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부회장
postmaster@todaykorea.co.kr
기자페이지
매각 아니면 파산이 마지막 수순
대우조선 연혁부터 기업확장과 무리한 차입,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계를 맞아 세금에 의존해 연명하는 부실 대기업의 흑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1973년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로 출발해 1978년 대우그룹이 인수하면서 대우조선으로 개명했고 외환위기로 그룹이 해체되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2000년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통해 대주주가 됐다. 한때 조선업계가 호황으로 돌아서자 2008년 한화가 6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수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어 매각이 무산됐다.
산업은행은 2019년 다시 국내조선업계 선두인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LNG선 독과점 우려를 들어 기업결합 승인을 거부해 실패로 돌아갔다. 대우조선 노조는 매각반대 활동에 나서는 한편 현대중공업 인수 실사단 출입을 저지하는 등 무산 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난 9월 산업은행이 한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노조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 지난 22년간 최대주주로 관리하면서 국민 세금 12조원을 퍼부었다. 그러나 대우조선 총부채는 10조4740억원(부채비율 676%), 최근 10년 누적 순손실 7조7446억원으로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2015년 대규모 분식회계가 드러나는 등 경영부실이 더욱 심각해져 다시 7년간 7조1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최근 조선업이 LNG선 수요증가 등에 힘입어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으나 대우조선은 저가 수주가 쌓여 올 상반기에도 5695억원 적자를 냈다.
세금 파먹는 막장 경영에 여론 악화
공적자금 투입에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경영진은 저가 수주와 무리한 지출 삭감 등으로 단기실적에 급급하게 되고 노조는 사실상의 민영화 매각을 막아 지원자금 파이프를 지키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지난 7월 하청지회가 조선소 도크의 선박을 장기 점거하고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배경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당연히 대우조선을 보는 금융권 시각은 더 이상 세금 파먹는 막장 경영을 용납할 수 없다며 매각 아니면 파산을 요구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정권교체를 앞둔 지난 3월 알박기 논란 속에 취임한 박두선 대우조선 사장(임기 3년)의 어정쩡한 태도도 여론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7월 하청지회 파업 초기에 시설 보호 강화와 함께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더라면 악화를 막을 수 있었다는 박 사장 책임론이 사내에서 나왔다. 박 사장은 사태가 정상화되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다시 모호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한화 매각 방침이 발표된 뒤 노조가 나서 박 사장 임기보장을 한화에 요구하기로 한 사실 알려지자 박 사장과 노조의 막후 제휴설까지 돌았다. 이런 움직임이 비노조 직원들의 반발을 사면서 부정적인 여론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 매각발표 이후 증시에서 한때 헐값 논란이 제기됐다.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이 담보되지 않은데다 주가가 떨어진 시점에 산업은행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매각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한화가 2조원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49.3% 최대 주주로 올라서면 산업은행 지분은 55.7%에서 28.2%로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증시가 당분간 하락세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이라서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무작정 매각을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현 단계에서 한화에 매각하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대우조선을 사실상의 공기업으로 연명시키려는 매각반대 활동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여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채는 늘고 경쟁력이 떨어져 기업가치가 거듭 추락하는 판에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지원을 계속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번에도 매각이 무산되면 대우조선 경영진은 물론 산업은행에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