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단 2줄 이재명 진술서 공개
재판서 말 아낀 李, 밖에선 “尹과 잣대 달라” 비판

▲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서 휴정 시간을 맞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서 휴정 시간을 맞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태훈 기자 | 공직선거법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첫 공판이 3일 열린 가운데, 검찰은 재판에서 이례적 상황을 다수 연출하며 이 대표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40분부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재판의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공판 시작부터 검찰이 압박에 나섰다. 출석한 검사들이 돌아가며 공소장 전체 내용을 낭독했다. 상당한 분량의 공소사실 요지를 읽는 데만 70여 분이 소요됐다. 보통 요약된 공소내용을 읽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검찰에 따르면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개발1처장은 이 대표가 19대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뒤인 2013년 12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계획 팀장으로 입사해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위례신도시 신출 사업을 담당했다. 검찰은 김 처장이 이후 개발사업1팀장으로 부임해 대장동 사업 및 제1공단 공원화 업무 등을 담당하며 이 대표가 주재하던 대면 회의에 수시로 참석하고 수차례 관련 업무를 보고하며 이 대표 업무를 보좌했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이 대표와 김 처장이 호주에서 함께 골프 등 여가를 즐긴 정황도 공소장에 적시했으며,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김 처장이 대응 자료를 만들어 피고인 측 캠프에 제공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어떤 사람을 몇 번 이상 보면 안다고 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다”며 “어떤 사람을 아는지 여부는 경험한 내용과 횟수로만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남시 공무원은 약 2500명, 산하기관까지 약 4000명이고 김문기와 같은 직급의 팀장은 약 600명”이라면서 “김문기는 직접 보고하는 지위에 있지 않은데, 피고인이 특별히 기억할 수 있겠느냐”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과 이 대표 측의 공방은 오후에도 계속됐다. 오후 재판에선 서증조사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특히 2015년 1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시절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 처장 등과 함께 간 호주 출장 사진 및 영상자료에 주목했다.
 
검찰이 공개한 자료는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 김 처장이 호주 지역의 시장을 방문하고 트램(노면전차)을 체험하는 모습, 이를 기념하는 사진 및 영상을 찍는 모습 등이 주를 이뤘다. 검찰은 또 이 대표와 김 처장 등이 사전 일정 외에 함께 관광한 정황이 있다며 근거가 되는 촬영물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무 관련 일정 외에 함께 시간을 보낸 점을 감안할 때 ‘시장 시절 김 처장을 알지 못했다’는 발언은 허위라는 것이다.
 
검찰은 김 처장이 호주서 가족에게 보낸 영상 편지 12건을 법정에서 모두 재생하기도 했다. 그 중 한 영상에선 ‘시장님, 본부장님과 골프 쳤다’는 발언이 나왔지만, 이외의 영상에는 여행 근황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전하는 사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검찰은 본 사건 조사에 대한 이 대표의 서면 진술서를 문제 삼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진술서에 “본인은 고발된 내용과 관련해 프로그램 사회자가 질문했을 당시 기억에 의하면 성남시장 때 몰랐던 것이 사실이다. 그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만 적었다. 다른 질문항목은 모두 답변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에서 말을 극도로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점심시간 후 오후 재판에 출석하며 만난 취재진에게 “‘김만배를 몰랐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에 대해선 조사도 없이 각하하더니 ‘김문기를 몰랐다’는 이재명의 말에 대해선 압수수색과 수십 명의 소환조사를 통해 기소했다”며 “이 부당함에 대해 법원이 잘 밝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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