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올해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이른바 ‘하투’로 불리는 여름철 파업을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을 속속 마무리 짓고 있어서다.
 
그러나 유일하게 한국지엠만이 임단협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노사 간 교섭이 결렬된 가운데 노조가 사측에 진전된 제시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한국지엠이 노조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올해 5월 1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열린 2022년도 임금 및 단체 협상 상견례에서 마주 앉은 현대자동차 노사.
▲ 올해 5월 1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열린 2022년도 임금 및 단체 협상 상견례에서 마주 앉은 현대자동차 노사.
 

현대차·기아·르노코리아차, 무분규로 임단협 마무리

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자동차는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파업 없이 올해 임단협 협상을 타결했다.
 
앞서 르노코리아차 노조는 부산공장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벌였다.
 
이번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1933명 중 1843명이 참여했다. 이 중 54.1%(997명)가 찬성에 표를 던지면서 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최종 가결됐다.
 
이에 르노코리아차 노사는 4년 만에 무분규로 임단협을 완료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간 임단협 협상에서 큰 갈등을 빚어 온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르노코리아차 노조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파업을 벌였고, 사측은 직장 폐쇄로 맞불을 놓는 등 심각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최종 가결된 잠정 합의안에는 △기본급 6만원 인상 △격려금 300만원 △비즈 포인트 20만원 지급 △휴가비 인상 등이 담겼다.
 
임금 피크제, 최저 임금, 승진, 고과, 승급 제도 등에 대해선 인사 제도 개선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해 논의키로 했다. 단 현재 소송 중인 임금 피크제와 통상 임금 관련 내용은 소송의 결과를 보고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20일 일찌감치 임단협 협상을 타결했다. 특히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4년 연속으로 파업 없이 임단협을 완료한 것은 현대차 노조가 설립된 1987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임단협 합의안에는 △호봉 승급분을 포함한 기본급 4.3%(9만8000원) 인상 △수당 1만원 인상 △경영 성과급 200%+400만원 △품질 향상 격려금 150만원 △하반기 목표 달성 격려금 100% △주식 20주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또 내년 상반기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 전용 국내 공장 건설, 숙련 고용자 처우 개선, 호봉 제도 개선 및 호봉 간 금액 상향, 산재 중증 재해자 대체 채용, 특별 채용자 동일 근속 인정, 전문 기술 인력 배치 전환 허용 등도 포함됐다.
 
▲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기아는 지난달 30일 열린 제10차 본교섭에서 올해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올 6월 2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매주 2~3회 집중적으로 실무 및 본교섭을 벌여 온 기아 노사가 2개월여 만에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잠정 합의안에 대한 노조 찬반 투표는 하루 뒤인 이달 2일 진행될 예정이다. 투표 결과는 두고 봐야 하나 이번 임단협 협상에서 노사가 서로 한발씩 양보해 합의에 다다른 만큼 무난히 가결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기아 노사가 도출한 잠정 합의안에는 △호봉 승급분을 포함한 기본급 9만8000원 인상 △경영 성과급 200%+400만원 △생산·판매 목표 달성 격려금 100% △품질 브랜드 향상 특별 격려금 15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지급 △수당 인상을 위한 재원 마련 등이 담겼다. 또 무상주 49주 지급도 포함됐다.
 
아울러 노사는 ‘국내 공장이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미래차 신사업 핵심 거점으로 거듭나도록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의 미래 변화 관련 합의도 체결했다.
 
이에 추후 신설되는 미래 변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법정 관리 졸업을 눈앞에 둔 쌍용자동차는 국내 완성차 업계 최초로 교섭 주기를 다년제로 변경했다. 이에 올해는 노사 간 임단협 협상을 진행하지 않는다.
 
▲ 한국지엠 부평공장.
▲ 한국지엠 부평공장.

한국지엠, ‘누적 적자 5조원’ 개선 위해 갈 길 먼데…노조, 파업 카드 ‘만지작’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한국지엠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유일하게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한국지엠의 경우 지난달 25일 열린 제17차 교섭이 결렬된 이후 일주일 넘게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한국지엠 노조가 사측의 제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사실상 임단협 협상이 답보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초 사측은 △기본급 4만1000원 인상 △성과급 500만원 △투명 경영 및 신뢰 경영 조항 제시 △직장 내 성희롱 방지 및 괴롭힘 금지 신설안 제시 △건강 진단 종합검진 2년 주기 제시 △쉐보레 브랜드 수입차 10% 할인 프로그램 시행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통상 임금의 400% 성과급 △국내 전기차 생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연내 폐쇄될 것으로 점쳐지는 부평2공장에 전기차 생산 설비를 구축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노조는 “추석 전 임단협 협상 타결을 원한다면 진전된 안을 제시하라”고 못박은 상태다.
 
이에 사측은 노조에 전달할 최종 제시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8년 간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누적 적자가 무려 5조원에 달하는 터라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한국지엠 노조가 합법적 파업 쟁의권을 확보해 뒀다는 점이다.
 
지난달 16~17일 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해 찬성 83%를 얻었다. 이후 같은달 22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한국지엠 노조가 머지 않아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미 노조 집행부는 출근 선전을 벌이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지엠 노조 집행부의 출근 선전 모습. 사진=한국지엠노동조합
▲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지엠 노조 집행부의 출근 선전 모습. 사진=한국지엠노동조합

한국지엠 노조는 최근 조합원들에게 보낸 소식지에서 “노조가 결코 받아들이기 어렵고,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며 “생활 임금 보장, 미래 발전 비전, 단체 협약 원상 회복 등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측의 제시안에 따라 투쟁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며 “임금과 미래에 대한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끝장 투쟁도 각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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