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경 작가
▲ 조은경 작가
2022년의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해를 맞아 뒤를 돌아보고 앞을 내다본다. 작년 중반만 해도 연말까지만 버티면 코로나가 물러날 줄 알았다. 그런 의미에서 그 때는 도리어 희망적이었다. 오미크론 변이까지 나타난 지금, 그래서 서둘러 3차 부스터 샷까지 맞아야 하는 지금이 도리어 자욱한 안개 속에 있는 것 같다.

인류는 언제나 좌절을 극복해왔다고 알아왔다. 그 끔찍한 히틀러의 시대도, 식민지 치하의 영원할 것 같았던 암흑의 시대도, 인류는 지나왔다. 같은 인류에게 저지른 만행, 피부색이 다르다고, 종교가 다르다고, 또는 자기보다 약하다고, 노예로 학대하고 또는 아예 멸종시키려고도 한 불행의 역사가 인간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지금 코로나에서 얻는 고통은 인간과 타 동물들과의 관계에서 말미암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알다시피 코로나 19는 중국 지역에서 있었던 박쥐의 섭취로 인해 일어났다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동물까지도 그냥 두지 못하는 인간의 교만에서 일어난 일인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교만은 엄청난 소비를 가져왔고 넘치는 플라스틱의 홍수, 쓰레기의 산, 석유의 소비 등이 기후변화를 불러왔다. 지금 북극의 만년 빙하는 녹아가는 중이고 지구상의 기온은 1.5도가 상승했다는 설도 있다. 온도 상승으로 농산물 생산도 변화하고 식량 자급률은 온도 1도 상승에 20%가 감소한다는 추론도 있다. 과학적으로 통계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기후변화가 심해졌다는 것을 체감한다.
 
인간들 사이에서, 인간과 다른 종 사이에서, 인간과 지구 전체와의 관계에서 인류는 좌절을 뚫고 차차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생태학자 최 재천 교수의 말대로, 인간이란 학명이 지혜를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지만 공생을 뜻하는 호모 심비우스로 가야만 그나마 지구를 보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코로나 시대에 있기 때문에 최 교수의 논리는 더욱 우리를 각성시킨다.

시골에 사는 주민으로, 비록 생계를 위해 농사짓지는 않지만 농업인들과 함께 사는 농촌 주민으로, 느끼는 바가 많다. 변화무쌍한 기후 때문에 해가 갈수록 농사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벼농사 아니고는 나라에서 책임지고 농산물을 수매해 주지도 않는다. 벼농사라 해도 과도히 풍년이 들었을 때, 쌀값 하락에 대해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수출해서 먹고 사는 나라다. 대신 상대국으로부터 무엇이라도 수입해줘야 한다. 그러다보니 애꿎게 그 대상이 농산물이 되기 쉽고 우리 농민은 의도치 않게 피해를 본다. 그렇다고 모든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할 수는 없고 혹시 수입이 막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국내의 농업 기반을 무너뜨릴 수도 없다. 그러므로 국가가 농촌, 농민을 보호해 주어야 하는 것이 당위가 된다.

2022년 한 해는 더욱 더 농업 농촌이 그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1월 중에 코로나 치료약도 시판된다니 올해 안에 팬데믹 사태가 종식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벽사의 의미를 가진 호랑이 해이므로 더욱 그런 희망을 가지고 싶다.

도시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시골에 오고 싶어 하지만 많은 유튜버 들이 시골에 절대 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이야말로 시골생활에 대한 도시인들의 ‘밀당’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 센터에서는 시골생활 즉 ‘러스틱 라이프’를 이 한해의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시골생활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큰 적이 없었다. 지긋지긋해서 탈출한 시골이 도시인들의 로망이 되다니, 이래서 시골집으로의 유턴이 시작되는 거다. 마치도 한창 유행했던 이민이 역이민으로 바뀌고 기러기 아빠의 희생이 부질없는 것으로 바뀌듯이 말이다.
 
젊은이들은 유독 트렌드에 민감하다. 그들에게 관심이 많은 정치인들이 농촌 주택에 대해서는 세금 특혜 정책을 쓰겠다고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농촌에 살아볼 수 있게 ‘K마을 스테이’를 조성해서 숙박비, 식비까지 지원해 주겠다고도 한다. ‘농산어촌 유토피아’란 이름을 가진 정부 위원회도 있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의 농촌은 그야말로 곧 유토피아가 될 것 같기도 하다.
 
감사한 일이다. 농촌을 살려 멋지고 매력적인 장소로 만드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주니 우리 농촌이 진정 근사한 장소로 탈바꿈하기는 그리 어렵잖아 보인다. 2022년이 ‘매력 농촌’의 원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정책과 자금을 쏟아 부었다고 금방 농촌 경제가 활황이 되고 농촌 사람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떨 때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도와주는 경우일 때도 있다. 농촌에 쏟아 붓는 정책 속에는 규제가 너무 많다고들 말한다. 규제를 많이 풀고 농촌에 저절로 돈이, 사람이, 들어오게 두어도 좋을 것 같다.
 
2022년은 코로나의 안개를 뚫고 새로운 빛이 보이는 한 해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기다리지만 그 새로운 빛은 코로나 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구 자연을 생각하지 않는 과학 기술의 발전은 위험하다는 경고가 새로운 빛을 이끌어야 한다.

교만을 버린 겸손함으로, 공생하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로 살기로, 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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