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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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이어서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 사라졌다.

“한일전(韓日戰)에서 패배하면 현해탄에 빠져 죽으라”던 막말도 옛말이다. 금메달에 실패하고 은메달을 따도 대성통곡하던 선수는 이제 없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메달 획득에 실패해도 마냥 슬퍼하지만은 않는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은 그것으로 만족해하는 듯 하다.

그들은 그냥 행복한 표정이었고, 만족스런 모습을 보여줬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성숙했다. 멋졌다. 존경스럽기 까지 했다.
 
올림피언들의 멋진 모습들

 
황대헌 선수는 500m 준결승 마지막 바퀴에서 추월하다 스티븐 뒤브아(캐나다)와 부딪치며 실격, 탈락했다. 황 선수는 자기 때문에 넘어진 뒤브아 선수를 찾아가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캐나다 선수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1500m 경기에서 2위를 하고나서 “황대헌(1위)을 따라가다 보면 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았다” 고 말한 바로 그 선수가 드뷔아다.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선수인 이승훈은 세 번의 올림픽에 출전, 금2 은3 등 5개의 메달을 딴 전설이다.

네 번째 올림픽에 도전한 그는 “이번에 욕심을 내면 또 과거로 돌아간다. 그러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피겨 스케이팅 남자 역대 최고 성적(5위)을 기록한 차준환은 첫 점프에서 실수했다. 그 실수만 아니었다면 4위 이상도 가능했다.

경기 후 “라이벌인 일본의 하뉴 유즈루(일본)를 이기지 못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차준환은 “내 실수가 더 아깝다”고 말했다. 우문(愚問)에 21세 선수의 현답(賢答)이었다.
 
외국 선수들도 멋졌다

 
올림픽 무대에선 전쟁의 그림자도 밀어냈다. 프리스타일 스키에서 동메달을 딴 러시아의 부로프 선수가 은메달을 딴 우크라이나의 아브라멘코 선수를 뒤에서 안고 서로 격려하고 축하했다.

전쟁 일촉즉발 두나라 선수간의 포옹은 큰감동을 줬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두 나라 사이의 고조된 긴장을 극복하는 제스쳐’라고 평가했다.
 
남자 크로스컨트리 15km 클래식 경기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핀란드의 리보 니스카넨 선수는 영하 8도의 추위에도 20여 분을 더 머무르며 함께 경기한 선수들을 기다렸다.

마지막 선수가 결승선에 들어오자 그를 껴안으며 반겼다. 니카스넨은 “올림픽에 출전한 모두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모두가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지원받는 것은 아니다. 선수로서 우리는 서로 존중해야한다”고 말했다.
 
역대 올림픽에서 9개의 메달 획득 기록을 갖고 있는 네덜란드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스벤 크라머르는 이번 대회에선 꼴찌였다.

그러나 그는 “꼴찌인 나를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MZ세대 올림피언들은 메달을 못따도 즐기려한다. 펀(fun)하고 쿨(cool)하며 때론 핫(hot)하다는 것이 이들의 모습을 요약한다.
 
이쯤 해서 국내 상황으로 잠시 눈길 돌리며 글 맺는다.

언제부터인가 여당 대선 후보 대표 공약인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뒷자리로 밀려났다.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는 전국민재난지원금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2030 세대는 73~74%가 반대했다.
 
그러자 여당은 ‘전국민’ 대상 지급을 접고 ‘국민이 반대한다면 안하겠다’ ‘국민 동의를 받아가며 시행하겠다’로 물러섰다.
 
누가 더 도움이 필요한지 따지지 무차별 퍼주기식 지원은 ‘공정하지 않다’는게 2030의 공정에 대한 개념이다. 무서운 2030이 거칠 것 없는 여당 대선후보 공약을 밀쳐낸다.

올림픽 현장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성숙함과, 대선이 코앞인 정치 현장에서 2030 세대가 보여 ‘공정’ 개념은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알리는 작은 표징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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