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직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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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갈법’ ‘언론징벌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통과시켰다. 이 날짜와 이 행위를 한 당사자들은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여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일단 연기했다. 법안이 확정되건, 이후 논란 끝에 확정되지 못하건 간에 상관 없이 정부 여당이 민주화와 언론자유에 역행하는 법 추진을 했다는 기록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
법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여기에서 거론하지 않겠다. 민주당 주장대로 규제 대상이 될 언론이 반대한다지만, 그렇지 않다.
때로 여당과 결을 함께하던 정의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일부 의원, 친 여당 인사나 시민단체까지 입법 반대 대열에 나섰다.
한국신문협회 관훈클럽 대한언론인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7개 언론단체는 법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지를 국회와 청와대에 보냈다.
이들 단체는 ‘언론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미명하에 헌법적 가치를 지니는 언론자유를 박탈하려는 것이며, 1972년 종신집권을 위해 유신헌법을 밀어붙인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주장한다.
사회 각계의 법안 규탄 의견 경청해야
여기까지는 민주당 말대로 ‘규제당사자’들의 반발이라고 치자.
여권 친노무현 원로 인사로 꼽히는 유인태전국회사무총장은 “자유언론실천재단까지 이걸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건 상당히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이런 환경 속에서 처리하는 건 굉장히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정권 시절 자유언론 수호에 앞장섰던 원로 언론인 모임인 자유언론실천재단은 ”법안 강행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에 나서라“며 ”1987년 이후 긴 군부독재 터널을 뚫고 얻어진 언론자유에 심각한 제약과 위축 효과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 이부영 이사장은 ”제대로 심의도 하지 않고 법안을 졸속 처리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민주주의 근본을 위협하는 교각살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언론자유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를 보는 국제 언론단체들의 반대도 강력하다.
세계 최대의 기자 단체인 국제기자연맹(IFJ)은 “이 법안은 가짜뉴스에 대한 근본적으로 잘못된 이해에 기반하고 있다. 부정확한 보도에 과도한 징계를 도입해 한국 언론인들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며 법안 폐지를 촉구했다.
이밖에도 세계신문협회(WAN) 국제언론인협회(IPI) 서울외신기자클럽 등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의 언론자유가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자, 이쯤 됐으면 정부 여당은 한번쯤 뒤돌아 보고 숨을 고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작정 야당과 보수 언론의 피해의식이라고만 밀어 붙일 일이 아니다.
언론자유는 훼손해선 안되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
언론자유에 관한 담론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미국 수정헌법 제1조다.
’연방의회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없다‘가 그 내용이다. 여타의 많은 자유와 달리 언론의 자유는 거의 무제한으로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수정헌법 1조의 정신이며, 민주주의의 버팀목이라는 지고한 명제였다.
그리고 이 정신은 200년 넘게 지켜져 온 것이 선진 민주사회이다. 우리나라의 법원도 최대한 이 정신을 살리려는 노력을 해왔고, 수많은 판례가 존재한다.
당장 정권 유지나 정권 재창출에 저해가 된다해서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민주화에 역행하는 크나큰 오점이 될 것이다.
사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거대 여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여 입법을 강행한다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
법 강행 추진 주역들 역사에 기록하자
며칠 전 몇몇 신문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주역 핵심인사들을 소개했다.
법안 발의를 밀어붙인 5인방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이낙연(대선후보) 송영길(당대표) 정청래 길용민(법안발의 앞장) 김의겸.
다른 분류로 바람잡이(이상직 김의겸) 법안발의(정청래 김용민 박정 윤영찬 최강욱) 행동대(도종환 박정 김용민 김승원) 컨트롤타워(이낙연 송영길 윤호중 이재명) 침묵과 동의(문재인 황희문체부장관)를 적시했다.
또 달리 여당 대선 주자들 즉,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정세균을 언론재갈법 폭주를 부추기는 여당 주자로 지목했다.
좋은 시도라고 본다. 거여(巨與)의 일방통행식 입법 횡포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면 우리는 역사의 심판에 맡길 수밖에 도리가 없다.
훗날 이들의 행위가 옳았다고 판명된다면 우리는 그들을 칭송하고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민주화에 역행한 것으로 밝혀지면 그들을 비판하고 오명을 씌우면 된다.
우리는 사회 많은 분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끝까지 주목할 것이다.
필자 약력
(전) 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기금관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