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문 취재국장
▲ 김태문 취재국장
2년간의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있는 기업들이 이제는 ‘임금피크제’라는 새로운 복병에 맞닥뜨렸다. 지난달 26일 대법원이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판단을 내놓으면서다. 물론 ‘합리적 이유 없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들의 업무 범위와 강도를 두고 노사 간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날 ‘임금피크제로 삭감된 급여 차액을 돌려 달라’며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임금 등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 고령자고용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4조의 4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노사가 합의했더라도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실질적 임금 삭감 폭이나 기간, 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과 강도의 저감 여부, 감액 재원이 도입 목적에 사용됐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단순히 ‘연령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임금피크제는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에서 도입이 불가피한 제도였다. 다수의 기업들은 퇴직을 앞둔 근로자들의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의 ‘정년연장형’을 도입해 운영해왔다. 지난 2013년 정부와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정년을 60세로 늘리는 정년 연장법이 통과됐고, 2016년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면서다. 현재 모든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기업’의 절반가량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를 채택해왔다는 점이다. 근속 연수에 따라 자동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에서 근로자의 정년까지 연장되면서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 것이다. 그나마 그런 노동시장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사실상 무효화되면서 노동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져들게 됐다.
 
법원이 제시한 ‘합리적 이유 없이’라는 전제도 기업과 근로자의 해석이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된 근로자에게 어떤 업무를 어떻게 줄지, 근로자가 받아들일 업무강도와 수준을 두고서도 판단이 제각각일 것이다. 이번 판결로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는가 싶더니 또다시 불확실한 경영 상태에 놓이게 됐다.
 
오히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임금 체계 개편’이 시급한 과제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호봉제 대신 직무와 성과에 따른 급여 시스템을 도입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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