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문 취재국장
▲ 김태문 취재국장
최근 물가 상승 속에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달부터 4인 가구 기준 평균 전기요금이 2,270원 가량 인상됐다. 지난 5년간의 ‘탈원전 기조’ 속에서 사실상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동안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랐지만, 지난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해왔다. 결국 공언이 되고 말았다.
 
‘탈원전 청구서’가 국민들에게 발송되고 있는 요즘, 한전을 비롯한 전력 공공기관들이 바짝 움츠러든 모습이다. ‘맏형’인 한전은 ‘역대 최대 적자’에 결국 두 손 들고 국민들에게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피해를 떠넘기고 있는 모양새이고, 일부 산하 전력 공공기관들도 이런저런 문제로 뒤숭숭하다. ‘전력 공공기관’이라는 집안이 온통 침울한 모습이다. 경영 전반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형국이다.

한전은 새 정부 출범 후 잇따라 ‘전기요금 인상’ 분위기 조성에 불을 지폈다. 지난 8월 ‘연료비 급등 등으로 인해 올해 상반기 14.3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30일에는 결국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위한 전기요금 조정 시행’이라는 묘한 제목으로 전기요금 인상 확정 내용을 발표했다. 마치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하고 있지 않다’는 식의 제목이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의 한전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원가가 싼 원전 가동은 축소하는 ‘탈원전 정책’은 발전 비용 증가로 한전의 경영을 악화시키고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흘려듣고 만 결과를 낳았다. 결국 지난 8월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사 전반의 경영효율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경영효율화에는 ‘역대 최대 적자’를 사실상 방조한 임직원들에 대한 책임도 반영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정부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다’ 식의 논리는 통하지 않아야 한다. 민간기업에서는 적자를 내고 빚을 낼 지경에 이르면 출혈을 감내하고서라도 직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한국동서발전도 침울한 집안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정부에서 내정된 현 사장이 ‘전력 산업 지식과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였다는 정황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문외한 사장’이 국가 백년대계를 세워야 하는 에너지 정책의 최일선에서 발전사를 이끌어간다는 것은 재난일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KDN도 침울한 집안 분위기에 가세하고 있다. 두 기관이 정규직 채용전환 인턴들에게 퇴직급을 일부 미지급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두 기관이 2017년부터 인턴기간을 산정하지 않은 채 퇴직금을 지급한 인원은 각각 112명에 달했다. 해당 미지급 금액은 2억1,746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같은 기간 동안 임원 및 정규직은 한수원 5,247억여원, 한전KDN 299억2,334만원 등 총 5,547억원을 성과급으로 받아갔다. 정규직 채용전환형 인턴들은 인턴기간을 산정해 퇴직금을 지급받아야 했지만 받지 못했고, 기존 직원들은 성과급을 알뜰하게 챙긴 것이다.
 
최근 전력 공공기관들의 ‘침울한 집안 분위기’는 앞으로 더 깊어질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기관들 외에 다른 기관들에서도 그동안 숨겨져 온 ‘경영 난맥상’이 앞으로 어떻게 어떤 식으로 터져나올지 모른다. 이달부터 발송되는 한전의 ‘탈원전 청구서’가 그 신호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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