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세금·규제강화에 거래 활성화 맞서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여야 대선 주자들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주요 경제정책을 둘러싼 대립과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주자들은 세금과 금융 등 규제강화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면서 공공주택 건설 재원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공약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야권 주자들은 신혼과 무주택자를 위한 특별공급을 배려하되 세제개편을 통한 부담완화로 시장 기능을 살려 전체적인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 안에서 지지율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를 추격하는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등 예비후보별로 다소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토지공개념과 증세 등 시장을 억제하려는 이념 성향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이 앞장서 문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 수요억제에 기반한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제시한 원가주택이나 원 전 지사의 생애 첫 주택 국가찬스공약 등에 대해 당내에서 포퓰리즘 지적이 있었으나 시장을 살려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세금을 줄여야 한다는 보수 야당의 시각에는 이론이 없었다.
 
시장에 대해 깊은 불신부터 드러낸 이재명 지사는 부동산 공화국을 혁파해야 한다며 기본소득에 이어 기본주택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임기 내 주택 250만호를 공급하겠다며 이 중 100만호를 기본주택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건설 원가수준의 싼 임대료로 30년 이상 살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역세권에 30평대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를 만들어 토지공개념을 실현하고 세수전액을 기본소득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조세와 금융규제 등으로 거래 제한을 강화해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방안도 들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성남서울공항을 옮겨 주택 3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통해 공급확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주택에 적정주거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택지소유상한과 개발이익환수, 종합부동산세법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발의하고 이를 재원으로 균형발전과 청년주거복지,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에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도 거론한 적이 있는 토지공개념에 유독 집착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주자 가운데 정 전 총리가 비교적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세제강화나 금융규제 등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현 정부의 공급대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공공주택 130만호, 민간 150만호를 건설해 ‘공급폭탄’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 전 총리의 제안은 아직 당내에서 큰 흐름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지나가는 형편이다.
 
윤 전 총장은 야당 주자로서 부동산 정책을 1호 공약으로 제시해 저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기 5년간 수도권 130만호를 포함, 전국에 250만호 이상 새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는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세제를 재검토해 국민부담을 줄이고 시장을 정상화하는 구상에 방점을 두었다. 무주택청년층에게 원가로 30만호를 공급하고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 20만호를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재건축 용적률을 200%포인트 올려 증가분의 절반은 공공분양으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 등은 윤 전 총장이 제시한 원가주택에 대해 엄청난 재원이 들어가는 좌파보다 더한 헛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원 전 지사는 지난 7월말 신혼부부와 무주택자들이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할 경우 공공임대보다 원하는 곳에서 사고 팔수 있도록 국가가 절반을 부담해주는 국가찬스공약을 발표했다. 또한 세무사도 포기했다는 복잡한 양도세를 완화해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돌리고 임대차 3법을 폐지해 해법을 시장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대선주자들의 대책을 보면 수요를 억제해 집값을 안정시키되 세금을 더 걷어 무주택자 등을 위한 특별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안과 세제를 개편, 거래를 활성화해 시장을 통한 공급을 늘리겠다는 흐름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문 정부가 수요억제로 집값을 안정시키려다 실패하고 뒤늦게 공급 확대에 나선 전후 사정을 보면 시장 기능을 통한 수급 정상화 방안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금과 규제강화를 통한 집값 안정을 외치는 여당이 다시 집권하면 집값이 더 뛰고 야당이 내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누그러질 것이라는 역설이 시중에 나돌게 된 배경이다.
 
규제 강화 위험하지만 시장 만능도 경계해야
 
그러나 거래를 활성화해 시장을 통한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안이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세제를 개편해 보유와 거래 부담을 낮출 경우 길게 보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집값 급등을 부를 우려가 크다. 갑자기 집값이 상승하는 단기 부작용을 막기 위한 세부 대책을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무주택자나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공급대책을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모두 확대해야 한다. 모두 재정을 투입해 대응하겠다는 무리한 계획을 지양, 민간의 주택건설 몫 중 일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용적률 제한을 과감하게 풀어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을 대폭 늘리면서 그중 일부를 특별공급에 돌릴 수도 있다. 큰 흐름은 시장에 맡기되 세부 대책에 정부와 공공부문에서 조정, 개입하도록 여지를 두어야 한다. 규제만능주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지만 시장도 만능일 수는 없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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