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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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둔화를 촉진하고 이는 국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그런데도 한은이 금리를 인상한 것은 외환시장 불안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와 고물가 고착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불가피한 고육책이다.
물가는 6월 6.3%에서 7월 5.7%, 8월 5.6%로 상승 폭이 둔화되고 있지만, 환율 상승의 영향 등으로 앞으로 상당 기간 5%대 이상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년 1분기까지 5%를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물가 상승률이 5%대라면 원인이 수요 측이든 공급 측이든, 경기를 희생하든지 간에 금리 인상 기조를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우려를 무릅쓰고 인플레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가 계속 치솟고 있고 이달 중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예고된 작금의 상황에서 이를 제어할 해법은 금리 인상 외에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은의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격차가 0.75%p에서 0.25%p로 줄었다. 그러나 미 연준이 높은 물가 때문에 다음 달 초 기준금리를 또다시 0.75%p 올릴 것으로 예상돼 다시 1%p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8.2%가 상승, 상승 폭이 전월보다 줄기는 했으나 시장예측치 8.2%를 넘어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물가인 9월 근원물가는 1981년 1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3월의 전년 대비 6.5%보다 높은 6.6%를 기록,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해 말 4.5%까지 올리고 그래도 물가가 잡히지 않을 경우 내년에도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미 금리 격차 확대를 초래, 한은도 이에 적극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달러 강세로 추락하는 자국 통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준비금(외환보유액)을 낭비하지 말라”고 각국 중앙은행에 경고했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원화 값 추가 하락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더 취약해지고 외국인 투자자금의 추가 이탈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한은으로서는 경기침체를 무릅쓰고 라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어 추가 인상은 거스릴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담은 가히 쓰나미 급이다. 가계의 경우 금리가 1%p 오르면 더 내야 할 이자가 연간 13조 원이 넘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집을 팔아도 빌린 대출을 모두 갚지 못하는 금융부채 고위험군의 대출잔액만도 작년 말 현재 38만1000가구, 69조4000억 원에 이른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부동산시장은 연말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대를 찍을 것으로 보여 거래 절벽과 가격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낙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많고 부동산 가격이 지난 수년간 너무 많이 올라 금리 상승이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도 문제다. 한국은행은 이번에 기준금리가 연 3%까지 올라 국내 기업 10곳 가운데 6곳은 번 돈으로 이자를 갚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이번 금리 인상으로 경제 성장률이 0.1%p 내려가고 내년에도 기존 전망치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젠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대비책을 세우는 수밖에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컨틴전시 플랜을 조속히 마련한 뒤 세계 경제와 정세의 불확실성을 직시하면서 그때 그때 융통성 있게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 특단의 리스크 관리와 함께 비용 절감 노력을 배가해야 하겠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