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상국가화가 答...정부, 북한문제에 적극 대처를

▲ 류석호 교수
▲ 류석호 교수
최근 들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따라 한반도에 어느 때보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최근 11일간 5차례나 동해안, 서해안, 평양 인근, 북중 접경지역에서 다양한 기종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 본연습 시작 나흘 전인 지난 9일, 남포 일대에서 ‘신형전술유도무기’로 불리는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6발을 서해로 쏜데 이어 12일엔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틀 후인 14일 황해남도 장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쏘고, 한일정상회담이 열린 16일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ICBM을 고각 발사하며 위협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다시 사흘만인 19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북한은 특히 이번에 동해 상공 800m 상공에서 탄도미사일에 장착한 핵탄두를 공중 폭파하는 시험 훈련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북한 주장대로라면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 실전 사용이 임박한 단계에 왔다는 의미로 심각한 국면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들어 7번째(12발)이다. 2차례 전략순항미사일 발사(8발)를 보태면 새해들어 벌써 9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북한의 최근 잇따른 도발은 지난 13일 시작해 오는 23일까지 이어지는 한미연합훈련 FS에 반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집결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문제는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와중에도 이런 불장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식량난은 실로 심각한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열렸던 농업관련 회의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좋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농업 문제를 다루기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3월 1일까지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고 식량 생산 증산을 호소했다.

노동당 전원회의라고 하면 북한의 주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굉장히 중요한 회의다. 회의에선 농업 발전, 즉 식량 생산을 늘리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됐다는데, 일단 농업 문제를 가지고 두 달 만에 다시 노동당 전원회의까지 소집했다는 건 이것만으로도 북한의 식량난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방증한다.

정보 당국도 최근 함경도에 이어 개성에서 식량난으로 하루 수십 명씩 굶어 죽는 사람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회의의 핵심인 농업 문제와 관련해 김 위원장의 결론에서 "알곡 생산 목표 점령을 인민경제발전 12개 중요고지의 첫 번째 고지로 내세운 당 중앙의 의도와 이번 전원회의 확대회의의 기본목적이 언급되고 주되는 농업발전목표와 과업들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북한 간부들이 농사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는 반성문을 단체로 썼다는 얘기도 들린다. 농사 문제가 최대 화두였던 올해 전원회의에서 농업 생산량 목표를 완수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침에 대한 '액션'이자,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2021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서 “인민에게 흰쌀과 밀가루를 보장함으로써 식생활을 문명(文明)하게 개선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11년 전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인민들에게 한 첫 약속은 ‘사회주의 부귀영화’였다. 집권 첫해인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열병식에서 한 첫 공개 연설에서 그는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이 다짐은 해가 거듭될수록 거꾸로 갔다.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의 당위성만 주입하며 북한 주민들에게 허리띠를 더욱 조일 것을 요구했다.

실제 북한의 식량 사정은 매우 열악하다.

석달 전 농촌진흥청의 ‘2022년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 추정 결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은 기상 악화와 비료 부족 등으로 전년보다 18만t(3.8%) 감소한 451만t으로 조사됐다. 쌀 생산량은 207만t으로 전년보다 4.2%(9만t) 감소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올해에 예년 수준의 곡물을 도입한다고 해도 수요량 대비 80여만t이 부족해 식량 수급 불안정이 계속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함경도 등지에서 아사자가 나오자 북한 중간 간부층에서도 '고난의 행군기보다 못하다'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식량 공급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기관과 기업소 책임자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모가지가 날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외 연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비용(71발 2600억원<북한 생산단가 적용>)을 식량 도입에 사용했을 경우 100만t 이상을 구매할 수 있는 규모이다. 이는 북한 전체의 연간 식량 부족분을 모두 충당하고도 남는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미사일 발사 총비용은 쌀 50만t을 살 수 있는 금액이며, 이는 북한 모든 주민이 46일간 먹을 수 있는 양이자 올해 북한 식량부족분(80만 여t)의 60% 이상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북한이 최근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 1발,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만 계산해도 취약계층 200만~300만명이 약 5개월간 취식 가능할 정도의 식량인 약 10만t을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북한이 더이상 무모한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주민들의 민생 개선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한 발을 발사할 때마다 200만~300만 달러(26억~39억원)씩 들이붓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최대 3000만 달러(39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1월 기준 국제곡물가격은 t당 쌀은 395달러, 옥수수는 264달러다. ICBM 한 발이면 쌀 7만5000여t을 구입하고도 남는 비용이 투입되니, 북한 전 주민의 일주일치 식량을 바다에 버린 셈이다.

