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주 최대 69·64시간 근무 체제 검토 중”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위원장 “일부 찬성하지만...노동자 목소리를 들었는지 의문”
한국노총, “시대를 역행하는 노동시간 개악. 당장 중단할 것”

▲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24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개편 대국민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24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개편 대국민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투데이코리아=박희영 기자 | 정부가 현재 주당 52시간까지만 근로할 수 있는 ‘주52시간제’를 개편해 최대 69시간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검토에 나섰다. 근무일 사이에는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게 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계에서는 ‘시대를 역행하는 노동시간 개악’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고용부노동부(이하 고용부)는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호하면서 사업주와 근로자 상황에 맞게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노사 합의로 선택할 수 있는 주 최대 근로시간을 최대 69시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권기섭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 차관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 서울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정부안을 공개했다.
 
권 차관은 “70년간 유지된 ‘1주 단위’의 획일적·경직적인 규제로는 나날이 달라지는 현장의 수요를 소화할 수 없다”라며 “제도의 경직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급격하게 주52시간제를 도입하다 보니 한 사람이 1시간을 넘겨 일해도 사업주는 범법자가 되고, 근로자는 ‘꼼수야근’을 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사가 원하면 ‘월, 분기, 반기, 연간 단위’로 연장근로를 운영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부여해 ‘1주 단위’ 연장 근로 칸막이를 없애고, 11시간 연속휴식 등 건강 보호조치를 보편적으로 적용하게 해 근로자 건강권 보호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제를 맡은 고용노동부 이지영 임금근로시간과장은 “11시간 연속 휴식은 지키되, 특정한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무를 선택하거나, 11시간 연속 휴식은 지키지 않고 특정 주 최대 64시간까지 근무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고용·노동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작년 말 ‘주’ 단위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 등 세부적으로 확대해 노사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넓히자고 제안했다.
프로젝트나 연구 등 일이 몰리는 특정한 주에는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되, 일이 적은 주에는 이보다 적게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화하자는 취지이다.
 
해당 개편안이 통과될 경우 하루 최대 근로시간은 휴게시간 감안 시 11.5시간이 된다. 주 6일 일하면 주 최대 근로시간은 69시간이다.
 
고용부는 산업재해 관련 고시에 따른 과로 인정 기준인 ‘주 최대 64시간 근로’ 또한 가능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 최대 근로시간을 64시간으로 설정하면, 11시간 연속 휴식을 의무화하지 않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초장시간 압축노동으로 노동자들을 내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의장인 LG전자 사람중심사무직노조 유준환 위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개편 대국민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의장인 LG전자 사람중심사무직노조 유준환 위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개편 대국민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이날 토론에 참여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위원장(LG전자 사람중심노조)은 “처음 발제문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의문이 ‘노동계의 목소리를 들었는가’였다”라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노동시간이란 임금의 산정 기준인데, 이를 유연화함으로써 해당 제도를 기업이 악용했을 경우 노동권이 어떻게 보장될 건지 설명이 부족하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감이 몰리거나 생계를 위해 주 52시간 초과 근무하는 사람 등을 고려했다고 하는데, 52시간 일하고도 생계를 위해 또 일을 해야 하는 사회가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주 52시간을 초과해기 위해 산정된 개정안이라면 반대 의견이 크다”라고 밝혔다.
 
토론을 마친 뒤 <투데이코리아> 취재진과 만난 유 위원장은 “포괄임금제 오용 근절을 위한 감시나 근로자대표제 선출 절차에 대한 정비 등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임금근로시간과장 또한 취재진과 만나 “제도개편을 책상에 앉아 검토하지는 못한다”며 “연구회를 진행할 때부터 개편안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많이 만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계신 노사 분들을 많이 뵀다. 추후 기회가 되면 (개편방안에 대해 아쉬움을 호소하는 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개편방안을 강하게 비판해다.
 
한국노총은 이번 토론회를 “정부가 나서서 ‘초장시간 압축 노동’으로 노동자들을 내모는 것”이라며 “사용자 단체의 숙원 과제를 해결해주기 위한 보고대회나 다름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11시간 연속휴식 부여를 선택사항으로 둔 것은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유일한 조치마저 포기한 것”이라며 “노동시간은 ‘노사의 자율적 선택권 존중’이라는 어설픈 말장난으로 용인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죽도록 일만 하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는 노동자와 노동운동의 역사이며 역린임을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 정부는 시대를 역행하는 노동시간 개악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고용노동부 이지영 임금근로시간과장, 박종환 근로기준정책과장과 함께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건국대 조용만 교수, △부산대 권혁 교수, △김도형 변호사, △이진수 ㈜아이앤아이리서치 대표, △유준환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 위원장, △황용현 경총 노동정책본부장, △이명로 중기중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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