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결정 둘러싼 소모적 논쟁 끝낼 때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건설한 4대강 보(洑)를 둘러싼 논쟁이 10여년이 넘도록 끊이지 않는다. 4대강에 들어선 16개 보가 물흐름을 막아 수질을 썩게 하므로 해체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여전히 완강하고 이에 맞서 잦아지는 홍수와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보를 물그릇처럼 유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반론도 높다. 한강과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된 보는 홍수와 가뭄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담당하며 수력발전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MB 정부는 타당성을 내세웠다. 국토 대부분이 산악지형이라서 지역별로 강수량 차이가 크므로 수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건설 당시부터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서울 시장 재직 당시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지지기반을 키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4대강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워 전국을 토목공사판으로 들쑤셔 놓았다는 ‘삽질 논란’이 야당과 환경단체에서 나왔다. 강바닥을 준설하고 물을 대량으로 보에 가두어 두자 여름철 녹조 발생이 빈번해 ‘녹조라떼’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박근혜 정부도 보의 수질 개선을 위해 방류 한도를 늘리고 물을 자주 흘려 내보내는 방안을 채택했다.
 
여기에다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도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보를 탈원전 정책의 원전과 유사한 청산 대상으로 삼았다.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고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수문을 상시 개방토록 했다. 보를 해체하거나 기능 정지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문 정부는 보 해체를 위해 2018년부터 5년간 4대강 모니터링과 취·양수장 개선 등에 이미 19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유역 주민들은 환경단체와 문 정부의 해체 주장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기후 변화로 폭우와 가뭄이 심해지고 여건에서 그나마 보가 해갈에 도움이 되고 때로는 물길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충남 예산 지역은 5년 전 폭염과 가뭄으로 심각한 농업용수 부족을 겪었는데 22km 떨어진 금강 공주보에서 예당 저수지로 물을 대는데 성공, 용수난을 해결한 경험이 있다. 충남 서북부 지역은 올해도 도수로를 통해 보령댐 상류로 물을 끌어와 가뭄 극복에 도움을 받았다.
 
최근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던 전남과 광주 지역도 영산강 임시 취수시설에서 도움을 받았으며 영산강 승촌보는 농업용수 공급원으로도 역할하고 있다. 문 정부 당시 금강 유역 농민들은 보 해체 결정에 집단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보 해체나 수문 개방으로 수위가 떨어지면 인근 물길과 지하수 수위까지 낮아져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문 정부가 보 해체 결정을 하고도 정작 실행하지 못한 배경에 주민 반발이 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기후 위기로 극심한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재평가를 통해 4대강 보 활용방안을 적극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환경부도 얼마 전 4대강 보를 물그릇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한 중장기 가뭄 대책을 내놓았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같은 대책이 “전 정부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일부 보 해체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아니다”며 행정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16개 보를 긍정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021년 문 정부가 일부 보 해체 및 상시개방을 결정한 조치에 대해 공익감사를 벌이는 중이다.
 
물그릇 역할에 대해 환경단체와 주변 전문가들은 가뭄으로 용수가 부족한 지역과 4대강 사업으로 물을 확보한 지역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보 활용 주장은 수질 악화를 더할 뿐이라고 반발한다. 담당 공무원들은 여러 개 보 중에 가뭄에 효과적인 곳이 있고 효과 없이 부작용을 내는 보가 있는데 찬반 양 진영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측면만 부각시키고 정치권까지 가세해 진영 대결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목했다.
 
보 활용과 수질을 둘러싼 논쟁은 일방적인 주장이나 대응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효율적인 자원 이용을 위한 개발압력과 환경보호의 당위론이 충돌하는 영역이라서 접점을 찾기 어렵다. 다만 수자원 활용과 수질 개선을 포함한 물관리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유역 주민들의 요구를 먼저 반영하는 우선순위 조정이 가능한 대안이 아닐까 싶다. 주민 요구를 외면한 조치는 현실적으로 수용 자체가 어렵다. 인근 농민을 비롯한 주민 의견을 먼저 수용하되 수질 개선과 원활한 보 관리에 필요한 보완 대책들을 함께 반영하는 절충을 모색할 수 있다. 원전 안전관리와 유사하게 환경단체와 유역 주민들이 수질 점검과 대안 모색에 동참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도 있다.
 
물관리에 대한 국가계획을 의결하는 최상위기구로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있다. 그동안 환경단체와 전문가 주장에 치우쳐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배덕효 신임 국가물관리위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4대강 보 활용에 이념을 개입시킬 필요 없이 과학적 잣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밝혔다. 보 해체 결정에 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 필요한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가물관리위가 스스로 해체 결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언급이다. 위원회가 이제라도 제 역할과 자리를 찾아 국가 기반시설의 미래를 잡아주기를 기대한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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