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경 작가
▲ 조은경 작가
2022년의 5월엔 여느 해엔 만날 수 없는 특별한 날이 있었다. 바로 –20대 대통령 취임식-이다. 이 아름다운 날을 두고두고 기념하고 싶다. 이유 중 한 가지는 내가 그 취임식에 영광스럽게도 초대 받았기 때문이다. 이곳 시골 영천에서 대통령의 당선을 간절히 바랬던 사람으로서 똑같은 염원을 가졌던 사람들을 대신해서 초대 받았다고 생각한다.

취임식 전날 서울까지 기차로 여행한 후 호텔에 투숙, 아침 일찍 취임식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메가 도시 서울에 와서 초만원인 출근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정해준 마이크로버스에 승차한 후 지정 좌석까지 가는 여정이 복잡하고 힘들었다. 서울서 70년 가까이 살던 사람이 한적한 시골에 몇 년 내려가 살았다고 벌써 도시에 염증을 내다니....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랬다. 나는 노인이었고 도시는 내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건강한 상태로 취임식장의 내 자리에 착석하고 싶었다. 입구에서 주최 측이 나누어 준 생수 한 병으로 기운을 차렸다. 정말 고마웠다.
 
식전 행사가 끝나고 대통령이 취임 선서와 함께 대통령으로서의 첫 번째 연설을 시작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750만 재외 동포 여러분, 그리고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

이렇게 말한 그의 첫 번째 문장에서 벌써 자유가 등장했다. ‘자유’와 함께 한 ‘세계 시민’이란 단어도 생소하지만 뿌듯하게 귓전에 꽂혔다.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에 있어서 세계 10위권 안에 든다는 얘기를 흔하게 들었으면서도 우리 자신을 세계 시민과 나란히 자부심과 함께 언급한 이는 윤 석열 대통령이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통령은 이 후에도 자유라는 가치의 재발견, 자유의 확대에 대해서 언급했다. 자유! 자유가 과연 무엇이길래 우리가 선출한 대통령이 강조하는 걸까?
 
우리가 배운 첫 번째 자유에 관한 언급은 ‘패트릭 헨리’의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는 교과서의 한 대목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는 패트릭 헨리가 자유를 찾아 신세계로 건너간 식민지 사람들이 운집한 가운데 민병대 창설을 주장하면서 행한 연설로 노예로 사는 것 보다 피를 흘리더라도 자유인으로 사는 것이 값지다는 것을 웅변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대학에서 자유에 대해서 배울 때면 항상 듣는 기초적인 이야기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나와 있는 말로, ‘시민으로서의 개인의 무한한 자유는 허용되어야 한다. 단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라는 것이 중요하다.’
 
좌익과 우익의 차이에 대해 설명할 때, ‘우익은 개인의 자유를 한껏 신장시켜 경제 발전을 실현하고 좌익은 경제 발전에 따른 결과인 불평등을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 체제라는 것’이 기본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공화당은 자유를 신장하는 데에 정당의 목적을 두고 민주당은 자유와 창의 속에서 경제가 발전한 결과에 따라 피치 못하게 발생한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데 정치의 목적을 두는 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대통령은 계속해서 말했다.
‘기아와 빈곤, 공권력과 군사력에 의한 불법 행위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자유 시민으로서의 존엄한 삶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모든 세계시민이 자유 시민으로서 연대해서 도와야 합니다.“라고.
 
내가, 그리고 취임식에 모인 4만 천명의 관중이 대통령의 말을 경청할 때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음과 움직임이 일어났다. 처음엔 무슨 일인 줄 몰라 언짢았다. 대통령 뒤로 단상의 관중이 먼저 저마다 휴대폰을 꺼내자 그 조용한 소동은 단하의 광장으로 번져갔다. 나도 사람들의 움직임을 따라 뒤돌아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 한 가운데에 무지개 색깔을 한 구름이 떠 있었다. 남들처럼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하늘은 새파랗고 흰 구름이 몇 자락 떠 있었다. 그 중간에 무지개 색깔의 구름이 가로로 펴져 있었다. 그 무지개 구름은 연설을 하는 대통령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스피치가 끝나 대통령이 좌석으로 돌아가 착석했을 때 그 구름의 신기한 색은 사라지고 평범한 구름으로 돌아갔다.
 
세계기상기구에서 ’천정호‘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고 중세 시대 때는 ’하늘의 미소‘라고 불리웠다고 하며 좋은 일을 게시해 줄 때 나타나는 형상이라고 기상을 연구하는 학자가 풀이했다. 무지개 색이라니, 빨간 색을 윗 부분으로, 노랑과 파랑이 차례로 보였던 그 신기하고 예쁜 모습이 나쁜 징조일 수는 없을 것 같다. 내 눈으로, 아니 그 자리에 모였던 수 만 명의 눈으로 본 광경이라 부정할 수 없기도 하다.
 
영천으로 돌아오는 길 역시 쉽지 않았다. 하지만 뇌리에는 취임식장에서 본 무지개 빛 구름이 박혀 있었다. 나 또한 그 구름처럼 둥둥 떠 올랐다. 많이 걸었지만 걸을수록 몸이 가벼워졌다.

점치는 곳에 몇 번 가보기도 했지만 믿었던 적은 별로 없었던 내게 이 하늘의 게시(?)는 어떤 면으로든지 특별한 의미를 주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 게시(?)가 있었으니 앞으로 우리나라는 잘 될거야. 그런 단순한 마음으로부터 길조라면 앞으로의 행동을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라는 70나이의 진중함까지 많은 생각이 머리를 오갔다.

하지만 내 몸과 마음은 구름처럼 떠가고 있었다. 나타났다 사라진 그 신기한 구름처럼 나의 운명과 사회의 운명과 국가의 운명이 흘러가리라는 믿음 속에 영천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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