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정치, 퇴행 집단이 우환 키워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한 국민의 애도를 악용, 혼란과 반목을 조장하려는 세력들의 행패가 도를 넘어섰다. 가짜뉴스 유포 의혹을 받고 있는 친야 유튜브 채널과 인터넷 매체가 유족들의 동의도 받지 않고 이태원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추모미사를 열어 희생자 명단을 한 명씩 호명했다. 성공회와 천주교 신부라는 성직자들이 대통령 전용기 추락을 염원하는 저주의 글과 이미지 합성 사진을 SNS에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심장변 어린이를 돌보는 모습이 공개되자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빈곤 포르노’ 화보라고 혹평했다. 저주의 굿판이 따로 없다.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는 합성사진을 올린 박주환 신부는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으로 알려졌다. 그는 ‘비나이다~ 비나이다~’ 글과 함께 합장한 아이의 모습도 올렸다. 천주교 대전교구는 박 신부를 공적 미사와 고해성사 집전 등에서 배제하는 성무 집행정지를 명하고 교구장 사과문을 발표했다. 14일 전용기가 추락하기를 바란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김규돈 신부는 대한성공회 나눔의 집 소속이다. 성공회 대전교구는 공식 사과하고 김 신부의 사제직을 박탈했다.
 
분노, 악담을 넘어 살기를 연상시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 분들이 그동안 어떻게 신부직을 수행하고 신도들을 이끌었는지 개탄스럽다. 신부들에게도 개인의 정치적 의견을 드러내고 대통령과 정책을 비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러나 이웃 사랑을 강조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되새겨 생명존중과 화합에 앞장서야 할 성직자들이 대통령 전용기 추락을 염원하는 글과 합성사진을 올린 행위는 도를 넘어선 패악이다.
 
참사 명단을 공개한 유튜브 ‘더탐사’는 얼마전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변호사들과 함께 심야 술판을 벌였다는 주장을 김의겸 민주당 의원과 함께 ‘협업’으로 내놓은 그 채널이다. 더탐사는 소송비용을 마련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정의구현사제단측이 희생자를 호명하는 사진을 배경으로 광고성 떡볶이 먹방까지 방송해 더욱 공분을 일으켰다. 방송을 캡처한 사진이 널리 유포되면서 “유족은 울분을 토하는데 웃으며 먹방이라니”라는 반응 등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명단을 공개한 인터넷 매체 ‘민들레’에도 유족과 시민들의 항의와 비난이 몰렸다. 외국인 희생자 중 자국민 이름이 공개된 국가가 외교부를 통해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족 동의를 전제로 명단공개를 주장해 정부 여당과 공방을 벌이던 터라 당내에서 역풍을 우려하는 시각이 없지 않다. 그러라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희생자들의 실명을 기록한 ‘온라인 추모관’ 개설을 추진해 유족들 간의 소통을 돕겠다고 주장한다. 말로는 돕겠다지만 유족 협의체 구성을 전제한 노림수로 들린다. 희생자 명단이 공개되기까지 배경에 민주당 움직임과 정치적 동기가 깔려 있다는 짙은 의혹을 드리우는 대목이다. 대변인 논평부터 독설과 악담이 오가는 정치권의 거친 행태가 비방과 저주가 난무하는 험악한 사태를 불러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혹세무민 선동, 반드시 퇴출시켜야
 
반도체 강국을 이끈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정곡을 찌르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다가 가끔 정치권의 역풍도 맞았다. 1987년 12월 취임한 그는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먼저 제시했다. 1993년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는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철저한 변화를 촉구했다. 얼마 후 베이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라고 평했다. 정치 4류 발언에 재계는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당시 김영삼 정부와는 한동안 껄끄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정치권 수준은 크게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여전히 음모론이 횡행하고 저주와 악담이 판을 치는 막장 드라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나라의 근심을 더한다. 야당만 탓할 일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의 행적도 국민이 조마조마 할 정도로 언행에 신중함이 없고 정치적 감각에 미숙하다. 여소야대의 어지러운 정치판에서 집권 여당과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괴담과 음모가 난무하게 마련이다. 독선과 저주를 일삼으며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세력을 축출해야 막장 드라마가 끝나고 국격을 바로 세울 수 있다. 경제와 민생 안정의 발판이 되는 선결조건이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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