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대표로 당선된 배경에는 ‘공정’을 외쳤던 문 정부에 대한 청년층의 ‘죽비’가 있었다. 어리다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걸 모르지 않는다는 항변이었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최근 벌어진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정규직화 사태까지 정부 주도 하에 불공정이 공정인 것마냥 포장되는 일이 즐비했다.
그 포장을 벗기며 ‘공정’을 외친 게 이준석 당대표다. 정부와 여당이 그렇게도 공정하다고 포장한 정책 아래 피부로는 불공정을 느꼈던 청년층은 자신을 대변해 주는 이에게 기꺼이 지지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집권 여당은 이번에도 삽질을 했다. 청년의 얘기를 들으려 한다면서 정작 청년이지만 청년의 이야기를 모르는 자를 청년비서관으로 세웠다.
박 비서관은 강남대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편입해 현재 학부 졸업조차 하지 않았다. 또래 청년들에겐 당연한 알바나 취업준비를 해본 것 같지도 않다. 사회적 이슈에 몇 마디 의견을 거들고 정당활동을 한 게 다다. 이런 인사가 청년들이 지금 무엇에 분노하는지,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알 수 있을까.
청년층으로 대변되는 2030세대는 박 비서관의 임명이 ‘불공정’하다고 말한다. 청년층의 주요 정치적 이슈는 취업과 집값이다.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계층 이동의 기회다. 문 정부 4년간 집값은 75% 올랐고, 공공 일자리 정책을 폈음에도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은 어느 정부 때보다도 많이 늘었다. 대기업들의 공채는 줄었고 청년들은 비참히 달력만 넘기며 스펙 쌓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청년의 계층 이동 사다리는 걷어차인지 오래다.
이런 사태에 박 비서관과 대학 동문인 한 네티즌은 ‘박탈감닷컴’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는 사이트를 통해 “청년들은 지금 큰 박탈감을 느낀다”며 “(정부와 민주당은)더 이상 공정이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한편 이철희 정무수석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불공정이냐 공정이냐 프레임에 들어올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며 “청년비서관에 청년을 안하면 누굴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청년비서관직에 청년을 기용해서 청년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소통의 창구로 삼겠다는 일종의 당사자주의”라고 했다.
이 수석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누가 당사자인가. 청년이 신음하는 취업과 부동산 문제는 경험도 해본 적 없는 비서관을 과연 당사자라고 부를 수 있는가.
더불어 묻고 싶다. 문 대통령님, ‘공정’이 무엇입니까?
김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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