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건보료 중과에 정권교체 찍었다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3·9 대통령선거를 압도한 화두는 ‘정권교체’였다. 어지러울 정도로 비슷비슷한 선심성 공약과 후보자, 배우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난무했지만 정권교체냐 연장이냐로 격돌한 공방이 잡다한 지류를 쓸어냈다. 문재인 정권 5년간 횡행한 오만과 좌파 이념에 갇힌 편견, 실정에 절망한 민심이 큰 흐름을 이뤘다. 대통령 취임사부터 기회의 공정과 결과의 평등을 외쳤던 정권이 조국 사태를 비롯한 비리 의혹과 제 식구 감싸기, 성추행 파문 등으로 위선을 드러내 국민이 등을 돌리게 했다.
 
경제 분야도 정권교체 공세의 예외가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출범했으나 소득주도성장 등 시장에 역행하는 이념 편향 정책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일자리는 줄고 경기가 악화하는 부작용을 빚었다. 압권은 세금 퍼붓고 규제 강화하는 식으로 30차례 가까운 대책을 쏟아내고도 실패를 거듭한 부동산 정책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시장의 순기능을 살려 투자와 수급을 원활하게 하되 꼭 필요한 분야에는 정부가 개입해 자원 분배 등에 효율을 높이고 부작용을 막는 게 기본원칙이고 상식이다. 부동산 정책은 토지와 인프라 확보 등 공급에 한계가 있고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므로 정부와 공공부문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 정권은 여전히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외면한 채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공시가격을 올려 세 부담을 높이고 대출을 조이면 수요가 줄어 부동산 안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발상부터 시장 기능에 맞서려는 외골수 대책이었다. 거대 여당의 위세를 앞세워 입법 횡포를 자행, 세법 고치고 임대차 3법을 밀어붙였다.
 
자본 논리를 정권 차원의 이념으로 차단하겠다는, 단순하고도 무모한 대책은 회를 거듭할수록 시장의 반발력을 키워 문 정권 취임 이후 4년간 서울 30평대 평균 아파트값을 11억90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밀어 올렸다. 종부세 부담 상한과 세율을 높여 다주택자를 압박하고 11억원 이상 1주택 보유에 대해 종부세를 부과했다. 공시가를 시세에 맞추겠다며 현실화율을 높여 지난해 서울 공시가 상승률이 20%를 웃돌았다. 지난해 종부세 대상자(법인 포함)는 102만명, 고지세액은 8조6000억원으로 폭증했다.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3법 강행처리는 임대시장에 일대 혼란을 일으켜 세입자 보호는커녕 전셋집 구하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문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 예상하면서도 종부세 과세 대상이 전체 인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파장을 축소하려 했다. 오히려 세금 인상이 절대다수 국민에게는 균형발전과 복지혜택 확대로 돌아온다고 역공을 펼쳤다. 세금 갈라치기다. “부동산 올라도 문제 없다. 세금만 열심히 내라”는 야유가 더불어민주당에 합치기 전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입에서 거침없이 나왔다. 공시가 인상에 따라 건강보험료 부담이 올라 건보재정 튼튼해졌다고 자랑했다.
 
종부세 부담에 눌린 은퇴자 가구와 영세 임대사업자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만 기준으로 보면 주택소유자 5명 중 1명은 종부세 대상자인데도 정부는 ‘극소수’로 간주해 납세자를 고려의 범주에서 아예 제외하는 태도를 보였다. 보유세에다 대폭 오른 건보료 부담까지 떠안은 주택소유자들은 건보 재정이 튼튼해졌다는 자랑에 정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분통을 터뜨리기에 이르렀다.
 
하루가 다르게 뛰는 집값에 주택 매입을 포기하는 세입자가 늘었지만 임대차 3법으로 임대시장이 혼란에 빠져 전셋집 구하기는 훨씬 어려워졌다. 전세가가 뛰면서 월세를 추가하거나 부분 전환하는 셋집이 늘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까지 급증했다. 그래도 집값이 오르자 정부는 대출 규제를 한층 강화해 사실상 집 사지 말라는 식으로 윽박질렀다. 집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으로 국민을 갈라쳐 빈부격차를 겨냥한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그러나 납세자는 조세의 원칙을 외면하고 쥐어짜기에 몰두한 정권에 대한 심판을 택했다. 세입자들은 주택을 분양받거나 매입하는 길이 요원해진 현실에 임대료 부담까지 올라 부담만 커졌다. 부동산 대책을 국민의 주거환경을 향상하기 위한 경제정책으로 여기기보다 빈부격차를 부각해 편향된 이념을 확산하려는 정략이나 정치적 관점에서 이용한 탓이다.
 
여당, 종부세 몰린 서울에서 참패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문 정권의 부동산 정치에 등을 돌린 서울 민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7차례 대선에서 보수 정당이 6패를 안은 열세 지역이다. 이번 선거에서 윤석열 당선자는 서울 50.56% 득표율로 47.83%에 그친 이재명 후보를 이겼다. 윤 당선자는 전국에서 24만표를 조금 넘는 표차로 신승했지만 서울에서만 25개 구 가운데 14곳에서 이겨 31만표의 격차를 만들어냈다.
 
윤 당선자가 승리한 14개 구 가운데 1주택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11억원 이상인 아파트가 많은 상위 13개 구가 포함돼 있다. 윤 당선인 득표율이 눈에 띄게 높은 강남(67%) 서초(65.1%) 송파(56.8%) 용산(56.4%)구는 11억원 이상 아파트가 많은 상위 4곳에 속한다. 종부세 중과가 정권교체를 선택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종부세가 아니라도 공시가 인상의 여파로 건보료까지 월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까지 뛰었다. 세금 열심히 내서 애국이나 하라는 식으로 빈정대며 한 수 가르치겠다고 달려든 정권에 준엄한 심판이 내려졌다. 오죽하면 민주당 내에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출당시키라는 요구까지 나왔을까. 지금이라도 국민 우습게 여기면 폭망한다는 가르침을 얻었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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