북한의 식량 문제는 오랫동안 북한체제를 괴롭혀온 난제였으며, 1990년대 중반에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극단의 식량 위기까지 경험했다. 이 기간에 굶어죽은 사람들의 수는 어림잡아 수십만, 많게는 100만 여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곡을 생산할 수 있는 농업지대가 부족했던 것과, 정전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체’를 내세우며 식량 자급자족을 강조한 것이 최악의 식량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상당수 사회주의 국가가 체제 전환에 나서게 되면서 사회주의권과의 교역 의존도가 높았던 북한이 경제적으로 고립된 것이 결정타였다는 분석이다.

올해도 식량 부족이 예상되는 북한이 최근 정신력만 강하면 어떤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다며 주민들의 각성을 주문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올해 알곡 생산량을 반드시 완수하라’는 지침이 내려진 이후 본격적인 '정신 교육'에 나선 것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우리 국가 발전의 동력은 수백만 당원들과 인민들의 무한한 정신력이다' 제하 1면 기사에서 "인민대중의 강한 정신력이야말로 천만금의 재부에도 비길 수 없는 민족의 제일재보이며 핵무기보다 더 위력한 최강의 무기"라며 "정신력이 강하면 그 어떤 난관 속에서도 국력을 튼튼히 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게 합당한 처사인가.

전문가들은 북한이 요란하게 전원회의를 열고 반성과 결의를 다지며 정신력을 강조하는 기존 구호 반복으로는 민생에 가장 중요한 먹거리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가시적 대책과 실효적 수단이 빠진다면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할뿐이라는 얘기다.

지난 2021년 북한 주민 1명당 평균 소득은 약 142만 원으로 나타났다. 남한의 3.5%에 불과하다. 전체 무역액이 1년 전보다 17% 넘게 감소하며 성장률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에 따르면, 2021년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42만3000원이었다. 1년 전보다 3.2% 늘었지만 남한(4048만2000원)과 비교하면 3.5% 수준이다. 2001년 북한의 1인당 GNI는 88만6000원으로 남한(1482만4000원)의 6%였다. 20년 만에 남북의 소득 격차가 약 17배에서 28배로 벌어진 셈이다. 1인당 GNI는 전체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인구로 나눈 값으로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또한 2021년 북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우리의 58분의 1이며, 2021년 북한의 대외무역은 우리의 1766분의 1 수준이다.

국제 사회의 고강도 제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경폐쇄가 겹쳐 북한 경제는 2년째 역(逆)성장을 이어갔다. 2021년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년 전에 비해 0.1% 줄었다. 특히 남북 교역을 제외한 북한의 무역총액은 7억1000만 달러로 17.3% 감소했다. 수출과 수입이 각각 8.2%, 18.4% 뒷걸음질쳤다. 북한의 무역액은 남한(1조2595억 달러)의 0.1% 규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3년 7월 정전협정 60주년 기념식 연설을 통해 "한국전쟁은 남한의 승리"라고 했다. 그의 판정 근거는 경제력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인은 자유와 번영 속에 살고 있고 북한은 억압과 빈곤에 빠져 있다"면서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남한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경제성장 모델을 만들었다. 그러나 한때 남한보다 경제적 우위에 올랐던 북한은 세계 최빈국의 지위로 추락했다.

남한은 시장주의와 개방정책을 앞세워 경제력을 엄청나게 키우는 성과를 올렸다. 반면 북한은 낡은 이념이 된 사회주의와 정권 유지를 위한 폐쇄주의에 갇히는 바람에 경제력 면에선 외려 뒷걸음질했다.

