늘어난 점주가 직접 소비자 이벤트를 제공해 윈윈(win-win)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부족한 인지도와 배달 경쟁력은 숙제
하지만 여전히 민간 배달앱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건 극복할 점이다. 어플 홍보가 부족하다는 게 점주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치킨전문점을 운영중인 B씨는 “배달특급에 가맹 등록을 했는데 주문 건수가 많지 않다. 잊을만 하면 들어오는 수준”이라며 “아마 아직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배달특급은 지역밀착 이벤트를 통한 어플 홍보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군부대가 많은 연천군에선 군인 대상 할인 이벤트, 전통시장이 활성화된 양평군은 장날 소비자 할인 쿠폰 행사 등을 진행하는 식이다.
최근 ‘단건배달’을 내세우는 민간 배달앱과의 배달서비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단건배달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서비스 이용 충성도가 높아 특별한 유인책이 있지 않은 이상 일반 배달서비스를 사용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주식회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단건배달을 서비스하는 기업들은 프로모션 중으로 비용 상승이 크지 않지만 추후 상승한 비용은 결국 소비자와 점주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우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