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과 상식 사회 위해 재능보다 중요한 인성과 품격

▲ 강원대 외래교수 류석호
▲ 강원대 외래교수 류석호
운명의 그날, 3.9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인 여야 양강(兩强) 이재명, 윤석열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

KBS 의뢰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이 동률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24~26일 이틀간 전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내일이 선거일이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이재명과 윤석열 후보가 나란히 39.8%로 동률로 조사됐다. 정당 지지도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36.9%로 똑 같았다.

이처럼 선거를 코앞에 두고 두 후보가 약속이나 한 듯(?) 지지율이 같게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세계 토픽감이 될 정도다.

대선 레이스 초반부터 후보 본인과 부인, 그리고 주변 등 각종 악재에 기인한 미증유의 ‘비호감 선거’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이번 선거는 막판으로 갈수록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이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나흘 전 TV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외교·안보 발언을 두고 “윤석열, 일본군 진출 허용?”(이 후보측) vs “이재명, 러시아 침공 두둔”(윤 후보측) 후속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

양측은 서로 “국가지도자가 될 사람이 (한반도 유사시) 일본군 진주를 허용할 수도 있다고 한 것은 전혀 믿어지지 않는 일”, “침공한 러시아가 아닌 침공당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자초했다는 인식(6개월짜리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러시아를 자극)은 충격적”이라며 상대방을 거세게 비난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후보가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을 허용했다'고 발언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허위사실 공표를 즉각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이날 특별성명을 통해 "윤 후보는 (전날 TV토론에서) 3.1절을 앞두고 한 자위대 한반도 진입가능 망언을 취소하고 순국선열과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날을 세웠다.

권 본부장은 이에 "윤 후보는 어제 '한일동맹하면 유사시 일본 진입을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질문에 꼭 그걸 전제로 하는 건 아니란 취지를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한일동맹을 하더라도 유사시 일본이 한반도 들어와선 안된단 얘기였다"며 "이것을 두고 이 후보 측이 일본군이 진입할 수 있게 하겠단 취지의 발언이라고 한 것은 덮어씌우기식 술책이다"고 비판했다.

어쨌든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발언으로 윤 후보는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의 항의를 받았고, 이 후보는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에서 공유되는 등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이 28일 이재명 후보의 '6개월 초보 정치인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되어서, 나토가 가입해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여러 가지 미숙한 점이 있다, 이것도 사실은 사실"이라며 이 후보를 감싸 파문을 키웠다.

이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우 본부장에게 "이재명 후보를 지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춰지느냐의 문제"라면서 "민주당이 이성을 찾기를 바란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대통령 관련 발언에 사과한 대선 후보’라는 코리아티임스기사를 링크해 우회적으로 이 후보 발언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지난 27일, 172석의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휴일인 토요일 느닷없이(?)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소집,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도입, 국회의원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확대를 비롯한 이른바 ‘다당제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도 이례적 사태다.

TV토론 사흘만에 전격적으로 의총을 통과한 민주당의 드라이브는 야권 후보 단일화 무산과 맞물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대한 ’역(逆)호위‘를 노린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선거 코앞 쇼‘라며 평가절하한다. 5년 전 문재인 정권이 이같은 정치개혁 공약을 똑같이 제시했으나 묵혀두었다가 임기말에 와서야 ’번갯불에 콩 볶듯이‘ 추진하겠다니 정권교체 여론을 물타기하려는 처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 후보는 대표적 ’태극기부대‘ 세력인 ’골수친박‘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에게도 ’국민통합정부‘를 제안하며 정치개혁을 함께하자고 러브콜을 보냈다.

야권의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두 후보간 단일화도 양측간 진실공방과 남탓타령 끝에 앙금만 더 깊어진 모양새다.

유력 대선주자가 서로를 대장동 ’몸통‘이라고 지목하며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힐난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윤 후보의 공격에 이 후보는 부산저축은행사건을 거론하며 ’수사를 왜 봐줬나“며 맞불을 놓았고, 윤 후보는 ”내가 (대장동 사업을 설계한) 성남시장을 했나“라며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또 최근 윤 후보의 지난해 12월 인터뷰 발언을 거론하며 “감히 선출권력으로부터 임명받은 임명권력이 겁대가리 없이 건방지게 국민에게 달려든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선거 외적 상황도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로 국제유가 및 곡물 원자재 등의 가격이 무서울 정도로 오르고 있어 수출과 금리, 밥상머리 물가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대선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틈탄 북한 미사일 도발도 골칫거리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적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27일 오전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나섰다. 이날 발사는 지난 1월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한 지 28일만이자, 새해 8번째 무력시위다.

오늘(3월 1일)부터 식당과 카페 등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코로나19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도)가 중단된다.

