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편만 챙기는 협량의 정치 아닌 동반자리더십 발휘해야

▲ 류석호 교수
▲ 류석호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50% 아래로 떨어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9%,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8%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6월 첫째주와 6월 둘째주에 각각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53%를 기록했는데, 4%포인트가 떨어진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50% 아래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부정 평가는 5%포인트 상승했다.

응답자들은 긍정평가 이유로 ‘소통’(11%), ‘국방·안보’(8%), ‘결단력·추진력·뚝심’ ‘공약 실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상 5%) 등을 꼽았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인사’(21%), ‘직무 태도’(11%), ‘대통령 집무실 이전’(9%) ‘경험·자질 부족·무능함’ ‘독단적·일방적’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이상 6%) 등이 꼽혔다.

한국갤럽은 부정 평가 이유에 ‘직무 태도’와 ‘김건희 여사 행보(行步)’가 새롭게 포함됐다고 밝혔다. 한국갤럽은 “이번 주 부정 평가 이유에서 극장·빵집 방문과 같은 사적 활동보다 민생·안보 등 대통령 직분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늘어 이를 ‘직무 태도’로 분류했다”며 “그외 소수 응답에 ‘김건희 여사 행보’가 새로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요약하면 부정적인 여론의 첫째 이유는 압도적으로 인사(人事)와 관련된 것이다.

한마디로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실과 행정부 고위 공직에 검찰 출신들이 과도하게 포진한 점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증좌(證左)다.

여론이 이른바 ‘검찰공화국’을 경계하는 것은 검찰이라는 막강 권력기관과 이곳 출신 다수 정부 고위직의 연결고리가 갖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서다.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 집단과 검찰을 비슷한 인재풀(pool)로 등치(等値)하는 것부터 무리거니와, 전 정부의 ‘민변(民辯) 과용(過用)’을 비난하면서도 ‘나는 하면 안 되냐’라는 식의 반응은 지나치게 단선적”이라는 것이 대다수 언론의 지적이다.

사실 지난달 10일 닻을 올린 윤석열 정부에 검사 및 검찰수사관 출신들이 대거 전면에 등장한 데 대해 야당과 언론은 물론 시민단체, 법조계, 심지어 여당에서 조차 ‘너무 심하다’는 비난과 비판이 터져나왔다. 윤 대통령의 인사와 관련해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검찰 출신 인사가 과도하게 많이 등용된데 대해 우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 출신에 국한된 편중 인사는 또다른 코드인사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의 경우, 법제처장에 이완규 전 부천지청장, 국가보훈처장에 박민식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박성근 전 순천지청장,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조상준 전 서울고검 차장검사, 금융감독원장에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이 기용됐다.

대통령실의 경우,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 법률비서관에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인사비서관에 이원모 전 대전지검 검사, 인사기획관에 복두규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 총무비서관에 윤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 부속실장에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실장이 포진했다.

이쯤 되면 ‘검찰공화국’ ‘검수완도(검찰·수사관으로 완전 도배)’라는 지적을 해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이 아니지 않을까.

한 지상파방송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윤 정부 장차관급 인사에 검찰 출신이 10%에 달하고, 영향력 면에서 이에 버금가는 대통령실 비서관(1급)까지 범위를 넓히면 그 수가 훨씬 많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의 '검찰 편중 인사'는 정권 초반 지속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검찰 출신의 추가 인사 여부에 대해 "과거 정권 전례에 따라 법률가들이 갈 만한 자리들에 대해서만 배치를 했다. 필요하면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 여론이 더 높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여론조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실 출신보다 국정 능력이 우선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과 여권 실세들이 이 점을 들어 항변(?)을 하는 것도 영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인선(人選)은 메시지, 특히 정부 출범 후 1기 인선은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기에 중차대한 가늠자이자 이슈(issue)가 아닐 수 없다.

