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영수 통신원
▲ 황영수 통신원
미국의 달러패권이 저물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달러화가 가진 막강한 힘을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무기로 세계를 미국의 뜻대로 컨트롤해왔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가깝게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 없이도 국제은행간 결제시스템인SWIFT제재만으로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미 달러화의 강력한 위상은 SWIFT결제통화 비중에서 거의 40%를 차지하는 것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달러화의 종말을 경고하는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우선 G2국가인 중국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뜩이나 팬데믹으로 허약해진 유럽경제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러시아의 강력한 자구책을 꼽을 수 있다.

명실공히 세계 수출 1위국인 중국은 SWIFT를 통해 모든 수출대금을 결제받는데 이는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국의 돈줄이 막힌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 실제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지난 2020년 국가보안법 사태로, 홍콩을 SWIFT에서 배제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해 중국정부로서는 자체적인 무역 결제망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2020년에 양국간 무역 결제금액의 절반을 위안화와 루블화로 해결했을 정도로 그 비중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
세계에서 중국이 가장 앞서 있는 디지털 화폐 시스템 역시 SWIFT 시스템에서 벗어나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이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도 생각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만에 하나 러시아에 대한 SWIFT 제재가 이루어진다면 러시아는 중국과의 결제시스템 결속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의존도가 침공 전 45%에서 2022년 하반기 들어 17%대까지 줄었다고는 해도 그 결제대금 역시 SWIFT시스템을 통할 수 밖에 없어 미국의 동맹인 E.U도 곤경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이 SWIFT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도 100여개국 이상이 참가하면서 그 세를 불려가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60개국 이상의 국가와 총 5천억 달러에 달하는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의 이러한 노력은 결국 미국의 경제제재를 상당부분 피해 갈 수 있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다음으로, 미 달러화의 종말을 가속화하는 원인은 무엇보다도 팬데믹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났던 양적완화와 양적긴축 그리고 그 후발효과에 있다. 시중에 막대한 금액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는 필연적으로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인플레이션과 자산거품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미 연준은 2년여의 팬데믹 기간동안 유동성 공급을 위해 국채와 주택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무려 4조 6천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시중에 풀었다. 그리고 지난 2022년에는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명목하에 1980년 이후 무려 40여년만에 한 해에만 4.25%의 금리를 인상하는 강경책으로 돈줄을 옥죄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돈줄조이기에 약소국들의 경제는 거의 파탄지경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체 에너지 수요의 40% 이상을 러시아산 가스로 충당하던 미국의 가장 강력한 맹방인 E.U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끝낼 것을 강요받으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도는 현저하게 낮아졌다. 오로지 자국의 경제와 이익만 챙기기에 급급한 미국의 행동은 우방국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으며, 중국을 비롯한 안티아메리카 경제블록은 더욱 더 힘을 받고 있다.

잘 알려진대로 BRICS나 상하이 협력기구(SCO)같은 여러 경제블록들이 달러의 대체 수단을 강구 중이며, 오일달러와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적극적인 협력의사를 밝히고 있어 중동과 이슬람 국가를 중심으로 추가 협력국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의 핵심인 오일과 금을 결제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던 미 달러화는 지나친 자국우선주의와 팬데믹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미국의 실물경제로 인해 거품이 꺼져가고 있다.

강력한 미국의 힘과 경제제재에 짓눌려 예전의 단수선택지만 있던 상황과 다르게 현재처럼 복수의 선택지가 있는 것은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선택을 가능하게 해준다. 더구나 그것이 자국경제의 흥망성쇠와 깊은 관련이 있다면 단수의 선택지를 쥐고 흔들던 주체에게는 분명히 재앙과도 같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재앙을 알고 준비하는 누군가에겐 새로운 기회이자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 불려 나갈 수 있는 소중한 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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