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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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 협회(World Gold Council)의 최신 자료에 의하면, 각 국의 중앙은행들이 올해 1월에 52톤, 2월에 74톤의 금을 순매수하면서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의 1,136톤 순매수세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연초의 매수세는 위의 표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2010년 이후 가장 강력한 상승세이기도 하다.
현재 금값의 상승은 크게는 탈(脫)달러 현상 가속화에 따른 달러가치의 하락, 중앙은행들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따른 기록적인 금 사재기 현상, 단기적으로는 금리인하 기대감에 따른 채권수익률의 하락과 미 고용시장의 냉각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탈(脫)달러 현상은 대표적으로 미국의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세를 불려가고 있으며, 이제는 브릭스(BRICS)까지 나서서 달러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통화를 개발하기로 하는 등 미 달러화는 사방에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또한 2021년 기준으로 중동경제의 30%를 차지하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중국 주도의 상하이 협력기구(SCO)에 참여하기로 최근 결정하면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또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한때 탈(脫)달러화에 그리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는 않았으나, 경제제재를 계기로 중국에 한층 더 다가가 지난 2월에는 러시아내에서 거래되는 외환 중에 위안화가 미 달러화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서방권의 대표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의 에너지 기업 토탈(Total)은 3월 말에 중국의 국영석유회사와 상해 석유천연가스 거래소에서 위안화 결제를 통해 약 6만 5천톤에 달하는 첫 거래를 마치면서 페트로 달러(PetroDollar)로 군림했던 미 달러화에 큰 상처를 안기는 역사적 첫 걸음을 뗐다.
중앙은행들의 금 구매 열풍 역시 금값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월에만 25톤을 구매하면서 탈(脫)달러의 도구로 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단기적 상황요인 역시 녹록치 않다.
미 CNBC는 “불과 한 달 전인 3월 초에 5.066%를 기록했던 미 국채 2년물의 수익률 역시 3.7% 초반까지 붕괴하면서 달러의 가치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현재 미 달러화가 처한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아직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춘다거나, 인하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것이 아님에도 금값이 상승랠리를 펼친다는 것은 제반 경제여건들이나 상황들이 더 이상 미 연준의 입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가까운 예로,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금융권의 위기를 키워 결국 미국 SVB(Silicone Valley Bank)을 비롯한 글로벌 은행들의 위기사태를 불러오면서 미 연준의 강경 드라이브도 이제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예측이 시장에 퍼진 상태이고, 그 동안 달러에 억눌려왔던 금이 기지개를 켜는 것이라고 시장의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 연준의 강경한 고금리 정책에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던 인플레이션을 촉발한 고용지표가 낮아지고 있는 것도 고금리 정책을 펼쳐온 미 연준에 방향전환을 할 명분을 주고 있다.
지난 4월 4일(화요일) 미 노동통계국의 발표에 올 2월의 구인건수가 993만건으로 전월대비 63만건 줄어 2021년 5월 이후 1천만건 이하의 구인건수를 나타낸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으며, 고금리 정책으로 시중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장의 팽배한 불만에 미 연준이 곧 금리 인상을 끝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시장에 불어넣게 됐다.
팬데믹 기간을 지나오면서 미국은 달러가 가진 힘을 세계에 다시 한번 여실히 각인켰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종속되지 않으려는 움직임에도 상당한 명분과 원인을 제공하면서 달러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는 글로벌 정서를 더욱 강화시켰고 결국 중앙은행들이 달러를 방어하거나 대신할 수단 또는 그 수단으로가는 방법중의 하나로 금을 인식한 것과 시장이 공동의 컨센서스를 이뤄내며 금을 선택한 것이 이번 금값 랠리의 본질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