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경 작가
▲ 조은경 작가
봄이 왔다. 봄비도 없이.
올해의 봄은 두려움 속에서 살그머니 다가왔다. 봄비도 없이.

전국이 가뭄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강원도와 경북 등 산악 지대에서 산불이 일어나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사태까지 갔다.

오미크론으로 변신한 팬데믹 사태도 일일 확진 수십만 명으로 늘어나 온 세상이 두려움 속에서 떨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일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작은 액수의 성금이라도 모았고 BTS의 100억 성금,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기부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세계사적인 어려움 속에서 전 국민은 대선을 치렀다. 새로운 대통령은 많은 어려움을 돌파해야 하고 산적한 난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새 대통령을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 –나를 도와주시오!- 하는 대신 –뭐 도와드릴 일 있나요?-하고 묻는다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대선 정국에서 되도록 친구들과 정치에 관한 견해를 나누는 것을 피했지만 이제는 대통령을 마름으로 둔 주인 마님 답게 우아하게 처신할 생각이다. 믿어 주고 기대해 볼 터이다.
 
아직 우리의 팬데믹 사태는 수그러지지 않지만 외국의 예로 본다면 결국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그래, 잦아들고 있는 거야.
희망적으로 본다면 올해를 마지막으로 팬데믹은 수그러들 것 같다.
 
봄이 왔다!
아직 날이 차갑고 바람이 불지만 봄은 왔다.

이번 봄에 동림원이 개장한다. 정식으로 오픈하는 것은 코로나가 끝난 후로 늦추었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이번 봄에 동네 분들과 함께 가 개장을 하기로 했다. 도시락을 맞춰 돌리는 것으로, 여러 가지 색깔의 풍선을 매달아 두는 것으로 축하 행사를 끝낸다. 그 준비를 위해 손길이 바쁘다.

며칠 전에 묘목 집에 가서 사온 나무들로 겨우내 죽은 과일나무의 보식을 마쳤다. 석류나무 3그루, 대추 감나무 2그루, 앵두나무 2그루, 샤인머스켓 포도 15그루 등등... 그러다 보니 과연 우리가 이 모든 과일나무들을 예쁘게 키울 수 있을 것인지 걱정도 된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우리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귀한 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끔씩 우리 동림원을 봐주러 오는 남편의 친구 분이 있는데 그 분과 함께 우리 집에 놀러온 분이 또 과일 나무의 고수인데다 고향이 바로 영천이란다. 현재 살기는 지리산 자락 산청에 사는데 고향 올 때마다 동림원에 들러 과수를 돌봐 주시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우리 동림원 정식 명칭은 -20가지 과일나무 정원 동림원-이다. 이 정원을 알리기 위해 내가 주문한 동림원 안내판에 이런 글이 있다.

---여기는 20가지 과일나무가 자라는 동림원입니다. 누구든지 무료로 입장해서 즐겨주세요. 자녀들에게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시면 좋겠지요?---
-동림원 안주인 소설가 조 은경 올림-

안내판 뒷면에는 다음과 같이 써 보았다.

-이 정원은 지금까지 100명 이상 후원자의 도움으로 조성, 관리되고 있답니다. 꽃이나 과일나무를 사랑하는 누구나 후원자가 될 수 있어요.-
 
어떤 곳에 이런 안내판을 주문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었다. 게다가 예쁜 화장실을 만들 수 있도록 어떤 분에게 건축을 맡길 수 있을 지도 나의 고민거리였다. 많은 일들이 고민과 결정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순간순간 필요할 때,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고 조금씩 진행되어 나갈 수 있었다.
 
봄이 왔다!
아직 촉촉한 비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확진자가 많아지는 팬데믹은 역설적으로 물러가려 하는 중이고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는 부풀어 오르는 중이다.
봄을 기다리는 꿈 못지않게 봄 속에서 꾸는 꿈 또한 아름답다.
 
우리 부부가 만들어서 대중에게 선사하는 동림원 역시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대신에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도 된다. 이 곳에 입장 허가를 받은 –누구나-에 대통령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내가 앞서 말했듯이, 대통령이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반대로 대통령에게 선물을 주는 사람이 많아지면 어떨까? 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운 곳이 될 것이다. 시골에 와서 과수원에 호기심이 생겨도,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누구나-에게 동림원은 언제나 –환영!- 이라고 말한다.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황홀할 지경이 된다.
 
봄이 왔다!
모두가 기다리던 봄이 왔다.
동림원은 동원과 서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내일은 동림원 동원에 있는 –소설가의 꽃밭-에 꽃씨를 뿌릴 생각이다. 20가지 과일나무에 꽃밭은 덤이다. 작년 가을에 심어둔 구근들은 뾰족뾰족 생명을 밀어내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꿈 못지 않게
봄 속에서 꾸는 꿈이 아름답다.
꿈 속에서 동림원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드디어 기다리던 비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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