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정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종합부동산세 개정 작업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는 상속.이사로 인해 부득이 하게 다주택자가 된 분들에 대해 종부세를 감면해 주고 1세대 1주택자가 농어촌주택 1채를 추가로 구매해도 1세대 1주택자로서의 자격을 유지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한다는 명분 아래 종부세를 무리하게 운용,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방향이라 하겠다.

종부세는 순전히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에 새로 선보인 세금이다. 그런 만큼 투기가 강할수록 세율이 높게 책정되는 등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들어 집값 폭등을 제지하기 위한 징벌적 과세가 강화되면서 지난해 말 종부세 납세 대상자가 100만 명에 육박했고 세액이 4년 만에 15배나 껑충 뛰었다. 무리한 운용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납세자들이 줄을 이었고 위헌 소송이 제기되는 등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오래 전 집값이 쌀 때 한푼 두푼 알뜰하게 모아 실거주 용도로 집을 구입한 사람들은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고충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감당하기 힘든 과중한 세금을 내라고 하니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빚내서 집 사라’는 등 집값 폭등 책임의 상당 부분이 정부에 있고, 투기와는 일체 담을 쌓은 채 한 집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는데도 그 책임을 전적으로 집을 가진 사람에게 돌리니 더욱 그랬다. 그야말로 적은 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고령 은퇴자들에게는 종부세가 청천벽력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문 정부가 도입한 것이 바로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 특별공제와 고령자 세액공제 등이었다. 그런데도 종부세엔 허점이 많았다. 갑작스러운 부모의 사망으로 상속받게 된 주택 때문에 무거운 종부세를 물게 되는 등 무리한 조항들에 대한 납세자 불만은 여전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조차 “헌법재판소 판례에도 주거목적의 1주택 장기 보유자 및 수입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과세 예외조항이나 조정정치 등을 두어야 한다고 되어있는데 주거목적 1세대 1주택에 대한 과도한 종부세 부과는 법 취지와 맞지 않다”면서 종부세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 10인은 총선을 앞두고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종부세의 합리적 조정에 관한 법률안 발의를 약속하기도 했다.

마지못해 정부는 지난해 12월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을 개정, 상속 주택를 올해부터 2~3년간 종합부동산세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했다. 상속주택에 대한 종부세율을 적용할 때, 수도권·특별자치시·광역시 소재 주택은 상속개시일(사망일)로부터 2년간, 그 밖의 지방 지역은 3년간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조치는 중과세율을 적용하지 않는 것일 뿐 막상 1세대 1주택자가 누리는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 공제, 1주택자 기본 공제 등 이른바 ‘1주택자 3가지 공제’는 받을 수 없는 빛좋은 개살구였다. “1세대 1주택자 지위와 관련한 사항은 시행령 개정으로는 불가능한 법률 개정사항”이라는 것이 정부의 구차한 변명이었다.
 
그러던 정부가 정권이 바뀌자 종부세에 잘못된 것들이 있다면서 부랴부랴 이를 고치는 작업에 착수했다. 뒤늦게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고 하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하겠다. 그러나 국민의 녹을 받는 공무원들이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첨병이 되지 못하고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선의의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 불가피한 일이었는지 의문이 간다.
 
물론 공무원들이 실질적으로 인사권을 지닌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리고 정책 결정에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곧 사달이 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사전에 제동을 걸지 않은 것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행위임이 분명하다고 본다.
 
공적 과제를 수행하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지 특정인 또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직무를 수행하는 존재가 아니다. 또한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에 의해 보장된다. 우리 헌법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가공무원법도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무리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고 하지만 국민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결정하면서 정권의 입맛에 따라 오락가락하거나 소홀히 하는 행태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겠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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