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국생명 본사. 사진=뉴시스
▲ 흥국생명 본사.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윤주혜 기자 |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일을 연기했던 흥국생명이 국내 금융회사들의 외화표시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 혼란이 커지자, 돌연 입장을 선회했다.
 
8일 <투데이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흥국생명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7년 11월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며 “당사는 최근 콜옵션 연기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조속히 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익성 및 자금유동성, 재무건전성 등은 양호한 상황이며, 향후 추가적인 자본 확충을 통해 자본안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입장을 바꾸게 된 배경에 대해 흥국생명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콜옵션 연기 결정 이후 시장 상황이 급격히 어려워지다 보니, 금융사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종자본증권 자금 충당 방안에 대해 “RP(환매조건부채권) 발행 자금 4000억원을 활용해 상환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4대 시중은행과의 RP 매입 시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는 방안과, 보험사 대출을 통해 1000억원을 조달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흥국생명은 지난 2017년 11월 9일,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발행 당일 환율로 약 5571억원에 달하는 돈을 시장에서 빌린 바 있다. 

이때 본사는 발행일로부터 5년 뒤인 2022년 11월 9일에 원금을 상환하겠다는 ‘콜옵션’을 내걸었는데, 만기를 6일 앞둔 지난 3일 싱가포르거래소를 통해, 콜옵션 행사일을 내년 5월로 연기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와 관련해 흥국생명 측은 지난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장 환경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보통 금융기관은 콜옵션을 하기 전 새롭게 채권 발행을 하는데, 최근 금리가 계속 오르고 미국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불안한 시장상황이 이어짐에 따라 해당 채권의 금리를 10% 이상으로 높게 책정해도 투자자들이 몰리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문제는 이같은 콜옵션 미행사가 외화채권시장에서 한국물(국내 기업의 외화표시채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등의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거래 가격은 콜옵션 일정 연기를 공시했던 지난 4일 72.2달러로, 10월 말 가격(99.7달러)에서 27.6% 하락했고, 동양생명의 신종자본증권(2025년 9월 콜옵션 만기)도 지난달 말 83.4달러에서 4일 52.4달러 급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금융 시장 내 혼란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비우량 등급 금융사에 대한 경계감과 스프레드 확대는 지속되고 있다”며 “보험사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실행으로 자본시장 접근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채권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콜옵션 미행사로 시장의 충격은 다른 시기에 비해 그 여파가 클 수 있다”며 “다른 보험사들도 달러 표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이행과 관련한 금융당국 개입의 필요성에 대해 “쉽지 않다”는 입장을 견고히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7일 열린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조기상환에 대한 스케쥴을 알고 있지만, 시스템적으로 금융당국의 사전 개입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시장에서 발행시점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에 대한 기대가 있는 점과 흥국생명 측의 자금여력도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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