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미국의 기준금리 대폭 인상으로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리세션)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미 연준은 22일 새벽 기준금리를 0.75%p 인상, 3회 연속으로 한번에 0.75%p씩 크게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이로 인해 미 기준금리가 3.00∼3.25%로 으르면서 한국의 기준금리 2.50%를 웃돌아 다시 한번 금리 역전 현상이 재연됐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400원 선이 붕과됐다. 이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앞으로 서민들의 삶이 무척 고달파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이어 영국과 노르웨이가 기준금리를 올렸고 유럽 주요국 중 유일하게 제로금리를 유지해온 스위스도 기준금리를 0.75%p나 대폭 인상했다. 또한 아시아의 인도네시아와 홍콩도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세계 각국이 금리인상 대열에 속속 나서고 있다. 이젠 선진국 가운데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는 국가는 사실상 일본만 남게 됐다.
 
이미 예상됐던 일이긴 하나 미 금리가 인상되자 국제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달러를 제외한 세계 통화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면서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로 돌아설 것이라는 공포가 한층 고조됐고 미국도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경기 경착륙 우려가 높아졌다.

고금리 경쟁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 별명을 얻었던 누리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는 “2023년까지 길고 지독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금융시장에서 달러 초강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이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 경기침체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됐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 분명하다. 미 연준의 양적 긴축 규모도 2배로 확대되면서 상대적인 긴축 모멘텀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연준 위원들은 연말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평균이 4.4%, 내년 말에는 4.6%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4년까지는 금리 인하가 없다는 메시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고통 없이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물가상승률이 2%를 향해 내려간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고 단언했다. 심지어 경기침체까지 언급했다. 실제로 미국의 성장전망치는 올해 1.7%에서 0.2%로 거의 제로 수준까지 떨어졌고 실업률 전망은 3.8%로 올라갔다. 그런데도 인플레 전망은 5.4%나 된다.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대 물가는 내년에 달성되겠지만 안정 단계는 2024년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도 원화 약세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출을 방지하고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올해 남은 10월, 11월 두 차례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의 잇단 ‘자이언트 스텝’으로 금년 말께는 한미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1.50%p에 이를 수도 있어 ‘빅 스텝’ (0.5%p 인상) 단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올해 남은 두차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p씩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밝혀왔으나 “전제조건이 많이 바뀌었다”고 언급, ‘빅스텝’가능성을 내비쳤다.
 
금리 인상은 환율 급등과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세계 경제의 부진으로 귀결될 것이다. 가뜩이나 지금도 우리 경제의 견인차인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는 국면인데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우려되니 예삿일이 아니다. 누적 무역적자는 올해 역대 최대 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우고 있고 경상수지마저도 조만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금리 상승은 또한 기업의 이자 부담을 증가시켜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한계기업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기업실적 둔화는 투자를 줄이고 가계소득 감소와 소비위축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금리 인상 폭이 클수록 서민과 영세 기업의 고통이 심화된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삼각파도는 반년의 시차를 두고 경기에 충격을 준다는 점에서 내년 상반기엔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닥치지 않을 까 우려된다. 가계와 기업, 정부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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