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고통지수 '역대최고'인데, “이럴 거면 歲費 내놔라”

▲ 류석호 교수
▲ 류석호 교수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산출하는 '경제고통지수(經濟苦痛指數)'가 6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경제고통지수는 9.0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2.9포인트(p) 올랐다.

경제고통지수는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산출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 실업률은 3.0%였다.

고용지표의 계절성을 고려해 같은 달 기준으로 비교하면, 지난달 경제고통지수 9.0은 실업률 통계 집계 기준이 변경된 1999년 6월 이래 역대 최고치다. 상승 폭은 2008년(2.9p)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제고통지수가 치솟은 이유는 고물가(高物價)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6.0% 상승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3.0%로 전년 동월 대비 0.8%p 떨어졌으나, 5월(-1.0%p)보다는 하락 폭이 줄어들었다.

취업자 증가 폭도 84만1000명으로 5월(93만5000명) 대비 줄어들며 3개월 만에 증가 폭이 둔화했다.

많은 정치·경제 전문가들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이어 고용둔화까지 현실화되면서 국민들의 경제고통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눈앞에 닥쳤는데 ‘민의(民意)의 전당(殿堂)’인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원(院) 구성 협상을 오는 21일까지 마무리하도록 적극 협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는 앞서 제헌절(7. 17)까지 원(院) 구성을 마무리하기로 잠정합의했다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바 있어, 과연 21일까지 원 구성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하지 않던가.

그 대신 원 구성을 50일씩이나 못하고 있는 데 대한 국민의 눈총을 의식한듯, 내일(2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아울러 20일과 21일 이틀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25∼27일에는 대정부질문을 진행한다는 시나리오다.

여야는 지난 14일, 최대 쟁점이었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의 후속입법을 논의할 국회 사법개혁특위 운영을 놓고 잠정 합의에 도달, 원 구성 협상은 9부 능선을 넘는듯했다. 하지만 막판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누가 맡을 건지를 놓고 다시 충돌했다. 과방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다루게 되는데 여야 모두 위원장 자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

양측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는 바람에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라는 가장 큰 산을 넘었지만 일괄타결 원칙 아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국회는 오늘(7.19)로 50일째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게 됐다. 지난 5월 29일자로 21대 전반기 국회가 마무리되고, 후반기 국회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지난 4일 여야합의로 간신히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만 선출했을 뿐,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 상임위원, 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각각 선출하여 정하는 이른바 ‘원 구성’을 제대로 하지 못한채 여야간 지리한 샅바싸움만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가 이렇게 공전(空轉)하는 동안 유류세 인하, 직장인 점심값 지원, 중소기업 납품가 연동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들은 쌓여가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20일에 이어 이달 20일에도 1인당 월평균 1300만원에 가까운 국회의원 수당 및 활동비, 이른바 세비(歲費)를 받아갈 예정이다.

국회의원 1인당 세비는 월 1285만원, 연 1억 5426만원에 이른다. 매일 의원 1인당 42만원 꼴이다.

국회의원 300명의 세비로 대략 하루에 1억원의 예산이 나가고 있는데, 국회가 운영을 못한 기간만큼 세비를 반납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생은 뒷전인 여야 의원 모두 세비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질타인 것이다.

국회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전년도(2021년) 국회 예산은 7천53억원이고, 올해 예산은 7천3억원이다. 전년도 기준 국회의원 1인당 약 23억5천만원, 올해 기준으로는 23억3천만원(의원 수 300명 기준)이다.

물론 국회의원을 비롯해 국회 운영에 필요한 조직과 인력이 모두 포함된 예산이기는 하지만, 핵심은 국회의원 1명에게 지출되는 세비가 막대하다는 점이다. 국회가 운영을 못한 기간만큼 세비를 반납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이유다.

근로자들은 파업을 하면 ‘무노동 무임금(無勞動 無賃金, No work no pay)’ 원칙에 따라 임금을 받지 못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국회의원에게도 이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우리 경제가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로 인한 저성장 등 복합위기에 처해 있고, ’코로나19‘ 재확산세에도 정치권은 여야 모두 주도권 다툼과 정쟁으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경제위기와 역병(疫病)으로 불안해하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의정 공백이 길어지다 보니 통과가 시급한 민생현안 법안조차 언제 처리될지 기약이 없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계류 중인 법안만 1만 1000여 건에 이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회가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의원들의 해외출장이 국민의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6~7월 중 의원 58명이 해외출장을 갔다 왔거나 갈 예정으로, 국회 재적의원의 20% 가량이나 된다.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을 다룬 기사에는 '엄중한 시국에 외유성(外遊性) 출장이 아니냐'는 비난 댓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민생법안 처리와 공직 후보자 검증에 손을 놓은 의원들이 1000만원이 넘는 세비를 챙기면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국회 정상 운영은 뒷전이고 당내 권력 투쟁에만 혈안이 된 분위기여서 국민 시선이 곱지 않다.

