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앤티 주주들, 금감원 항의 방문 ‘공정조사’ 요구

-주주들 “주가조작 때문에 개인투자자만 막대한 피해 입어”-
-정사장 “주가조작 연루설 '사실무근' 정면대응하겠다”-

지난해 태양광 테마를 타고 코스닥시장 최대 관심주로 급부상한 이후 급등락을 거듭해 많은 논란을 낳았던 에이치앤티(088960, 사장 정국교)가 또 다시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날 금감원 민원실에는 에이치앤티에 투자해 막대한 손해를 입은 주주들 20여명이 방문해 에이치앤티 주가가 급등락한데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금감원의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를 촉구하는 항의방문이 있었다.

이날 민원실에 모인 이들은 지난해 와컴투자연구소(회장 김석일)가 전국을 돌며 투자강연회를 열 때 회원으로 가입해 와컴 김석일 회장의 투자권유에 따라 소액부터 많게는 20억원 이상의 금액을 에이치앤티에 투자했다가 주가조작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큰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에이치앤티에 무슨 일이?=

에이치앤티는 컴퓨터용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의 핵심부품인 HSA(헤드스택어셈블리)를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회사로 지난 2006년 6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이후 지난해 4월 신동에너콤,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함께 우즈벡 내 태양에너지 관련 규소광산 개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뒤 태양광 관련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평균 4천~5천원을 오가던 주가가 불과 몇 개월 사이 9만원대에 육박하는 폭발적인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에이치앤티 경영진은 주가가 최고가인 8만9천700원을 찍었던 지난해 10월 8일을 전후로 보유지분을 장내 매도해 정국교 사장은 343억5천900만원(40만주, 2.48%), 이붕희 전무는 약 17억원(2만4천500주), 연종현 상무는 약 32억원(4만4천338주)의 차익을 실현했다.

정 사장은 이어 10월 11일 자청해서 주식매도 배경 등을 해명했는데 당시 정 사장은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며 “주가를 의도적으로 상승시키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주식시장의 왜곡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의도로 주식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의 발표 이후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고 뒤이어 11월 8일 에이치앤티는 우즈베키스탄과 추진키로 했던 사업이 무산됐다는 내용을 공시해 이후 주가는 무섭게 내려앉아 현재까지 회복을 못한 채 지난 12일 현재 종가기준 5천690원을 기록하고 있다.

 

◆에이치앤티 주가조작설 제기=

지난 11일 금감원에 모인 이들은 에이치앤티에 투자했다 엄청난 손해를 본, 와컴투자연구소 회원으로 가입한 주주들로,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에이치앤티 주가는 철저히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을 대표하는 김태영 회장은 “김석일 회장은 전국 각 지역을 돌며 투자강연회를 열고 '에이치앤티 주가가 앞으로 100만원대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회원을 모집했다”면서 “우리들 대부분은 그 말에 속아 3개월 회원은 500만원, 6개월 회원은 1천만원씩 회비를 내고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모아 에이치앤티에 투자를 했다”고 한탄했다.

김 회장은 “와컴 김석일 회장과 에이치앤티 정국교 사장이 서로 짜고 주가를 조작한 것”이라며 “이는 정 사장과 회사 임원들이 고점에서 보유주식을 매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석일 회장도 교보증권과 우리증권 차명계좌로 각각 250억, 200억원 정도의 수익을 거뒀을 것”이라며 “두 사람은 한통속”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 모임의 박성규 부회장도 “이런 내용은 주식투자로 손해를 본 회원들이 항의차 에이치앤티 본사를 방문했을 때 주주대표로 나섰던 K씨와의 관계에서도 잘 나타난다”면서 “정국교 사장과 김석일 회장의 밀월관계를 파악한 K씨를 입막음하기 위해 정국교 사장이 대리인을 내세워 2억5천만원을 K씨에게 건넨 정황을 담은 사진과 각서를 확보하고 있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정사장, 주주대표 2억5천에 매수”=

이들 주장에 따르면 김석일 회장은 피해 회원들 모임을 와해시키기 위해 K씨를 주주대표로 내세워 모임을 흔들려고 했고 이런 와중에 정국교 사장과 김석일 회장 간 모종의 관계를 눈치 챈 K씨가 이들 둘의 약점을 잡고 협박해 돈을 받아냈다는 것.

그런데 정 사장이 K씨에게 직접 돈을 건네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으니, 정 사장은 에이치앤티와 관련이 있는 L씨를 대리인으로 삼고 우즈베키스탄 광산개발과 관련이 있는 신동에너콤이 에이치앤티의 지분 25%를 300억원 이상에 양도하는 조건의 M&A를 추진하는데 K씨를 협상가로 내세워 M&A 착수금조로 2억5천만원을 줬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후 M&A는 성사되지 않았고 우즈벡 내 사업은 신동에너콤 자회사인 신동홀딩스와 한진피앤씨 등으로 넘어갔다.

