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문 취재국장
▲ 김태문 취재국장
정부가 최근 전체 3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내년 정원을 원칙적으로 감축하고 올 하반기 경상경비와 업무추진비 예산을 10% 이상 절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라 각 기관 및 부처는 이달 말까지 조직·인력·기능 등을 분석하고 기관별 혁신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정부와 기관 모두 후대를 위해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들의 방만 경영은 어제오늘일이 아니지만 지난 5년간 특히 심해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공기관 인력은 11.5만명 증가하고 부채규모는 84조원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은 지난 2017년 5월 33.4만명에서 지난 5월 기준 44.9만명은 11.5만명 증가했다. 부채 규모도 2016년말 499.4조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583조원으로 83.6조원이 늘었다. 아무리 공공성 사업을 앞세운다고 하더라도 기관의 예산 범위 내에서 경영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만약 민간기업에서 이 정도로 경영이 허술하게 이뤄졌다면 대표가 해임됐거나 기업은 벌써 문을 닫고도 남았을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지난 5년간 공공기관은 조직·인력과 부채규모는 확대된 반면 수익성·생산성 악화로 효율화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공기업 영업이익은 떨어졌고,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관도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다.
 
공기업 영업이익은 2017년 13.5조원에서 계속 하락해 2018년 8.1조원, 2019년 7.1조원, 2020년 6.9조원, 지난해에는 7천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공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 1미만 기관수도 2017년 5개에서 지난해에는 18개로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이 1이면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는 의미다. 1미만이면 번 돈으로 이자도 다 내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이 돈은 결국 미루고 미루다가 종국엔 국민 혈세로 메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공공기관들은 그 심각성을 모르는 듯이 행동해왔다. 최근 지방 소재 일부 공기업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 부사장을 비롯해 주요 간부 모두가 사무실을 비우고 서울·경기 등 수도권으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가족과 주말을 보내기 위해 금요일부터 출장을 빌미로 자리를 비웠을 가능성이 크다. 경영은 뒷전이다. 이는 일부 공기업에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전수 조사를 해보면 지방 소재 공공기관 직원들의 수도권 출장 비중은 금요일이 월등히 높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직무 난이도와 보수를 연계한 직무급 도입 등 보수체계 개편도 제시했다. 공공기관의 95%가 호봉제를 실시하는 가운데 기존 호봉제의 연공성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직무와 능력에 따른 급여체계의 정립은 민간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핵심이다. 호봉제 완화와 직무급 도입 등의 임금 체계를 안착시키지 못하면 이번 공공기관 개혁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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