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지사는 애초에 내일 오전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레고랜드발 사태가 금융시장을 뒤흔들며 사태가 전방위로 확산되자 일정을 하루 축소해 27일 귀국했다. 사진=뉴시스
▲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지사는 애초에 내일 오전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레고랜드발 사태가 금융시장을 뒤흔들며 사태가 전방위로 확산되자 일정을 하루 축소해 27일 귀국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윤주혜 기자 | 김진태 강원지사가 최근 레고랜드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촉발된 전방위적 금융 위기 상황에 대해 결국 고개를 숙였다.
 
김 지사는 27일 베트남 출장에서 돌아온 후 인천 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처음부터 보증채무 이행의사를 밝혔고,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하는 과정에 의외의 사태가 생긴 것”이라며 “매 가을에 해오던 2차 추경을 취임 후 하지 않고 아껴놓은 게 있어,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 12월 15일까지 갚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애초 28일 오전 귀국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하루 앞당겨 급히 귀국했다. 
 
앞서 강원중도개발공사(GJC)는 지난 2020년 레고랜드 설립 자금 마련을 위해 특수목적법인 ‘아이원제일차’를 조성한 후, 이를 통해 205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강원도는 GJC가 이 채권의 만기 상환을 못할 경우, 이를 대신 지급하겠다는 보증을 섰지만, 지난달 28일 김 지사가 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에 아이원제일차의 ABCP는 만기일 내 상환돼지 못한 채, 10월 4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문제는 이같은 김 지사의 조치로 국가의 보증조차 믿지 못하게 된 일반 회사채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현상이 발생하면서산업계 전방위적으로 심각한 자금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김 지사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김진태 강워도지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조기 귀국이 아니라 조기 사퇴”라며 “금융시장과 기업의 돈줄이 줄줄이 막히는 초유의 일을 벌여놓고, 김 지사는 베트남 출장에서 조기 귀국하며 그저 ‘조금 미안하게 됐다’고 했나”라고 꼬집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경제도 모르고 지금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른 채 한가하게 베트남을 갔다”며 “지금 대한민국이 난리가 났는데 왜 베트남에서 중요한 얘기를 발표하나”며 혀를 찼다.
 
전문가들도 김 지사의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강원도 산하 강원도중도개발공사가 레고랜드를 짓는 과정에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상환에 실패하며 채권시장 리스크가 높아졌다”며 “이 사건으로 지자체가 보증한 채권의 불신이 커졌고 PF시장의 리스크 확대는 물론, 전반적인 부동산 대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동성 축소로 엄중한 시기에 이해할 수 없는 지자체의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강원도는 보증채무를 상환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정광열 강원 경제부지사는 “오는 12월 15일까지 보증채무 전액인 2050억원을 상환하기로 했다”며 “이는 김진태 도지사와 추경호 경제 부총리 간 직접 협의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시장 불안을 진화하기 위해,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23일 발표된 이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한국증권금융를 통한 증권사 유동성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으로 구성됐다.
 
긴축 재정을 이어가고 있던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정책을 가동하게 만든 것에 대해, 김 지사는 “본의 아니게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오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서도 “강원도민의 부담을 어떻게든 줄여보려 한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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