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준 기자
▲ 김철준 기자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총파업으로 인한 물류차질로 약 2조원의 피해를 보고 나서야 국토교통부와 합의에 이르렀다.

합의 내용에 대해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연장 및 지속 추진’,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라는 반대 입장을 발표하면서 표면상 드러나지 않는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안전운임제란 화물차의 운행거리와 톤 수당 운임 비용 기준을 정해 공시하는 제도다. 법적으로 차주의 최저 운임을 보장해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과로, 과적, 과속 운행 등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안전운임제는 지난 2018년 국회에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다만 이 제도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화주산업과 화물노동자 간의 자유 계약에 개입해 자본주의 시장의 기본적인 원리에 혼란을 준다는 우려가 있어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의 한해 3년 ‘일몰제’(법률·규제의 효력의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는 제도)로 도입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자료에 따르면 컨테이너 기사의 월평균 순수입은 2019년 300만원에서 2021년 373만원으로, 시멘트 운송기사의 월평균 순수입은 같은 기간 201만원에서 424만원으로 증가했다. 동 기간 월평균 근무시간은 컨테이너 기사와 시멘트 운송기사가 각각 5.3%, 11.3% 줄었다. 또 안전운임제 시행 후 과속·과적 경험은 각각 12.8%, 15.3%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화물연대가 주장한 근무시간과 과속·과적 경험은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났다고 보기 힘들다. 월평균 컨테이너 기사의 순수입은 25%, 시멘트 기사는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아 그저 화물 차주들이 월 평균 수입을 높이기 위해 안전운임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 

공교롭게도 화물연대의 파업 시기가 기름값 급등과 맞물린 것을 미뤄볼 때 화물연대의 목표는 금전적 이익과 결부된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의 ‘정부가 안전운임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며 총파업을 시작한 것과 민주당이 이제야 ‘안전운임제 입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문재인 정부가 해결했어야 하는 일을 윤석열 정부에 떠넘기는 상황으로 비추어진다.

이미 지난해 12월 한국교통연구원이 안전운임제에 대한 평가를 마쳤지만, 국토부가 국회보고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지난해 화물연대의 한시적 파업을 겪은 문 정부는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화물연대 측은 “안전운임제는 일몰 1년 전에 국토부장관이 시행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이를 근거로 국회에서 개정 논의를 진행하는 절차를 가졌어야 했지만,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의 합의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경제에 대해 원내 제1당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 밝히며 국회 입법 과정의 최우선 과제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선언했다. 

물론 윤 정부가 화물연대 총파업을 그저 ‘노-사’간의 문제로 해석하는 등 빠르게 대처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도 맞다. 윤 정부 측은 안전운임제가 코로나와 유가 변동으로 인해 성과를 분석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해 일몰제를 폐지하기보다 연장에 무게를 싣는 등 입법 개정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년간의 안전운임제 경과에 관해 코로나19 및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유가 변동이 심해 정확히 평가하기가 어려웠다”라며 “완벽히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기에 일몰제 연장에 대해 찬성”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역대 화물연대 파업의 사례를 살펴볼 때 모든 원인은 ‘유가 급등’에 있었다는 점을 꼬집으며, 안전운임제 자체가 아니라 더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면서 안전운임제의 기본적인 문제점을 유지하면서 일몰제를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현 정부가 구성된 지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견사생풍(見事生風)’하지 못했다고 하기에 이른 감이 있다. 문 정부 당시 해결했어야 할 문제가 이월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윤 정부에서는 현재 시행 중인 안전운임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다룬다고 밝힌 만큼 안전운임제가 화물차주들의 금전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도로 위 안전’을 위한 길로 환기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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