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고기를 대체하는 대체육에 이어 생선을 대신하는 대체 해산물이 뜨고 있다. 그동안 ‘해산물’은 육류보다 건강에 훨씬 이롭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 결과 굳이 해산물 대체식품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었다. 이로인해 해산물 대체식품 개발도 더뎠다. 그러나 최근들어 중금속 과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로 대거 흘러 들어가 바다가 오염되면서 오염된 해산물을 콩과 토마토 등 식물로 만드는 ‘대체 해산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물 기반 대체식품’이라고 하면 소고기를 흉내 낸 햄버거 패티나 돼지고기를 흉내낸 소시지 제품 등 이른바 인조 고기만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체 해산물이 각광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및 통계 전문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비자가 구매한 대체 해산물은 전체 식물 기반 대체식품 중 약 29%나 됐다, 26%를 기록한 돼지고기 대체육보다도 비중이 더 컸다. 지난해 세계 식물성 대체 식품 시장(두부 제외)은 감염병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 33.4%나 크게 늘어난 49억3970만 달러(6조원)에 달했고 올해는 55억8770억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유로모니터는 추산했다.
 
대체 해산물엔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생선과 비슷한 식감과 맛을 내는 ‘식물성 대체 해산물’과 어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배양한 뒤 이를 3차원(3D) 프린팅 방식으로 용도에 맞게 만들어내는 ‘세포 배양 해산물’ 등 두 종류가 있다.

이들 대체 해산물의 시장 전망은 무척 밝다. 굳 푸드 연구소(Good Food Institute)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대체 해산물의 매출은 약 12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3%나 성장했다. 식물로 만든 새우, 연어, 참치 통조림은 물론 이젠 생선 몸통까지 만들기에 이르렀다.
 
특히 미국은 올해 상반기에 대체 해산물 분야 투자액이 약 7000만 달러로, 지난 2개년 투자 총액과 맞먹을 정도로 급증했다. 가장 많은 투자가 몰리고 있는 대체 해산물은 참치다. 참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성 참치는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활용해 고소하고 담백한 참치 맛을 재현한 대체식품이다.
 
현재 해외에서 출시되는 대체 해산물은 글루텐 프리 (Gluten-free), 유제품 프리 (Dairy-free) 제품인데다 유전자 변형 프리 (GMO-free)까지 갖춰 건강에 해가 없다. 게다가 중금속 섭취에 대한 우려도 없어 임산부와 태아가 먹어도 안전하다는 게 식품시장의 평가다.
 
미국에선 통조림과 파우치 형태의 비건 참치가 대중화됐고, 일본에서도 최근 비건 참치 통조림이 처음 출시됐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식품·유통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예의 주시하기 시작한 단계다.
 
지난 2019년부터 채식주의 시리즈를 통해 10여가지 식물성 먹거리들을 출시해 온 편의점 CU는 업계 최초로 이달 중순 식물성 참치를 넣은 ‘채식마요 삼각김밥’과 ‘채식마요 김밥’을 출시했다. CU는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활용해 참치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구현한 식물성 참치에 식물성 마요네즈를 더하고 CU의 레시피 노하우를 결합해 일반 참치마요 토핑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맛을 구현했다. 이에 따라 이 제품은 출시 직후부터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매출이 기존 채식 제품에 비해 네 배 이상 높았다.
 
한편 풀무원은 세포 배양 해산물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미국 스타트업 블루날루와 업무협약을 맺고 투자까지 했다. 풀무원은 “세포 배양 해산물은 강이나 바다에서 잡은 해산물과 달리 미세플라스틱, 수은 등 오염 물질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는 게 장점”이라면서 “제품의 국내 출시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서는 벌목이나 탄소배출이 불가피하나 대체식픔은 이같은 것들이 필요 없다. 한마디로 환경친화적이다. 콩이나 버섯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이나 첨단 미생물 발효 기술로 개발한 단백질을 활용, 실제 육류나 수산물과 거의 같은 식감과 맛이 나도록 가공한 식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육고기와 유제픔을 생산할 때 문제가 되는 항생물질 섭취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적색육 섭취를 꺼려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체 해산물 수요가 크게 늘 것이 분명하다고 국내 식품업계는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래 세대를 중심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실제 해산물보다 더 맛있고 안전한 대체식품을 만들 수만 있다면 차별화된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환경과 윤리, 건강식품에 대한 인식이 유례없이 높아지고 있어 환경의 지속가능성과 영양·안전성 측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대체 해산물 시장의 꾸준한 약진이 기대된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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