6·1지방선거 이후 선거에 이긴 쪽이나 패배한 진영 모두 계파별 집안싸움으로 날이 새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의원 개개인의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한 인상이다.

특히 대통령선거에 이어 지방선거에도 참패한 뒤 극심한 내홍(內訌)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제1당(300석 중 169석)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무성하다. 민주당 내에서는 선거패배 책임론과 차기 당권 경쟁을 놓고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로 나뉜 의원세력 간의 다툼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다음달 28일 새로운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앞두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의원(전 대선후보)을 향해 비명계는 선거패배 책임론과 사법리스크, 공천학살 등을 거론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따라 정치권에선 최악의 경우, 8월 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이후에나 본격적인 민생 행보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준석 당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인사들 사이에서 날선 공방이 벌어지더니 당 윤리위가 ‘성상납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리고, 이에 반발한 이 대표가 지방을 돌며 지지자를 규합하는 여론전에 돌입하는 등 집안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윤핵관의 핵심으로 ’평생동지‘라던 권성동 당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3선 중진 장제원 의원(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간 대통령실 지인 사적 채용 논란 관련 ‘내전(內戰)’ 발발로 콩가루집안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여야 모두 본연의 임무는 내팽개친채 권력투쟁과 이권다툼으로 날을 지새고 있는 형국이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 딱 그짝이다. 하기야 ’내코가 석자‘인 것은 피장파장인 셈이다.

여야 의원들이 정국 주도권 장악과 당권 다툼에 집착하는 사이 국회 공백이 길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여론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국회 정상화를 위해 소수여당인 집권 국민의힘의 책임정치, 거대의석을 자랑하는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상대 ’발목잡기‘ 유혹에서 탈피해 체급에 걸맞는 각성과 금도(襟度)가 절실히 요구되는 까닭이다.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들은 입버릇처럼 늘 ’민생(民生)‘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은 다르다. 현재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으로 고통받고 있고, 3고(고유가·고물가·고환율)로 민생과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지만 정치권은 마냥 '헤게모니(주도권) 싸움'에만 열중하고 있는 모양새가 이를 웅변한다.

무릇 국민투표로 선발되는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삼권분립 중 입법부에 해당하는 국회라는 헌법기관의 구성원임과 동시에 국회의원 개개인 그 자체가 입법을 할 수 있는 헌법기관이 아니던가. 때문에 엄청난 특권(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등)과 보수를 받고 있음에랴.

어디 그뿐인가.

대통령부터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까지 적용받는 ’국민소환제(國民召還制, recall)‘에 유독 국회의원만 빠져있다. 국민소환제는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표 중에서 유권자들이 부적격하다고 생각하는 자를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민투표에 의해 파면시키는 제도로 국민파면(國民罷免), 국민해직(國民解職)이라고도 한다.

이 때문에 국민소환제 적용 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시키자는 국민여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이 대목에서 이른바 1년 7개월 전 마련된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을 떠올려본다.

상시국회(常時國會) 체제가 도입되고, 상임위(常任委) 회의 월 2회 소위(小委) 월 3회 이상 개회, 국회의원들의 상임위 회의 출석률 공개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이 지난 2020년 12월 9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입법 심사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존에는 2·4·6·8월에 임시회를 집회하고, 9월부터 100일간 정기국회를 열던 것을 고쳐. 1월과 7월을 제외한 매월 임시·정기국회가 열리게 됐다.

그러나 현실은 영 딴판이어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정치권의 허풍(虛風), 공수표(空手票)가 아니고 무엇인가.

국회에 던져진 숙제는 산적해 있다. 거듭 말하지만, 고금리ㆍ고물가ㆍ고환율의 복합위기로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고 코로나 재유행으로 공중보건 위기까지 엄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시기에 정파적 이해에 매몰돼 원(院) 구성조차 못하는 국회의 행태는 직무유기다. 누구를 위해 원 구성 협상을 하는지 여야는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세비를 반납하든지, 그게 싫으면 밥값이라도 좀 해라."

현재 국회 공전(空轉) 상황을 두고 네티즌들이 국회의원들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하는 얘기다. 자고(自古)로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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