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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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대선 주자들 반시장 정책에 집착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간 의무적으로 실거주하도록 했던 규제를 없었던 일로 돌렸다. 지난해 6·17 대책으로 도입된 2년 실거주 의무는 재건축 단지에 살던 세입자가 집주인의 요구로 내몰리는 주거불안을 가져오고 임대차 3법의 부작용과 맞물려 전세시장 혼란을 가중시켰다. 도입 당시부터 시장 현실을 외면한 즉흥적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나마 현 정부와 여당이 논란을 빚은 부동산 규제를 철회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동안 부동산 정책이 얼마나 경직된 규제에 치우쳤는지 알게 해준다.
그런데 차기 대선을 향해 뛰는 여당 유력 주자들의 정책을 뜯어보면 현 정부보다 훨씬 더 규제와 이념에 치우친 반시장 흐름을 보인다. 이미 실패로 끝나 국민의 심판을 받은 규제 위주의 정책을 혁파하기는커녕 강성 지지층의 표 결집을 의식한 포퓰리즘을 드러낸다.
여당 주자로 선두를 내닫고 있는 이재명 경기 지사는 지난 6일 ‘부동산 시장법 제정’ 토론회에서 주택매입관리공사 설치를 주장했다. 집값이 떨어지면 국가가 매입해 공공임대로 내놓고 집값이 폭등하면 매입 주택을 시장에 내놓아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 지사는 또 “필요하지 않은 부동산을 보유한 경우 심하게는 손실이 날 수 있도록 (세금)부담을 강화하겠다”며 “보유세를 온 국민에게 공평하게 되돌려주면 기본소득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국민 85%는 받는 게 더 많다면서 1인1표 민주주의 국가에서 압도적인 다수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은 통과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부동산 가진 사람들의 돈은 징벌적 과세로 뜯어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세 정의와 기능을 왜곡하는 비뚤어진 시각이 담겨 있다.
이 지사는 이념 성향이 워낙 뚜렷하고 그동안 내세운 정책도 대부분 분배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언론계 출신으로 현실감각이 뛰어나고 정치와 행정 경험도 풍부하다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 지사에 못지않게 반시장 성향이 강한 토지 규제를 제시했다. 출마 선언에서 개헌을 통해 토지 공개념을 입법화하자고 주장한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택지소유상한법, 개발이익환수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토지 3법을 대표 발의했다. 택지소유상한법은 법인의 택지소유를 회사·공장 설립 등 목적으로 한정하고 개인은 서울이나 광역시에서 400평 상한선을 두는 내용이다. 개발이익환수법은 현행 20%대인 환수부담률을 50%로 높이고 또 종부세법을 개정, 유휴토지의 가산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여당의 1, 2위를 다투는 대선 주자들이 선명성을 내세운 비현실적인 정책을 쏟아내는 데 대해 가격 왜곡을 우려하는 분위기와 냉소적인 반응이 시장에 팽배해 있다. 4·7 선거에서 참패한 직후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며 고개 숙였던 민주당이 다시 입법 만능주의 유혹에 빠져 시장을 호령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이 지사의 주택매입관리공사 주장에 대해 “아파트가 정부미(米)냐”고 꼬집었다. 정부가 쌀을 창고에 쌓아두고 수급조절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아파트값을 잡겠다는 발상이 너무 한가하게 들린다는 말이다. 집값을 조절하려면 전국 2000만채 주택의 10% 200만채는 보유해야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인데 한 채 값을 1억원만 잡아도 200조원, 2억원 잡으면 400조원이라는 엄청난 재원이 든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 미분양주택 10만 가구가 쌓여 당시 정부가 해결할 방도를 찾지못하고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국세와 지방세 감면 등 온갖 부양책을 동원한 사실을 감안하면 재정의 한계가 쉽게 드러난다.
토지공개념은 노태우 정부가 토지투기를 잡겠다며 법률에 도입한 개념이다. 그러나 근간을 이루는 토지초과이득세법이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1994년 헌법불합치, 택지소유상한제는 1999년 위헌 판정을 받았고 개발이익환수법은 시행과 중단의 부침을 거듭해왔다. 이 전 대표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판정을 받은 법률을 사실상 다시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압도적 다수의 국회의석을 내세워 힘으로 법체계를 바꾸고 시장을 압도하겠다는 오만으로 비친다. 민주당 선두권 주자들의 강경 정책에 진보 좌파성향의 당원들은 지지를 보낼지 모르겠으나 중도와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우려와 거부감을 떨치기 어렵다. 임대차 3법으로 전·월세 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와 국민에게 큰 부담을 지운 여당이 경제 3법이니 토지 3법을 또 꺼내 들고 아직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죽비는 대나무 손잡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길게 쪼개 사찰 공양이나 수련에서 신호를 보내고 졸거나 자세가 흐트러진 승려의 어깨나 등을 두들겨 경계하는 도구로도 쓰인다. 공부 게을리하고 졸던 승려가 죽비 맞고 정신을 번쩍 차리면 다행이겠지만 맞은 뒤에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는 부류는 절 밖으로 쫓아내는 게 상책이다. 그래야 불가의 도량이 제 길을 찾아 대중의 신심을 얻을 수 있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