박 부회장은 “회사에 찾아간 많은 회원들 앞에서 정국교 사장은 L씨를 두고 '자신의 대리인'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적이 있다”면서 “정황상 주주대표에게 그런 거액을 건넸다는 자체가 이미 그들의 관계를 말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은 또 “지난해 12월 초 우리 회원들이 전부 에이치앤티 본사에 찾아갔을 때 정 사장은 '손실액 전부를 보상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주당 2만5천원씩 오는 4월 10일경에 지급하겠다'고 구두로 약속을 했다”면서 “이런 약속을 믿지는 않지만 당시 격앙된 회원들은 정 사장의 이런 약속에도 어느 정도 안심을 했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함께 이들 모임의 강원옥 총무는 “이번에 금감원에 방문한 목적은 우리가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금감원이 추가적인 조사만 해도 주가조작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힐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총무는 이어 “금감원 조사팀 직원과 상담 결과 '추가적인 자료를 주면 검토해보고 재조사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좀 더 적극적이고 공정한 금감원의 조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첨언했다.

 

◆정국교사장 “이들 주장 모두 거짓”=

이들의 주장에 대해 에이치앤티 정국교 사장은 “그들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정 사장은 “내 보유지분 중 2.48%인 40만주를 팔아 340여억원을 남겼다는 부분 때문에 손해를 본 주주들에 대해 도덕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당시 돈 벌 욕심이었으면 얼마든지 더 팔 수 있었지만 돈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고 의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 주가를 안정시키려고 주식을 팔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해를 봤다는 그들도 내가 주식을 매도하기 며칠 전 회사 홈페이지에 보유지분 일부를 매도할 것이라는 내용을 명시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와컴 김석일 회장이 보낸 '팔지 말고 홀딩(보유)해라'는 문자메시지만 믿은 것도 문제”라면서 “또 내가 주식을 팔고서 2~3일 내 그들의 보유지분을 팔았어도 결코 손해를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사장은 또 “K씨는 자기가 신동에너콤과 관계가 깊고 우리 회사 지분 25%를 신동에너콤에 넘기는 조건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인 우즈벡 사업권을 우리에게 다시 찾아준다는 내용의 M&A를 추진하겠다며 착수금 2억5천만원을 요구했다”면서 “신동측과 M&A가 성사만 된다면 성사금으로 9억5천만원을 준다고는 했지만 착수금은 줄 수 없다고 말했다”며 K씨와의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L씨는 우리 회사 건설공사를 하는 사람이고 그의 친지도 잘 알고 있는 사이지만 사람들 앞에서 그를 내 대리인이라고 밝힌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면서 오히려 “만약 그들이 주장하듯 내가 K씨에게 착수금을 지불하는 등의 각서를 작성토록 했다면 굳이 대리인을 내세울게 아니라 내가 직접 받아놔야 정상 아니냐”고 주장했다.

◆“문제있다면 처벌받겠다”=

그는 또 “내가 착수금 지불을 거절하자 L씨가 K씨와 이번 M&A건을 성사시켜보겠다며 찾아왔고 필요자금 마련을 위해 서로 간에 정리해야할 3억원짜리 어음을 가져와 같이 어음 할인하는 곳에 가서 2억5천만원을 입금 받고 어음을 내준 것이 전부”라며 “결국 M&A는 물건너갔지만 지분 25%를 신동측에 양도해서 사업권을 따낼 수만 있다면 회사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M&A를 추진하려고 했었다”고 털어놨다.

주당 2만5천원씩 지급하겠다는 약속에 대해서도 정 사장은 “어느 누가 그런 약속을 하겠냐”고 반문하며 “다만 '올해 실적이 좋지는 않지만 내년에는 신제품도 나오고 신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니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달래기는 했다”고 답했다.

정 사장은 “이런 내용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일가친척들 계좌를 포함해) 금감원에 출두해서 철저하게 조사를 다 받았고 조만간 금감원 조사 결과가 나올 걸로 알고 있다”면서 “금감원에서 내가 주가조작에 연루됐다고 발표한다면 처벌받을 각오가 돼 있지만 이런 일로 계속 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면 법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번 소동을 겪으면서 내 능력의 모자람을 절실히 느껴 회사 대표직을 내놓고 능력 있는 사람을 영입하는 등 경영진을 교체했으며 구조조정도 완료해 앞으로 회사 경영실적 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한편 “주식매도로 확보하고 있는 돈으로 소년소녀가장돕기 등 장학재단 설립도 계획중”이라고 덧붙였다.

◆와컴측 “김석일회장 출근 안 해”=

한편, 와컴투자연구소의 김석일 회장과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와컴투자연구소로 전화를 했으나 와컴측 관계자는 “김석일 회장은 현재 회사에 출근을 안 하고 있고 회장이 먼저 연락해오지 않는 이상 따로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연락이 오면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이번 논란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K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도 에이치앤티에 투자했다가 평생 번 돈 다 날렸다”며 “이 얘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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