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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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길 막히고 빚 부담 떠안아 활력 상실
현 정부는 처음부터 경제정책에서 헛발질을 거듭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시장에 반하는 정책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추진, 오히려 일자리 감소를 초래했고 탈원전 정책은 전력산업을 비틀어 대외 경쟁력 위축과 기술인력 감소를 불러왔다. 게다가 코로나 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곤두박질치고 자영업이 몰락하는 일대 위기가 엄습했다. 정부는 경제적 위기의 주요인을 코로나 19로 돌리면서 총선이나 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보편적 성격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나서는 등 민심 무마책을 폈다. 돈 뿌리는 단기 대책이 잠시 내수를 살리는 듯 반짝 효과를 내기도 했으나 좌파 이념에 편향된 반시장의 정책 기조로 인해 출발부터 어긋났다는 비판을 무디게 만들 수는 없었다.
소주성과 탈원전 외에도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임기 내에 이루겠다 공언했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를 비롯한 공기업들이 정규직 전환에 경쟁적으로 나서 그간 10대 공기업에서 4만9000여 명이 정규직으로 바뀌었다. 인국공 사태는 어렵게 취업을 준비해온 취준생과 정규직들의 반발을 사 ‘비정규직 제로’의 부작용을 여실히 드러냈다. 노동 약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취준생들의 진출을 아예 가로막아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기업들도 신규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규직으로 입사하면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할 정도로 경직된 노동 규제와 강성 노조 때문이다. 상위 500대 기업중 3분의 2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고 한다.
젊은 세대에게 당장 취업 과제만 고달픈 게 아니다. 집값을 책임지고 잡겠다던 정부가 세금과 규제 위주로 시장 누르기에 나섰다가 부동산 정책에서 실정을 거듭했다. 임대차 3법이 시장을 들쑤셔 신혼부부가 전셋집 구하기가 내집 마련 만큼이나 어려워졌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 8월 수도권 아파트 전세값이 평균 4억4000만원에 달해 3년 반 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와 비슷했다. 정부의 호언장담을 믿고 주택 구입을 미뤄왔거나 전세를 얻어 가정을 꾸리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졸지에 목돈을 강탈당한 것 같은 허탈감을 안겨주는 소식이다.
취업과 내집 마련이 어려워지면 결혼은 늦어지고 출산율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고령화는 갈수록 빨라지고. 이런 추세라면 건강보험료 누적 적립금이 몇 년 내에, 국민연금 적립금은 2057년 바닥날 전망이라고 한다. 취업과 주택 마련에서 불평등을 겪고 기존 가입자 위주의 공적 연금과 보험 제도에서도 차별을 받는 구조에서 반발하지 않을 세대는 없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추경예산을 거듭 편성하고 내년 예산에도 604조원의 확장재정을 반영키로 했다. 곳간 풀어 돈 쓰는데 맛을 들이면서 정부가 직접 갚아야 할 국가채무가 내년 11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곳간을 마저 열라고 정부를 다그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답변에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형편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올해 태어날 신생아가 18세 고교 졸업할 때쯤 되면 1인당 1억원이 넘는 채무를 안게 된다. 국가 경영을 책임지겠다는 일부 대선 주자까지 국가채무를 장부상의 빚으로 우습게 여기고 있지만 이는 재정 흐름을 간과한 단견이다.
미국은 재정 형편이 극도로 악화된다 해도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채무를 갚기 위해 어설프게 발권력을 동원했다가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경제 파탄을 초래할 위험이 높다. 결국 국가채무가 늘면 다시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에 빠져 적자 누적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환율불안으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를 피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초긴축재정으로 씀씀이를 줄여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다음 세대를 위해 미래에 지출할 비용과 투자 여력을 희생시켜야 가능한 단계다.
최근 대선 관련 여론 조사를 보면 젊은 세대가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낸다. 60대 이상 부모 세대의 보수적 성향은 줄곧 정권에 비판적인 흐름을 지켜왔다. 여기에 20대 자녀 세대의 비판 여론이 더해져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굳어지는 추세다. 취업과 공적 연금 등에서 차별을 받고 상대적 박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세대가 이념에 치우친 정책에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본다. 차기 지도자는 부모 세대가 겪은 반시장 경제의 폐해가 자녀 세대까지 고통을 주지 않도록 과감한 전환을 단행해야 한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