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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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코로나 4차 유행에 따른 성장 위협보다는 집값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 위험을 더 심각하게 봤기 때문이다. 집값은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11억 원을 돌파하는 등 강력한 각종 규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게다가 올해 2분기 가계신용 잔액도 사상 최초로 1,800조 원을 넘어서는 등 폭발 위험이 무척 커졌다. 특히 가계 빚이 1년동안 168조6000억원이나 폭증,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는 등 증가 속도가 무척 빨랐다. 이에 따라 초저금리를 경제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로 본 것이다. 다시 말해 초저금리를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대출 규제만으로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이 총재가 지난 7월 국회 출석해 “금융불균형 문제는 늦으면 늦을수록 더 많은 대가를 치른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최근의 물가상황도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실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2.3%를 기록한 이후 4개월 연속 2%대 중반대를 보이면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았다. 연초 식료품 등에만 집중됐던 가격 급등이 이젠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도 2.4%로 2018년 12월(2.4%) 이후 가장 높았다. 이밖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점이 구체화되면서 선제 대응할 필요성도 금리인상을 거들었다.
금리 인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뭐니뭐니 해도 코로나 4차 유행에 따른 경기후퇴 우려였다. 하지만 확진자 수 급증으로 수도권에 4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되는 등 방역 조치가 사실상 통금 수준으로 강화됐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이것이 힘이 됐다. 미용실이나 학원 등 일부 대면서비스업 충격이 그리 크지 않았고 7월 신용카드 승인액도 전년 대비 7.9% 증가, 지난 2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백화점 매출도 6.5% 증가해 6개월 연속 늘었다. 전달 감소했던 할인점 매출은 7월에 9.5% 늘어 한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고 온라인 매출도 45.9% 늘었다. 다만 소비심리가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100을 웃돌아 낙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인상으로 집값과 물가 상승세가 멈추고 가계부채 증가율이 둔화될 지는 미지수다. 이 총재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이번 조치(기준금리 인상) 하나로 금융불균형이 해소되는 건 당연히 아니다"라고 단언하고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올리면 경제 주체들의 차입 비용이 높아지고, 위험 선호 성향을 낮추기 때문에 가계부채 증가세나 주택가격 오름세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1회 인상만으로는 금융불균형 완화 효과를 낼 수 없는 만큼 기준금리를 연내에 추가 인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총재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묻는 말에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이라고 언급,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전제하고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고 실질금리가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어 실물경기에 제약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추가 (금리) 조정의 시기는 코로나19가 경제에 줄 영향, 미 연준 등 주요국의 정책 변화 등을 봐야 한다"고 말하고 "늘 그렇듯 서두르지도, 지체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올해 열릴 금통위는 10월 12일과 11월 25일 등 두 차례 남아있다. 현 상황에서는 11월 인상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