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거론 '지난정권 인사들'언론에도 있다 논란

지난 IMF 경제 위기 이후 우리 나라는 진보민주정치인들이 정권을 두 차례 잡으면서 10년간 정부의 키를 잡아왔다.

이 와중에 사회 곳곳에 친여 세력이 포진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정부 요로와 청와대 각 요직,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등에 포진한 것은 물론, 친여 성향 인사들이 대거 각 영역에서 급부상했다.

언론계도 마찬가지. 보수매체인 이른바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이 청와대의 주인들(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싸우는 동안 이들 보수 언론의 상대는 청와대와 정부당국만은 아니었다. 진보매체들과 진보언론인들도 이 싸움에서 보수적 언론과 한 판 승부를 벌인 것.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 필봉을 휘두르던 언론인들은 그 인재풀에서 수많은 유력인사를 배출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 정부가 임명한 인사들은 알아서 물러나라"고 공격하는 지경에 가장 먼저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게 바로 이들 언론계 출신으로 출세한 인사들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우선 언론계에서 코드 인사로 출세한 대표적인 인사로 꼽히는 사람은 정연주 현 KBS 사장이 있다. 여러 무리수에도 불구, 임명이 강행된 인사로 임명과 재임 중 이러저러한 잡음을 빚었다. 하지만, 본인은 내년 11월까지 남은 임기를 마치겠다는 태세다.

박래부 언론재단 이사장은 한국일보맨 출신이다. 그는 기명으로 칼럼을 써 진보정권을 엄호했다는 평을 듣는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언론재단으로 영전해 현재 일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정운현 언론재단 연구이사에 대해서도 코드 덕에 출세한 언론인으로 꼽는다. 이 신문은 "정 연구이사는 대표적 친노 매체인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출신이다. 방송광고공가 정슌균 사장 역시 전 국정홍보처 차장을 맡은 바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국정홍보처는 노무현 정권의 '언론과의 대립각' 정책들을 가장 앞장서 주도한 부서다.

강기석 신문유통원 원장, 정승균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등도 대표적인 언론계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른바 진보매체인 '경향신문'이 이들을 거론하고 있다는 것.

이것은 언론계 스스로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특정 정권과 유착되는 듯한 양상을 언론인이 보이거나 그 대가로 출세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게 본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결국 안 원내대표가 던진 "알아서 물라나라" 발언은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으레껏 있는 연례 행사나 물갈이가 아닌, 사회 각 분야들, 특히 언론이 특정 정당이나 성향에 줄서서는 언젠가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절차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소 거칠게 문제가 흘러가는 감이 없지 않지만, 이번 안 원내대표의 '충격파'가 언론계 일각에서는 은근히 환영받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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