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직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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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정부가 내년 한 해 국정 방향을 설명하고 이를 뒷받침할 예산안을 제시하는 자리다. 국민에겐 정부의 시정 방향을 설명하는 것이고, 국회에는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고 승인해달라고 요청하는 자리다.
여 야가 머리 맞대고 한해 나라 살림의 방향과 규모에 관해 논의하고, 수정 보완을 거쳐 확정하는 절차가 시작되는 중차대한 자리다.
어떤 이유에서건 가벼이 할 수 없는 자리다. 책임이 어디에 있건 간에 국민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 방기(放棄)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줄곧 이어지고 있는 여 야 대치 상황과 관련, 한 경륜 있는 정치 평론가의 향후 정국 시나리오를 보자.
- (1)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정부 여당과 이재명을 대표로 하는 야당의 초강성(超强性) 대치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더구나 이재명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는 퇴로 없는 정면승부 양상으로 치달을 것이다.
(2) 수사 여하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 이 대표가 기소라도 된다면 혼란은 걷잡을 수 없다. 민주당 내분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수사가 당 차원이 아닌 개인 사안임으로 당이 모두를 안고 가야 하느냐는 반론은 불가피하다. 이런 현상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분당(分黨)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민주당 내 이재명의 세력 또한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분당 예측성을 높인다.
(3) 이런 가운데 정국은 혼란이 지속된다. 특히 야당은 지지층을 결집, 대규모 시위로 맞설 것이다. 촛불 시위로 집권한 경험을 최대한 살리려 할 것이다.
여권도 가만있을 리가 없다. 맞불 시위로 대응할 것이고, 주말이 광화문광장과 시청 앞은 허구 헌날 시위로 시끄러울 것이다.
(4) 야당의 분열이 가시화 할 경우 여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있다. 집권 초기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윤대통령의 리더십이 살아난 경우 내후년 총선에서 여당이 우세할 수도있다 그러면 임기중후만 국정운영에 동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여소야대를 극복해내지 못한다면 임기 내내 혼란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 정권은 아무 일도 못하는 식물정권이 될 수도 있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 된다면 큰일이다. 거야(巨野)의 반발과 비협조로 민생입법 추진이 어렵게 되고, 갖가지 개혁 추진도 무산될 것이다.
대내외적인 경제 혼란에다 국내 정국 혼란이 겹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경험해보지 못한 혼돈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우려가 높다.
협치는 불가능한 것인가
민주당을 거야(巨野)라고 부른다. 180여석의 거대 야당임은 맞는 말이다.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민주당이 반대하면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거대 야당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입법 말고는 민주당이 갑(甲)이 아니다. 사실 입법 기능 말고는 실제적으로 정부와 여당이 갑이다.
예를들어 민주당이 집권 말기 무리해가며 추진한 검수완박만 해도 정권 교체후 새 정부가 시행령으로 기능을 유명무실화한 것 아닌가.
시행령통치라는 비난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행정부 기능으로 입법 기능을 대체해버린 사례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적어도 민생 경제분야에서 만큼은 협력해야 한다. 그같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정 운영에 협력하지 않고 거야를 무기로 사사건건 발목잡기에 나선다면 국민의 외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도 거야 타령만 하지말고 야당과의 협치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실질적으로 정국 운영에 갑의 위치인 국민의 힘이 협치 복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여도 야도 이재명 사법 리스크와는 별도로 국민을 위한 큰 정치를 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