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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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금값은 상종가를 올리며 길고도 길었던 침묵을 완전히 깬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월 3일에 실물금은 온스당 무려 50불, 코멕스 선물 4월물은 1,875.70불로 전일대비 55불이나 폭락하며 주간 하락률 3.7%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이런 갑작스러운 가격하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첫번째로는 1969년 이후 최저수준인 3.4%로 나타난 미국의 월간 실업률이 꼽히고 있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이 1월에 대략 185,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517,000개의 일자리가 생긴 것이다.
이는 팬데믹 초기부터 고용지표 개선을 지상과제로 내세우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미 연준의 목적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것이다. 이로써 외견상으로 미 연준은 금리인상으로 대표되는 강경통화정책을 이어 나갈 명분을 확실히 챙겼고, 기지개를 켜던 금은 일격을 맞은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공급관리 연구소(ISM)가 발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서비스업이 지난 12월 위축당시보다 55.2%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강력한 서비스업 지표는 안 그래도 지나치게 오른 서비스업의 임금상승에 지속적이고도 강한 압력을 유발할 것이고, 이는 인플레이션 하락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미 연준은 이에 대해 적잖이 당혹스러운 눈치다. 결국 예상 못한 일자리 수 증가가 마냥 웃을 일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강력한 달러에 밀려 온스당 1,700불대를 지루하게 횡보하던 금값은 1,800~1,900불 사이의 매물대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채 순식간에 1,950불을 넘어 숨가쁘게 달려온 측면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시장에서는 이번 하락이 매물소화의 측면도 상당하므로 단기 하락이벤트에 불과하며, 추세와 다양한 지표는 아직도 금값이 상당한 상승세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금 협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작년 한 해에만 각 국의 중앙은행들이 공식적으로 1,136톤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금을 매수하면서 무려 55년만의 신기록을 작성하기까지 했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특히 세계 1위의 금 소비국인 중국이 2022년 12월말 기준으로 금 보유량을 약 2,010톤으로 늘렸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중국의 경제블록인 상하이 협력기구(SCO)에 속한 국가들도 지속적으로 금 보유량을 늘려가고 있다. 이러한 중국과 신흥국들의 금 구매러시는 팬데믹이 유발한 엄청난 양적완화로 특히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자국통화를 적극 방어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으며, 여기에 중국이 탈(脫)달러화의 수단으로 금 매수를 적극적으로 늘려가면서 이번의 금값 하락이 일시적이라는 데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 중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 동향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금값이 반등할 수 있는 호재는 도처에 있다. 우선 미 연준과 주요 경제국들의 중앙은행들이 이르면 1분기 내에 금리인상을 멈출 가능성이 기정사실화되고 있고, G2중 하나인 중국이 그간의 통제를 풀고 경제활동을 재개했다는 점도 강력한 상승랠리의 뒷받침이 될 것이다. 아울러 물가 상승률의 둔화와 경기 침체에 대한 강한 우려도 강경 통화정책을 멈추거나 완화하는데 명분을 주고 있다. 이는 곧바로 그동안 강(强)달러에 억눌려 있던 금값을 깨우는 역할을 하며 올해 금값이 역사적 기록을 써내려 갈 것이라는 데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금융기관들이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인류역사상 미증유의 팬데믹 사태는 안전자산에 대한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고 있다.
불확실성 시대에는 자산의 가치를 확실하게 지켜줄 그 무엇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절실함은 “역시 금”이라는 경험에 근거한 증명된 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의 경쟁상대이자 대항마로까지 꼽혔던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이 갖춰야 할 필수덕목인 “절대적 가치보존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금의 위치를 넘보기는 쉽기 않아 보인다. 2021년 11월 한 때 U$64,400에 달했던 비트코인은 2월 5일 현재 23,338불에 머물고 있는데, 일일 등락률 10%에 이르는 치명적 불안정성은 대항마없는 입증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집착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 자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