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크기 구멍 뚫려있으면 투명 포장재?
모호한 기준으로 단속 가능할지 의문
‘농민’도 모르고 ‘소비자’도 몰랐다
식약처가 내놓은 ‘불투명 포장 농·임·수산물 제조·포장 시기 표시제도 개정안’에 포함된 ‘투명’ 포장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다.
24일 <투데이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제도는 박스를 비롯해 내용물이 비치지 않는 포장재를 사용한 농·임·축·수산물의 포장재에 제조·포장 연도나 연월 표시를 의무화한다는 것을 담고 있다. 다만 ‘불투명’ 포장재더라도 손잡이나 숨구멍 등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구멍이 존재하면 ‘투명’ 포장재로 인정해 제조·포장 연·월을 표시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소비자나 생산자도 모호함을 느끼는 ‘투명’ 기준
식약처는 당초 “불투명 박스라고 해도 내용물을 볼 수 있는 구멍이 있으면 투명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지만, ‘손잡이용 구멍이 인정된다면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숨구멍이 있는 상자의 경우, 투명으로 인정이 되냐’는 질의에 대해선 “불투명 박스에 구멍을 통해 관능으로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 ‘투명’ 포장 제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변을 내놓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은 “관능으로 내용물 확인이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상대적인 기준이 아니냐”며 “특히 내용물이 겨우 보인다고 해서 포장재 안에 있는 식품의 신선도 상태를 파악하는 건 매우 힘들어 보인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모호한 기준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내놓은 상황이다.
고추 농장을 운영 중인 농민 A씨는 “투명 포장재를 제외한 모든 포장재에 대해서는 제조·포장 연월이나 연도를 표시하라기에 손잡이 구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도가 인쇄된 상자를 대량 구매했다”며 “손잡이 구멍이 있어 ‘투명’ 포장재로 인정된다면 기존의 박스를 이용하지 왜 사겠나”라고 주장했다.
농민 B씨 역시 “손잡이 구멍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내용물을 어떻게 확인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작은 구멍으로 내용물을 확인하려면 내시경이라도 사라는 거냐”고 되물었다.
기준의 모호함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단속 미흡이나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
또한 해당 개정안에 대해 “표시법을 위반한 것을 판매하거나 진열 또는 운반해 영업에 사용한 경우 ‘식품등이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혀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확한 기준이 없이 단속만 하게 되다면, 그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있다“라며 “단속보다는 당국에서 제대로된 기준 마련을 먼저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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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기자
smk3190@todaykorea.co.kr
통합뉴스룸 총괄팀장
김시온 기자
news1@todaykorea.co.kr
법조팀 / 사회·법원·기획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