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측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측을 “점령군 행세를 한다”고 비난한다. 이에 윤 당선자 측은 “문 정부와 민주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고 맞받아친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관련, 청와대 측은 “안보 공백”을 우려한다. 윤 당선인 측은 “취임과 동시에 일 하게 해달라”고 반박한다.
 
문 대통령은 5년전 국민들의 신성한 투표로 선택받아 대통령이 됐다. 윤 당선자는 며칠 전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으로 차기 대통령이 됐다.

두사람 모두 국민들에 의해 국민과 국가를 책임지라는 명령을 받았다. 자신들의 자존심이나 안위를 위하라고 대통령직을 위임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두 사람이 벌이는 줄다리기는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겉으로는 안보니 정권인수니 하지만 사실 신-구(新舊) 권력 다툼에 다름 아니다.

권력의 아름다운 퇴장, 아름다운 인수인계는 물 건너간 게 아닌가 국민들은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정권이양 역사는 오욕(汚辱)으로 점철돼있다. 이승만은 혁명 와중에서 해외로 망명했다. 박정희는 심복 정보부장이 쏜 총에 맞고 비명에 갔다.

전두환 노태우는 백담사 유배와 감옥살이로, 김영삼과 김대중은 자녀 및 측근 비리로 불명예를 안고 퇴진했다. 노무현은 수사 대상에 오르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신-구(新舊) 권력 싸울 때인가

 
이런 기구한 대통령사(史)를 되새기면서, 이번에는 아름다운 정권 인수인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해 봤으나 실망으로 바뀌는 과정이다.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건 국가안보 공백이니, 국민 여론이니, 과다한 비용이니 하지만 실제로는 신구 권력간의 줄다리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을 국민들은 안다.
 
문재인과 윤석열 간의 골 깊은 앙금 갈등이 쉬 해소되기를 기대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두 사람 간의 대승적인 결단이 없다면 말이다.
 
대선 직후 문 대통령의 축하 인사, 윤 당선자의 응답을 볼 때는 한결 성숙해진 정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한 달도 안가 극심한 갈등 국면으로 치달으며 순조로운 정권 인수인계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갈등의 첫 시작은 공공기관의 이른바 ‘알박기 인사’ 논란이다. 주요 정책 수립 및 집행과 직결되는 주요 기관 인사를 놓고 대립이 시작된 것.
 
당선인의 아량, 전임자의 비움이 관건
 
당선인 측은 “임기말 알박기, 보은 인사를 하지 말고 당선인 측과 협의하라”고 요구했다. 청와대 측은 “인사권은 임기 중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일축했다.
 
사실 이 문제는 5년 전 문재인 대통령 야당 시절 주장했던 것과 똑같다. 자신이 경험했던 문제점을 5년 뒤 퇴임하면서 스스로 되풀이하는 셈이다.

자신이 요구했던 것처럼 주요 인사는 뒤로 미뤄 후임자에게 맡기는 아량을 베풀었어야 했다.
 
당선인 역시 전임자를 존중, 정중하게 협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인사 문제를 공론화 함으로써 일을 어긋나게 한 측면이 없지 않다.
 
대통령 집무실 이관 문제도 그렇다. 사실 안보공백이나 비용 국민여론 등은 사안의 본질이 아니다. 두 권력 간의 힘겨루기다.
 
문 대통령은 당선인의 공약 이행 노력을 존중하고 협조해야 한다. 당선인의 공약 이행에 왈가왈부 해선 안된다.

이제 자신은 주역이 아니다. 조용히 아름답게 무대에서 내려온 차례다. 그렇지 않고 이런 저런 명분 동원해서 후임자 일 처리를 저해한다면 ‘어깃장’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윤 당선자 측의 실수 또한 작지 않다. 승자의 아량과 여유로 전임자를 배려하고 존중했어야 한다. 집무실 이전 문제만 해도 사실 문 대통령도 공약했던 사안이다.

여유를 갖고 긴밀한 협의 절차를 갖고자 더 노력했더라면 문 대통령도 무작정 반대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다.
 
물러나고 새로 들어설 권력 간의 갈등 충돌 때문에 정권의 인수인계가 매끄럽게 이뤄지지 못할 경우 국정 혼란과 차질은 불을 보듯 뻔하다.

두 세력간의 갈등이 치유되지 못한 상황에서 새 정권이 들어서면, 적폐청산이네 과거정리네 하며 5년 전의 상황이 재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승자의 아량, 물러나는 자의 비움이 관건이다. 두 권력간 자존심 대결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민생 문제에서부터 해외로부터 밀려오는 경제위기 등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중이다. 역사가 두 사람을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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