하루 확진자가 17만 명을 넘나들 정도로 감염 규모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패스가 사라지면서 앞으로 새로운 문제가 떠오르게 됐다. 마스크 착용과 인원 제한, 영업 제한을 제외한 모든 규제가 사실상 사라진 가운데 오미크론 확산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오미크론 확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연일 방역 대응 수준은 안정적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보는 것은 문제라는 의료계 지적이 이번 방역패스 해제에 따라 더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에서 ‘향후 60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電源·Power Supply)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 내내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문 대통령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선거용 민심 달래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루 전엔 전북 군산의 조선소를 방문, “군산 조선소 재가동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부가 함께 했다는 사실도 기억해 달라”고 했다. 재가동은 앞으로 1년이 남은 일인데, 일부러 행사를 만들었다는 게 야당의 비판이다.

청와대는 선거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하겠지만 누가 봐도 호남 지지층에 결집 신호를 보내는 노골적 선거운동이란 해석이다.

차기 대통령은 코로나로 피폐해진 민생을 추스르고, 복잡다기한 국제정세를 헤쳐나가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다. 게다가 현직 경제부총리마저 나랏빚이 1000조원에 달해 자칫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걱정된다고 하는 위기상황이라서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후보를 지지하든 대화의 말미에는 “후보들의 ‘능력’도 제대로 평가돼야 하지만 ‘품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진다.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다양한 조건 중 대통령다운 품성의 의 핵심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언행의 품격’에서 나오는 ‘안정감’이다. 대통령의 한마디 말과 결정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만큼 매사에 절제하고, 신중하며 품위가 있어야 한다.

말로 지은 구업(口業)은 때로 치명적이고, 경솔한 행동은 자칫 국가 전체를 위기의 나락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은 “어디 내놔도 자랑스럽고 훌륭하다”고 느낄 수 있는 품격 있는 언행이 평소부터 체화(體化)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나와 내 가족의 운명을 맡길 수 있다.

‘따뜻한 리더십’과 포용력도 필수적이다. 가정생활에서부터 야당, 시민단체, 종교, 노동조합, 국제문제 등 복잡다기한 사안들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는 또 최고의 ‘청렴성’이 요구된다. 역대 모든 정부에서 초기에는 ‘공정’ ‘상식’ ‘정의’ ‘민생’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집권 4~5년 차에는 예외 없이 핵심 측근들의 부패문제로 재임기간 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었다. 이런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결국 ‘공인의식’을 가지고 청렴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미국 현대사를 이끈 8명의 대통령에 대한 리더십을 분석한 로버트 윌슨의 역저(力著) ‘Character Above All(결국은 품성)’이 오늘 한국 대선정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성공한 미국 대통령들은 모두 인간적인 품성이 훌륭하고 자제력이 뛰어났다.
그들은 품성이 좋은 대통령이 결국에는 정치적 업적도 뛰어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대통령은 굳이 똑똑할 필요가 없다. 트루먼 대통령은 똑똑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서유럽을 스탈린으로부터 구하는 데 공헌했다. 대통령은 영리할 필요도 없다. 영리한 사람은 구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품성은 빌릴 수 없다. 대통령의 용기, 품위, 강력한 도덕성… 이런 것들은 원래부터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리더십 연구자들의 일치된 결론이다.

북송(北宋) 중기의 정치가이자 사학자인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은 ‘자치통감(資治通鑑)’에서 다음과 같은 ‘재덕론(才德論)’을 펼치고 있다. “재능과 덕성을 다 갖춘 인물을 구하지 못한다면 재능보다 덕성을 갖춘 인물을 써야 한다.

재능은 있으나 덕성이 없는 소인(小人)을 쓸 바에야 차라리 둘 다 부족한 우인(愚人)을 쓰는 편이 낫다. 소인은 그 재능으로 맡은 자리에서 온갖 나쁜 짓을 저질러 큰 해가 되지만, 우인은 나쁜 일을 하려 해도 지혜가 따라주지 않아 큰 해가 되지는 않는다.”

능력인가, 인품인가?

이는 춘추시대 말기 지백(智伯)이 자신의 일가를 멸족의 길로 이끌고 간 데에 대한 총평에서 나온 말이다.

진(晋)의 최고 실세 지선자(智宣子)가 지요(智瑤)를 후계자로 정하려 하자 친족 지과(智果)가 “그는 여러 면에서 재능이 출중하지만 어질지 못하므로 가문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다”고 다른 아들을 추천한다. 그러나 결국 지요가 후계자로 결정된다. 그가 지백이다.

당시 군주가 실권을 잃은 나라에서 여섯 집안이 할거(割據)하고 있었다. 그중 지씨 집안이 가장 강했다. 지백은 가문의 세력과 자신의 재능을 믿고 교만한 나머지 나라를 독차지하려는 야욕을 가졌다.

우선 가장 약한 두 집안을 멸망시켰다. 이어서 다른 집안을 차례로 공격하려 했으나, 조(趙), 위(魏), 한(韓) 세 가문의 연합 반격으로 집안이 멸문한다.