특정한 음식만을 가려서 즐겨 먹는 편식(偏食)이 건강에 해로운 것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편중(偏重) 인사 또한 조직 관리와 운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사 다양성은 인사권자 입장에서는 익숙함과의 결별이기에 말처럼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으로 대표되는 소위 배짱 맞는 사람들과 일하는 게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눈빛만 봐도 서로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있는 사람,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하는 건 불필요한 논의를 줄이는 방법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동질적 인사의 효과는 즉각적이다. 반면, 다양한 인사의 효과는 느리게 나타난다. 때로는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5년 단임제의 한계 상 효과가 느린 다양한 인사보다 동질적 인사가 더 선호될 수 있는 구조적 제약이 있는 셈이다. 인사 다양성을 요구하는 야당, 시민사회 등도 '당론 투표', '끼리끼리 문화'의 포로가 되어 있는 만큼, 인사 다양성에 대한 요청이 위선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 다양성에 대한 요청을 귀담아 들어야 하는 건, 그것이 실패를 막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실패를 최소화하거나 방지할 수 있는 안전판(安全瓣) 역할을 다양한 인사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많고 많은 직역(職域) 중에 콕 집어 특정 조직 출신이 관례를 벗어나 막강 지위를 점하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아질 것임은 자명한 이치다. 조직이 건강하려면 구성원들이 수평적 관계에서 거리낌없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활발한 토론을 거쳐 최종 결정을 도출하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뭣보다 중요하다. 반대의견과 쓴소리가 약(藥)이 되는 법이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외교·국방·경제·사회·문화 등 수많은 영역에 걸쳐 작동하는 국가 기능 중에서 검찰은 작은 톱니바퀴 하나에 불과하다. 그것도 나라의 미래를 개척하는 ‘창조형’ 기능이 아니라 범죄가 불거지면 처리하는 ‘과거형’ 기능이다. 검사(檢事)란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하여 형벌의 집행을 감독하는 사법관(검찰관)이지 않는가.

그래서 뭔가를 만들어내고 창의적인 활동을 조장하는 재량행위를 하기 보다 뭔가를 규제하거나 틀에 맞추는 식의 기속(羈束)행위에 능수(能手)다. 무릇 국사(國事)는 법대로가 통용되는 분야보다 해당분야 전문지식과 유연한 발상, 정치적 해결을 기다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사람은 경험의 굴레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검찰청법에선 사라졌지만, 여전히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 원칙’이 살아있는 곳이 검찰이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검찰의 조직원들은 상명하복(上命下服)을 습속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뜻이 같은 사람끼리 무리를 짓는다’는 의미의 유유상종(類類相從)과 초록동색(草綠同色)이라는 고사성어는 결코 좋은 의미보다 나쁜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나라건 기업이건 최고 책임자가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한다면 그 나라나 기업은 한쪽으로 치우친 편향(偏向)의 길을 가게 마련이다.

‘언어가 마음을 지배하고 공간이 의식을 지배하며,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경구(警句)를 새겨들어야 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여러모로 장점을 많이 가졌다.

풍모(風貌)에서 풍기듯 후덕하고 사람을 좋아하며 인정이 많다는 세평(世評)이다.

유복한 가정에서 훌륭한 부모님을 만나 반듯하게 성장한 결과 모나거나 비뚤어지지 않고 원만한 성품을 갖추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세인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래서 학창시절 친구들이나 많은 검찰 동료들은 그를 의리남(義理男) 또는 대인배(大人輩)라고 부른다는 얘기다.

검찰 조직의 동료 검사들은 물론 수사관, 일반직원, 환경미화원에 이르기까지 살뜰히 챙기는 남다른 대인관계를 ‘형님 리더십’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한번 맺은 인연을 잊지 않고 중시하는 숱한 미담(美談)이 이를 방증한다.

