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안 정부·여당 반대
與, 쌀 생산 규모 증가...농촌 황폐화할 수 있어 개정 반대

▲ 경기도 안성에 있는 논 농가에서 벼가 익어가고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DB
▲ 경기도 안성에 있는 논 농가에서 벼가 익어가고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DB
투데이코리아=박용수 기자 | 여야의 쟁점 법안으로 양곡관리법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서 양당이 대립각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는 1월 임시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부의 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을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직회부 건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해당 법안을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2월 16일 회부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의 의무 매입·격리를 규정하는 제도다. 쌀값이 전년보다 5% 하락하거나 쌀 수요 대비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일 때,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현행 양곡관리법 제16조 제4항과 농림축산식품부 고시는 ‘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평년가격보다 5%이상 하락한 경우 시장격리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규정이 아니고 정부의 재량으로 되어 있다 보니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시장격리가 지체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부터 농해수위 위원들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실제 20만t에 대한 1차 격리가 발표된 시점은 2개월이 지난 12월 28일이였다. 매입까지 완료된 것은 4월 8일이였다.

결과적으로 4개월이나 지체된 첫 번째 시장 격리 이후, 3차례 추가조치까지 총 82만t 격리에 1조79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를 두고 쌀 값 폭락사태를 미미하게 막는데 그치는 '수급정책의 완전한 실패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영암·무안·신안) 의원. 사진=투데이코리아 DB
▲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영암·무안·신안) 의원. 사진=투데이코리아 DB
아울러 서 의원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정부 재량으로 되어 있는 시장격리를 요건이 충족되면 의무적으로 시행하게 하는 양곡관리법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정책 실패로 인해 쌀 농가가 생산비도 못 건지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생산비 보장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여당은 이에 대해 양곡관리법 개정이 쌀값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미봉책이라고 반대하면서 시장 격리 의무화가 시행되면 연간 1조 원 규모의 혈세가 투입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예산을 들여 안정적인 수매가격을 보장하면, 농민의 쌀 생산량이 늘어나 ‘쌀의 공급 과잉 구조가 심화한다’는 해석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정부·여당 반대 속에 민주당 주도로 지난해 농해수위를 통과한 뒤 법사위로 넘어왔다. 하지만 여당 소속 위원장이 60일 넘게 법안을 처리하지 않자 야당이 다수 의석을 이용해 직회부를 의결하고 지난달 30일 본회의에 부의됐다.
 
민주당은 부의된 개정안을 즉시 본회의에 상정해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본회의 상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양곡관리법 중재안을 수용해 2월 임시국회 안에 수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은 정부의 남는 쌀 의무 매입 기준을 완화한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여야가 타협을 통해 법안을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민주당 단독 처리에 대한 우려로 수정 의견을 전달했다”며 “의장의 의견을 수렴한 양곡관리법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하겠다”고 이같이 밝혔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오는 2030년 관련 재정 지출은 지난해(5559억원)의 두 배가 넘는 1조387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월 말 본회의 전 의원총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양곡관리법 처리에 대해 “농업에 투입될 예산이 전부 쌀 구매하는 데에만 들어감으로써 최악의 정책이 될 것이 확실하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정권 2년 차로 접어들면서 취임 이후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첫 거부권 행사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여야가 양곡법 쟁점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오는 27일 민주당이 양곡법을 강행시킬지, 국민의힘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해 맞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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