전후 펼쳐진 남한과 북한의 체제 싸움은 사실상 경제력 대결이었다. 전쟁 직후인 1950년대 북한의 경제력은 남한보다 대략 2배 정도 앞섰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1953년 휴전 이후 분단이 고착된 남북한은 각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상반된 체제로 경제개발을 추진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경제력은 역전됐고 그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북한은 일제가 남긴 사업 인프라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1960년대까지 남한보다 앞선 경제력을 자랑했다. 남한에 실업자·고아 구제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설 정도였다.

그러나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 아래의 자력갱생 원칙과 계획경제를 바탕으로 한 폐쇄주의에 집착했다. 체제를 지키려고 '주체성'과 '자급'을 내세우며 문을 걸어잠근 채 중국에 주로 의존하며 고립의 길을 갔다. 군사 부문에선 경제력에 걸맞지 않은 과도한 투자를 계속해 경제의 비효율성이 극에 달했다.

남한에 비교우위를 점하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도 성과를 보지 못해 경제 활력은 사그라졌다.

설상가상으로 1990년대 수해 등 잇단 자연재해로 30여만 명이 굶어 죽는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북한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뒤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 체제도 취약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출발에서 뒤진 남한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정책을 추진해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경제 부흥기를 맞았다. 빗장을 잠근 북한과 달리 수출주도형 산업화를 목표로 세우고 총력을 쏟았다.

남한은 경제력 측면에서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북한을 확실하게 따돌리고 격차를 벌리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을 제친 남한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창조력과 경쟁을 통해 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 진입 단계에 이르렀다.

경제 체제가 남북한 경제전쟁의 승부를 갈랐다.

사회주의 비효율성으로 북한 경제가 추락하는 동안 남한은 수출중심의 개방 경제로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경제발전을 이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는 계속 확대되고 있어 양측의 경제력 비교는 이제는 의미가 없어졌다.

사회주의 경제정책의 한계에 봉착한 소련과 동유럽의 붕괴를 목도한 북한은 남한에 경제적으로 뒤지게 되자 초조해졌기 때문인지 핵을 비롯한 각종 무기 개발에 더욱 총력을 기울이고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현재 북한의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초래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개방을 통해 국제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절실하다. 국제시장에서 국가 간 교역은 비교 우위, 부존자원의 차이, 그리고 보다 규모가 큰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북한에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북한은 이같은 시장에서의 교역 이익 원리를 깨닫고 하루라도 빨리 무력 도발을 중단하고 개방에 나서길 바란다.

‘자력갱생‘과 ’강(强)대강(强)‘ 정면승부 기조 유지는 식량난은 물론 민생안정과 체제유지의 해답이 아니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윤석열 정부도 북한 주민의 참상을 이대로 방관해서는 안될 일이다.

북한 식량난과 농촌 문제의 핵심은 인프라에 있는만큼 식량·비료·농약 원조 및 영농 기술· 기자재 등 농업 현대화와 농업 인프라 구축에 힘을 보태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 경제력 격차가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면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민간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겠지만 계속해서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북한당국을 설득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이유다.

이같은 식량난과 경제력 차이 확대는 통일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도 간과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작금의 식량난 등 민생문제는 결코 무기가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 애민(愛民)에 바탕한 발상의 전환과 개혁 개방 등 열린 자세가 답이라는 사실을 북한 지도자와 간부들이 제발 깨닫기 바란다.

경세가(經世家) 위공(爲公)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朴世逸, 1948~2017)의 생전 주장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북한체제 자체(수령주의와 적화노선)를 변화시키지 않고는, 그래서 개혁개방의 민주국가(정상국가화)를 세우지 아니하고는, 실패국가 독재국가가 된 북한을, 그래서 중국의 변방속국으로 추락하는 북한을 구할 수 없다. 또한 이제는 북한체제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고는, 핵위협을 앞세우며 전쟁국가로 내닫는 북한 지배층의 반(反)인민적 반민족적 노선을 교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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