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걸린 경쟁이다 보니 세상 가장 외롭고 고통스러운 싸움일 것이다. 하지만 암만 그래도 그렇지, 정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의의 경쟁 따위도 없다. 사실 경마에서도 선수들 간에 승부를 조작하거나 결과를 비틀기도 한다. 기수들이 미리 짜고 말들이 들어오는 순서를 결정하는 것이다. 범죄다.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평생 말 타고 달리는 게 직업인 그들이 한 번의 경주에 기수의 삶을 걸고 모험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에선 얘기가 다르다. 인생에 한 번, 운명을 건 싸움이다. 이길 수만 있다면 못할 게 없다. 불법도 아니니까 대놓고 서로 짠다. 정치에 대한 철학이 전혀 맞지 않는 후보들이 치열한 투쟁을 벌인다. 미리 짠 후보들은 토론회에서도 마치 약속대련 하듯이 싸운다. 자기주장과 논리를 두고 치열하게 싸울 땐, 생각 자체가 달라서 친구가 되는 건 고사하고 같은 하늘 아래 숨 쉬고 살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그건 100% 쇼다. 불구대천지 원수처럼 낯을 붉히다가도 돌아서 껴안고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강한 심장이 부럽단 생각마저 든다. 그들이 후보 단일화란 이름으로 우아하게 포장된 정치적 뒷거래를 한다. 이 수상한 거래에 무엇이 오갔는지 국민은 알 수도 없다.
선거전 막바지, TV 토론회가 끝나고, 국민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저울질하다 잠이 들었다. 그들은 새벽닭이 울기 전에 국민의 선택권 박탈을 시도했다. 이렇게까지 치졸하게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정치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이 얼마나 합쳐질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정책, 공약은 어떻게 조율할지 공론의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감정 한가득 실어 싸우면서 이해득실만 따지다가 투표일 하루 전날 밤에 몰래 만나 빛의 속도로 도장을 찍었다. 정치적 선택은 무죄라지만 국민에게 최소한의 설명이나 설득 노력이 먼저 있어야 했다. 누누이 강조했던 선거 완주는 사기극이 됐지만, 범죄는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감정 잣대로 재면 절대 무죄는 아닐 것이다.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바보가 되어 있는, 참기도 설명하기도 어려운 이 기묘한 감정은 나만 느낀 것일까.
투표소로 향하는 유권자는 배당금 대신 더 좋은 나라가 될 거란 희망을 걸고 선택을 한다. 더 많은 사람의 선택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거란 믿음도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 갈수록 최악의 평가를 받기도 한다. 경마에 비유하자면 선거는 배당이 매우 박한 게임이다. 국민이 어느 정도 배당(국정성과)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불공정한 게임이다. 2등 후보자는 패배자가 될뿐더러 정치적 생명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냉혹한 정치판에서 분에 넘치는 권력을 탐한 결과 목이 달아난 역사는 수없이 반복된 터라 놀랍지는 않지만, 대통령이 되면 경쟁 후보뿐 아니라 전임 대통령까지도 목을 치겠다고 공언하는 칼잡이 출신 후보마저 있는 판이다. 지면 정말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건 똑같지만, 경마가 선거보다 훨씬 평화롭고 깨끗한 경기처럼 보인다. 선거 지나고 경마장 가서 오징어 씹으며 맥주 한 잔 해야겠다. 베팅은 복승식이다.
조용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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