결국 마지막 세 승자가 나라를 삼분(三分), 제후의 대열에 들어감으로써 전국시대(戰國時代,BC 475~221)가 시작된다. 사마광은 지씨의 멸족은 지백의 재능이 덕성을 앞질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와 함께 그는 난세와 치세를 막론하고 재능이 덕성을 앞선 자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요즘 우리 사회는 지도층 인사들에게서조차 대화를 통한 타협과 화해보다는 품격을 의심하게 하는 행동을 많이 본다. 특히 “배운 사람이 더 하다”는 이야기마저 나올 정도다.

그러다 보니 ‘학력보다 인성’이라는 말로 인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이 직원을 뽑을 때도 그렇고, 학교에서 신입생을 선발할 때도 마찬가지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이미 그러한 방향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인성을 중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인간은 인성을 잘 갖추어야만 자신의 능력을 건전하게 발휘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나 공동체와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인성이 곧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기업이든 대학이든 능력이 다소 미흡한 사람은 가르침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지만, 인성이 잘못된 사람은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인성은 그 사람의 태도·품성·성격·가치관·신념 등 내면적인 부분으로서 쉽게 변화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바른 인성은 교통법규와도 같아 그것을 무시하게 되면 자신은 물론 타인마저 불행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도덕적인 지도자가 반드시 더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도덕적인 사람이 비도덕적인 사람보다 훨씬 더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오랫동안 권위주의와 사리사욕과 기만으로 가득 찬 지도자들에게 시달려 온 사회에서는 도덕성이 가장 중요한 지도자의 요건 중 하나가 된다. 도덕성의 결핍은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병폐이다.

공자는 사람을 지자(知者)와 인자(仁者)로 나누었다. 지자는 눈치를 잘 보고 세상 물결을 잘 탄다. 그는 흐르는 물과 같다. 인자는 모든 일을 크게 보고, 먼 앞날을 본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 산과 같다. 지자는 전술에 능하다.

하지만 인자는 잔 싸움에서 백 번 번번히 지더라도, 막 판 결전에서 이기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인은 누가 뭐라 해도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다. 소인은 귀가 얇고 가볍다. 대인은 큰 그릇을 말한다. 그릇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적인 매력이 있고 마음에 여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도자가 자기 힘을 인식하고 자기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자기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획득하는 첫걸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결점과 능력의 한계를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공자는 ‘자기 행실만 올바르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있지만, 자신의 행위가 잘못되어 있다면서 남을 지도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권력을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고 탈세를 일삼고, 자기 가족의 부정에는 눈을 감으면서 타인에게는 깨끗이 처신하라 한다면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을 설득력 있게 뒷받침하는 것은 말주변이 아니라 논리와 업적이다.

오죽하면 외국 언론에서 이번 한국 대선을 조롱하기까지 하겠는가.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WP) 지는 “추문과 말싸움, 모욕으로 점철된 역대 최악의 선거”라고 보도했다. 영국 더 타임스 일요판(선데이타임스 2월 13일자)도 “한국에서 진행 중인 비호감 후보들의 선거에 부인들도 끌려들어갔다” “중요한 국내외 사안에 대한 토론 대신 부패와 부정, 샤머니즘, 언론인에 대한 위협과 속임수가 선거를 집어삼켰다”며 “한국 민주화 이후 35년 역사상 가장 역겹다(most distasteful)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5년 전 세상을 떠난 위공(爲公)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유작 ‘지도자의 길’에서 “아무나 지도자의 위치를 탐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치열한 준비도 없이, 고민도 없이 나서는 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단히 무례한 일이다. 아니 죄악이다”라고도 했다.

그는 유작에서 “우리 사회에 지도자가 되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 덕성을 키우는 노력은 많이 부족하다. 그러니 안민(安民)도, 경세(經世)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지도자의 자질과 덕목으로 4가지를 제시했는데, 우선 “지도자는 애민정신을 가져야 하고 자기수양에 앞장서야 한다”며 애민(愛民)과 수기(修己)를 꼽았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은 정직하고 성실해야 한다. 수도자와 같은 고결한 인품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가 신뢰하고 따라갈 수 있을 만큼 표리(表裏)가 같기만 해도 좋다. 우리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의리며 약속을 깨뜨리는 음흉한 지도자들에게 너무나도 진저리가 난다.

대통령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직과 신뢰이다. 국민의 신뢰는 정직과 도덕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부도덕한 나라치고 잘 사는 나라 없고, 지도자가 정직한 나라치고 못사는 나라 없다’는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오늘, 3.1운동 103주년을 맞아 3.1운동의 정신으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20대 대통령선거 투표장에 나가자.

생각과 행동에서 흠결이 보이고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누가 덜하냐 하는 점을 따져 어쨌든 누군가를 선택해야만 하지 않겠는가.

최선(最善)이 아닌 차악(次惡)의 후보를 뽑아야 하는 속 터지는 일이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자위하면서 냉정을 찾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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