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달러 관련 자료 사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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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안현준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스위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이어지면서 세계 은행들의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24일 <투데이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금융기관, 주요 시중은행들은 SVB 파산 여파가 국내에 미칠 영향은 낮거나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전날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3년 3월) 보고서’를 통해 “SVB 파산이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한 결과 국내 금융기관은 SVB 등과 자산·부채 구조가 상이하고 각종 금융규제로 인해 유동성 및 건전성 상황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SVB 파산 여파로 유동성 위기가 커졌고 CS까지 파산 위기에 몰린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냉각기’에 접어들거나 어느 정도 사태가 진정된 것으로 본다”며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주장했다.
 
이어 “SVB의 경우 수신에 비해 여신 규모는 작지만 유가증권 보유 비율은 높다는 점이 파산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의 경우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SVB의 경우 50% 이상을 유가증권에 투자했지만, 국내 일반은행은 18.1%에 불과해 매우 낮다”며 “금리인상 여파로 유가증권이 하락해도 손실이 은행 전체에 미칠 영향은 높지 않다”고 부연했다.
 
▲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아파트 관련 자료 사진. 사진=뉴시스
▲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아파트 관련 자료 사진. 사진=뉴시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글로벌 금융여건이 급변할 경우를 대비해 경계심을 유지할 필요는 있다고 당부했다.

한은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외 불안시마다 국내 금융 불안이 확대되며 부동산 익스포저가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 등 취약부문의 문제가 크게 부각됐었음을 감안할 때, 이들을 중심으로 신용 및 유동성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세계 경제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상황에서 벗어나 고강도 통화 긴축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전했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SVB 파산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 지표가 건전하다고 해서 1~2년간 안심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도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2011년 상반기 유동성비율이 109%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수익성 보완을 위해 매입한 유가증권의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은 잠재 리스크 요인”이라며 “작년 3분기 기준 국내 저축은행 유동성 비율은 135.3%로 양호한 수준이나 지표가 저하된 측면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부동산 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PF 사업 부실화의 영향은 여타 금융자산 가격 하락의 충격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으며, 자금시장과 금융권 전반의 충격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조심스런 견해를 내비쳤다.

다만, 저축은행언권에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분에 대해 안정적인 수준이라며 우려를 불식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저축은행업권 전체의 유동성 비율은 177.1%로 저축은행감독규정에서 정한 100% 대비 77.1%포인트를 초과한 안정적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며 “예금 인출 등 유동성 수요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오히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금융소비자에게는 대출을 못 내주는 ‘컷오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출을 줄여서라도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뱅크런 같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국내 증시에서 투자금 이탈액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지켜봐야 될 문제로 남아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증시 자금은 모두 131조8천803억 원으로, 지난 10일 134조3천556억원보다 2조4천753억원(1.8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외국인도 SVB 파산 직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1조 3000억 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SVB 파산 이후 시그니처은행이 무너지고 스위스 CS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전 세계적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졌다”며 “이러한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어야지만 투자금 이탈액이 감소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채현기 흥국증권 연구원도 “현재 금융 여건 자체가 금리인상 없어도 긴축적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돈이 더 안 돈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경기 침체가 가까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은행권 불안여진이 완전히 해소되고 4월 초중순에 나올 미국 물가와 고용지표가 내려와야 한다”며 “최종금리 레벨,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 등 시장이 기대하는 바를 연준이 얼마나 충족시켜주느냐가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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