여기에다 구수(九修) 끝에 늦은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 26년 검사 외길을 걸어온 그는 자신의 철학에 기반한 원칙에 고집스러을 정도로 충실해 ‘강골(强骨) 검사’로도 정평이 났다. 불굴의 투혼과 의지, 이른바 ‘정의와 공정, 상식’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아 갖은 영욕(榮辱)을 딛고 일어선 스토리텔링이 시대의 부름을 받았다고 평가한다.

한때 전 문재인 정권(더불어민주당)의 기대주에서 반대 진영(국민의힘)으로 말을 갈아타고 마침내 국가 최고지도자로 우뚝 서게 된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남은 5년이 훨씬 험난하고 고뇌에 찬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파심이지만 정상의 자리에 취해(?) 잠시 한눈을 팔거나 안이하게 판단을 그르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사 여리박빙(如履薄氷)의 자세로 겸허히 정성을 다해 임해야 하는 이유다.

창업(創業)보다 수성(守成)이 어렵듯 이제 환골탈태(換骨奪胎)하지 않으면 안된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訣別) 말이다.

물론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형님 리더십’으로 통한다.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는 정면돌파형, 직진형(直進型)이라는 것이다. 이는 검찰 조직에 오래 몸담으면서 체득한 검찰문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형님 리더십의 요체(要諦)는 ‘내 사람 챙기기’이다. ‘내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기 전까지는 갈등을 보이다가도 내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한없이 잘해주는 것이 형님 리더십의 대표적 행태이다. 이른바 ‘우리가 남이가’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야당과의 소통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왜냐하면 야당은 ‘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적인 인연과 인간적인 의리에 치중하다 자칫 공의(公義)를 소홀히 해 일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 중 지명 20여일 만에 ‘온 가족 찬스‘ 등 각종 의혹으로 낙마 1호를 기록한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자녀 특혜 논란‘ 등으로 40여일 동안 끈질기게 버티다 끝내 중도하차한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사례가 주는 교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작심(作心) 인사'였던 박순애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등 2명의 여성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어떤가.

당초 윤 대통령이 고수했던 '여성할당제 폐지'를 거둬들이면서까지 파격 지명을 했지만 음주운전(면허 취소 기준인 0.1%보다 2.5배나 높은 만취상태)과 갭투기, 논문 및 정치자금 사용처 관련 의혹까지 줄줄이 이어지면서 야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하기만 하다. 꼬리 무는 논란·의혹에 빛바랜 '상징' 인사가 되어버린 모양새다. 김 후보자와 박 후보자가 '아빠 찬스' 등 숱한 논란 끝에 낙마한 정호영·김인철 후보자 후임으로 지명됐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부실 인사검증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초지일관(?)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가 법사위원장 배분 등 후반기 원(院) 구성 협상에 평행선을 달리면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선(先)임명 후(後)검증'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의리를 중시하고 내 사람을 살뜰히 챙기는 이런 리더십은 조직내 결속력 다지기에는 매우 효과적이나, 반대쪽 상대방의 입장에서 볼 때는 아주 불편할 수 있다. 상대편을 인정해 적극적으로 다가가 사안(事案)의 배경과 취지를 설명·납득시키고 배려·포용하는 자세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리더십에 적합하느냐는 것도 따져볼 대목이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서 국정 운영에 반영해야 하는데 형님 리더십이 그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는 자칫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 사람’이 추진하는 정책이라면 무조건 끌고 간다는 식의 생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국민들을 답답하게 할 개연성이 높다는 쓴소리도 있다.

결국 윤 대통령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사람’뿐만 아니라 ‘남의 사람’도 배려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와 의견과 노선이 다른 사람에게도 손을 내밀어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내편만 챙기는 협량(狹量)의 정치가 아닌 그런 ‘동반자(同伴者) 리더십‘을 펼쳐야 한다는 주문이다.

부디 지난 3월 10일, 대통령 당선 인사에서 밝힌 “헌법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반드시 지켜나가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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