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 금리차로 시중은행 돈 잔치하나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투데이코리아=김성기 부회장 | 인플레이션 쇼크가 세계경제를 강타하면서 금리가 치솟고 국내외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는 복합 위기가 엄습했다. 고물가 속에 증시가 거듭 폭락하고 외환시장 환율도 심상찮은 움직임이다. 기름값과 전기요금 등 에너지 비용에다 농산물을 비롯한 생활물가가 턱없이 올라 가계가 받는 압박은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무엇보다 어렵게 은행 빚을 내 주택을 매입한 가계는 고물가에 고금리가 겹쳐 허리가 휠 지경이다.
 
이 판국에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얹어 가계대출 금리를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이자수익을 늘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몇 년간 집값이 마구 치솟는 시기에 대출을 끌어모아 아파트를 장만했던 가계는 한 달 월급의 절반을 넘나드는 대출금 이자를 갚기 위해 가장이나 주부가 어쩔수 없이 부업에 뛰어들었다는 사례까지 들린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비해 가계대출 금리를 높게 책정, 높은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차)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소식에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금년 4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연 1.5%였고 시중은행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4.05%로 나타났다. 2014년 이후 8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연 4.05%였던 2014년 기준금리는 연 2.5%였다. 올 4월의 기준금리 1.5%와 비교하면 1%포인트 차이가 난다. 금융시장의 자금조달 여건이 8년 전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기준금리와 비교한 가계대출 금리가 너무 높다는 분석은 타당하게 들린다. 기업대출과 비교하면 은행들이 가계대출로 더 많은 이자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기업대출 금리는 2014년 4월 연 4.58%였지만 금년 4월에는 3.45%로 8년 전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낮았다. KB와 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그룹들은 가계대출에 높은 금리를 매긴 덕분에 이자수익이 지난해 1분기 7조9712억원에 비해 15% 늘었다. 가계대출 총액은 지난해 말 1859조원에서 올 1분기 말 1859조원으로 약간 줄었는데 이자수익은 되레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금리를 임의로 산정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말부터 가계대출 증가세를 낮추라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결과라고 밝혔다. 가계대출 금리를 높게 책정해 대출 수요를 줄였다는 설명이다. 은행들이 자금조달 비용에다 관리비용과 신용도, 거래실적 등을 감안한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금리를 올려 손쉽게 돈을 버는 사이 매달 원금과 이자를 물어야 하는 가계는 고물가 속에 생활이 막막한 고통을 겪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은 지난해에도 예대마진으로 무려 34조원을 벌어 성과급을 지급하는 잔치를 벌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6일 28년 만에 가장 큰 폭(0.75%)으로 금리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도 국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태세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가계대출 금리를 추가로 올렸다. 시중은행들의 지난 5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 안팎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 흐름에 대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다시 대폭 올리게 되면 연말쯤 주담대출 금리가 7%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이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평균가격 12억8582만원을 기준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에 따라 4억3716만원 대출을 받아 집을 매입한 경우 7% 금리 때 매달 291만원이 원리금 상환에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방식 대출을 기준으로 삼아 뽑았다.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의 70% 가량을 매달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는 계산인데 이는 정상적인 가계 유지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검사 출신 금감원장에 거는 기대-
 
정부는 최근 복합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원자재를 비롯한 물자 수급과 민생, 금융시장 안정에 정책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대출금을 안고 집을 산 가계 입장에서는 급증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민생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다. 1900조에 육박하는 가계대출의 대부분이 변동금리 대출인 여건에서 대출금리가 급등하게 방치할 경우 상당수 가계는 버티기 어려운 한계상황에 몰리게 된다.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려면 금리 외의 다른 조건들을 통해 대출 승인을 줄이면 될 일이다. 가산금리를 올리고 또 올리는 식으로 가계를 상환 부담의 벼랑으로 몰아가는 편법은 없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우선 시중은행별 가산금리를 정밀하게 비교해 계산 방식은 적정한지, 담합은 없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은행별 금리와 예대마진, 상세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약자의 입장인 가계를 부축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 전 신임 금융감독위원장에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를 임명해 검찰 편중 인사 논란이 일었다. 정부 요직을 검찰 출신 인사들이 독식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인데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 원장의 발탁을 반기는 반응이 적지 않다. 최근 우리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임직원들의 횡령사고가 빈발하면서 금감원 역할이 사후 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또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챙겨 떼돈을 벌고 가계는 원리금 부담에 허리가 휘는 동안에도 금감원은 소극적 대응에 그쳤다는 반발이 따랐다. 이 원장 취임을 계기로 금감원이 금융권 검사와 점검을 강화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예대마진 횡포라도 줄여주기를 금융 소비자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겠지만 신임 원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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