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소방관 잇따른 순직에 심경 변화 느낀 듯
尹에 쓴소리···“국민 생각한다면 손에 든 칼 놔야”

▲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태훈 기자 |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 경기 의정부갑)이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10일 밝혔다.

오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며 “이제 저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던 저의 사명, 제가 있던 곳이자 있어야 할 곳, 국민의 곁을 지키는 소방관으로 저는 돌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 의원의 이같은 결정에는 동료 소방관들의 잇따른 순직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힘들게 통과시킨 법이 있었다. 반복되는 대형화재의 주된 원인인 가연성 건축자재를 더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축법 개정이었다”며 “(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었을 때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었다’는 기분에 자랑스러워 했다”고 돌아봤다.

오 의원은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기 전 이미 지어지고 있던 냉동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며 “그 날 세 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들의 영결식이 끝난 뒤, 많은 노력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발 늦어버린 현실의 한계 앞에 절망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달 전 3월 9일, ‘사람이 있다’는 말에 뛰어들어 순직한 만29세, 또 한 명의 젊은 소방관의 유골을 현충원에 묻어야 했다“며 ”그 자리에서 저는 더이상 버텨낼 여력이 없는 저의 한계를 받아들였다“고 고백했다.

오 의원은 상대 혐오에 기인한 정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오늘날 우리 정치는 상대 진영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지를 승패의 잣대로 삼으려 하고 있다”며 “무너진 민생경제와 국민의 고통 속에 현 정부 실정을 지적하는 것조차 방탄으로 매도하고, 모든 문제가 전 정부 탓이냐, 현 정부 무능 때문이냐의 극한대립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질 못하며 작은 양보와 타협조차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직언을 쏟아냈다. 그는 “대화를 거부하고 오로지 수사와 감사의 칼부터 들이대는 윤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 고집이 가장 큰 문제”라며 “진정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제 그만 손에 든 칼을 내려놓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제언했다.

그는 끝으로, “저는 지금도 정치의 힘을 믿는다”며 “정치를 통해 이 세상에 가장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지켜낼 수 있고 국민의 깊은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며 통합과 화해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힘이 더욱 신뢰받을 수 있도록, 저는 (4년 뒤 소방현장으로 돌아간다는) 약속을 지켜야 할 때가 왔음을 느낀다”며 “소방관 출신으로 처음 국회에 입성했던 만큼, 맡겨주신 역할을 충실히 한 뒤 본연의 사명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정치에 대한 무너진 신뢰 회복에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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