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뛰고 배임 등 민·형사 줄소송 예고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문재인 정부가 국민 여론을 외면하고 강행한 탈원전 정책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과 한국전력 적자 확대, 전기요금 인상 등 후폭풍을 불러왔다. 검찰은 2018년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개입,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을 결정하게 한 혐의로 백운규 전 산업통산부 장관과 채의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을 배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올 6월 말 기소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을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한전과 한수원 적자가 누적되면서 야당 정치권과 한전 주주들은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내겠다는 방침이어서 탈원전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
 
원전은 안전 가동을 위해 매우 엄중하게 관리되고 경비가 삼엄해 접근하기 까다로운 곳이지만 아주 폐쇄적인 설비는 아니다. 원전 가동에 이상 조짐이 보이면 인근 주민과 시민환경단체가 나서 즉각 감시에 나서고 회사와 안전 관련 전문가 집단의 진상 파악도 정밀하게 이뤄진다. 건드려서는 안 될 성역이 아니라 건설 단계부터 가동, 운용과 점검 실태 등을 공개하고 감시받는 곳이다. 탈원전을 둘러싼 잇단 변고는 원전을 잘못 건드려 발생한 후폭풍이 아니라 국민 뜻을 외면한 일방적인 폐쇄, 건설 중단 등 정책 결정과 이를 위한 경제성 조작 의혹, 전기요금 인상, 정책 결정 라인과 경영진의 위법 논란으로 신뢰를 저버렸다는 데 기인한다.
 
정부와 한전은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을 발표하면서 10월부터 4분기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3원 올렸다. 2013년 이후 8년 만이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1050원 정도 더 물게 되므로 언뜻 큰 부담은 아닌 것 같지만 변동제한폭(3원) 때문에 실제 13.8원의 인상요인 중 일부만 반영한 결과다. LNG(액화천연가스)와 석탄가격 변동에 따라 내년에도 더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가 탈원전을 강행한 이후 원전 비중은 약 30%에서 23%로 떨어지고 석탄과 LNG 비중이 빠르게 늘었다. 게다가 국제 LNG가격은 올들어 3배나 급등했고 석탄값도 올랐다. 비교적 저렴한 원전 비중은 떨어지고 비싼 LNG가 늘어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탄소중립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61.9%로 늘리려면 불규칙한 태양광과 풍력 전기를 저장하기 위한 ESS(에너지저장장치) 설치에 최소 787조, 최대 1248조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현 단계에서 탄소 저감에 가장 효율적인 원전을 배제할 경우 임야와 산지를 파헤치거나 갯벌과 수면까지 차단하는 태양광 설비의 마구잡이 증설이 불가피하고 여기에다 엄청난 전기요금 부담이 따를 전망이다. 독일과 덴마크처럼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쓰는 나라에서는 우리의 몇 배나 되는 전기요금을 부담하고 있다.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된 올해 한전 적자는 3조2677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전망했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들은 연동제 도입과 함께 국내 전기요금 인상이 수년간 이어져 가계와 기업에 주는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보았다. 코로나 19로 문을 닫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줄을 잇는 판국에 전기요금 인상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원자재 수입물가가 뛰고 산업용 전기요금까지 더해지면 한계에 이른 중소기업은 벼랑으로 몰릴 수밖에.
 
탈원전을 보는 국민 여론은 애당초 곱지 않았다.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도 국민은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고 이후 여러 차례 나온 여론조사도 부정적인 결과가 압도했다. 시민단체와 학생들이 주도하는 탈원전반대서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해 거의 100만명에 이르렀다. 최근 한국원자력학회가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원전에 찬성하는 응답이 72%를 넘었고 원전의 안전성에도 비슷한 수준의 신뢰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원전기술 경쟁에 뛰어들면서 제3세대 원전의 안전성과 내구성이 더욱 강화됐고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고 수준의 원전기술을 자부해왔으나 탈원전 이후 전문인력이 줄고 후진 양성도 위축되면서 경쟁 대열에서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백 전 장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가 원전 경제성 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한전과 한수원 경영진도 탈원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문재인 정부 퇴임 이후라도 민·형사상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반발은 이런 움직임을 부추기고 한전 등 관련 기업 소액주주들의 발길도 분주하다. 황교안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과 관계 장관,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아무리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고 소신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면 변고가 나게 마련이다. 원전이 건드려서는 안 될 대단한 존재라서 동티가 난 게 아니라 몇 년 권세를 믿고 민심에 정면으로 거슬렀기 때문이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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